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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스럽고 머리도 쑤시는 공진화의 상상
2025-11-17 07:38:42내 어머니는 컴퓨터였다

제목이 참으로 근사해서 집었는데, 프롤로그부터 머리에 지진 온다. Sf가 아니고 포스트 휴머니즘 이론서, 그것도 삼부작 마지막 권. 꽈과과광...그렇다고 바로 손 놓기에는, 뭔 소리 나올지 궁금함을 버릴 수가 없어서 결국 봤음. 긴가민가한 부분의 비율이 이리 많으면 "읽었다"라는 말을 해도 되는지는 미묘하지만...
정신 아득해지다가도 오잉? 하면서 눈 떠지는 부분들이 있으니, 주된 내용인 인쇄 텍스트 - 전자 텍스트 관계부터 계속 나오는 코딩 - 디코딩 관계. 작가가 이야기를 쓰는 것도 일종의 코딩이고, 그걸 독자가 해석하는 디코딩 작업이 이루어진 결과는 처음 코딩과 다르다는 해설에 좀 이해가 빨라진다. 전자책으로 휴대성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달라진 작품 대면 방식이 작품 의미까지 영향을 준다는 데선 납득이 가기도 하고 안 가기도 하고...상호작용과 공진화 설명으로 AI와 사람을 생각해보니, '이거 좋은 것 같은데'와 '...진짜 좋은가?'라는 생각 사이에서 갈팡질팡. 안 해봤던 생각들 해봤고, 이거 진짜 봐야겠다 싶은 소설들도 알았으니(...해설에 결말 스포들이 포함되었다는 건 아쉽지만...) 나름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호기심만 있고 기본은 없는 독자의 한계는 여기까지. 다른 책으로 목까지 굳은 느낌을 좀 풀어야 쓰겄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