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멀고 먼 이상과 현실 사이
2025-11-05 07:08:47
도입부의 올림픽 헌장 볼 때부터 내 마음에 때가 너무 묻었는가 한숨이 나온다. 무대 위에 올랐으면 공정한 판정 아래 성실히 겨루려 애써야 하는 것이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만(그렇지 못한 경기들이 매우 많겠지...), 무대에 올라가는 과정과 정치는 당연히 한 세트라고만 여겼으니. 세월 지나며 뉴스나 경기 해설의 어투는 많이 달라졌지만, 특정 국가를 못 이기면 목이라도 칠 기세로 핏대 세우던 과거의 모습들도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있다. 덕분에 중간중간 제시되는 질문들에 긍정적인 답안은 생각하지 못했고, 다 읽으니 제시된 답안도 역시나였음. 하아...
살짝 주워들었던 일부터 처음 듣는 일들까지 여러모로 어지러운 내용 한가득이다. 일단 아시아 전체가 서구권에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같이 애쓰면서도, 각자 세계 무대 합류하랴, 경쟁 국가 견제하랴, 대회 새로 만들랴 보이콧하랴, 국내 여론도 살피랴 박터지는 모습에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옴. 이런 사태들이 활약할 무대가 반드시 필요한 선수들에게는 힘든 일이고, 안 일어나면 여러모로 좋겠지. 그러나 이걸 가지고 IOC가 아시아 국가들에게 비협조가 어쩌네 떠드는 건 매우 마음에 안 든다. ●□ 느이 조상들이 이 동네를 걸레짝으로 만들어 놓은 게 지금 문제들의 근원이라니께! 그리고 일본 정부가 골머리 앓는 장면들에서는,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울 때는 어차피 뭘 해도 욕먹으니 빨리 한 쪽을 선택해야 하고, 시간 끌수록 양쪽에서 욕먹는다는 교훈 제대로 되새김질.
이제까지 크게 생각해본 적 없는 아시안게임에도 살짝 존경심이 생겼다. 줄줄이 난리통이 이어지는데도 대회가 안 없어지고 계속 진행된다는 사실이,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평화와 교류를 원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책에 나왔던 답답한 상황들은 계속 재현되겠지만, 스포츠의 이상을 향해 세상은 거북이 걸음 중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회피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으며 결국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