잘근잘근 인습을 씹는 트릴로지 1권
2025-10-31 07:31:40
제목도 과격하고 시작도 과격하다. 전쟁 수용소나 테러 얘기도 아닌데 희생자 단위가 수십 명이니. 범죄가 초대형인 데 비해서는 수사 관련자도 적고 범인의 동기 진짜 찌질하지만, 재미있게 잘 보았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미 별 하나 깔고 시작하기도 했고, 홍콩섬을 살짝 벗어난 배경도 신선하고, '□● 세상엔 믿을 놈 하나도 없어...'라고 주역들뿐 아니라 나도 지쳐갈 때쯤 '그정도는 아냐' 기습공격 들어오는 것에 하트 뿅.
일단 시대를 역행하고 구성원에게 스트레스를 주며, 집단의 존속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집단 전체의 질을 다방면으로 떨어뜨리는 악습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악행을 저질렀으면 회개하던가 쥐죽은 듯 지내야지, 덮으려고 더 큰 폭탄 터뜨리는 건 단서를 세상에 흩뿌리는 자폭쇼일 뿐. 그러나 악당이 얌전히 로펌에만 돈 부으면 소설 장르가 바뀌니까 안 되겠지. 알기는 아는데 참...후속편에선 또 세상의 어떤 모습을 깔지 기대하며 종료.
"가족은 그저 어쩌다보니 한 가정에 태어난 것일 뿐, 사실 사람은 누구나 독립적인 개체이며 생각도 감정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서로 다르면서도 함께할 수 있다면 한 지붕 아래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저 낯선 사람이 될 뿐이다. 다른 생각을 억누르고 모 두 똑같은 생각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건 보통 비극의 시작점이 되곤 한다."
사족이지만, 홍콩 작품이 번역되면 인물들 이름이 북경어 발음인게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작가 이름도 책 속 지명도 광동어 발음인데 우째서. 북경어 더빙된 홍콩 영화 보는 마냥 기분 묘한 건 내가 프로 불편러이기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