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울적한, 미신과 시대의 상처들
2025-11-22 08:09:12
희한한 문양이 인쇄된 표지를 보고 집었을 때는, 신기한 전설이나 주술성 미술품들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완전 아니었다. 기본 배경이 일제시대인 탓도 있으나 내용 정말 어둡다...기우제까지는 헐 소리 좀 나오는 정도지만 나병 챕터부터는 몸이 굳어서 아무 소리도 안 나옴. 이런 일들이 일어난 지 아직 백 년이 안 지났다는 것도 소름끼치지만, 보통 사람도 '이제 더 남은 길이 없다' 생각할 때 영유아도 가리지 않고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쫙 올라온다. '어떻게 저런 짓을 하냐'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래도 아직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감사한 환경에 있기 때문이지, 저 사람들보다 나의 정신 제어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니까...조선에 풍장이 흔했다는 사실도 깜놀이고, 세기말 공포영화 저리가라인 풍경 묘사에 사고 정지. 온통 시체들이 널부러진 산이 불타오르는 광경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데, 이미 한 번 상상했더니 이게 또 쉽지 않다 ○●□...
컬트집단은 또 왜 이리 많은지 읽으면서 복장이 터짐. 지금도 멘탈에 충격 오면 이런 집단의 먹이가 되는 것이 순식간이니, 이게 말세가 아님 뭐냐고 생각했을 일제 시대 조상님들이 쉽게 공략당한 것은 어쩔 수 없지. 그러나 살생하지 말고 욕심 부리지 말라는 규칙을 내세운 사람들이, 신도들을 킬러와 성노예로 만들 때는 정신차려야 하는 거 아닌가...브레인워싱의 효과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이름도 다 실리지 못한 희생자들이 가엾고, 당시보다 미신에 대한 믿음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사람의 심리나 집단 행동 패턴이 거의 바뀌지 않은 것이 정말 괴롭다. 본문에서 다룬 많은 미신들이 지금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미신이 생겨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고, 궁지에 몰리거나 자기합리화 할 때 얼마든지 과학을 버릴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니 정신 바짝 차리고 살려 노력해야겠다...하아...
"미신 자료에서 우리는 도덕과 상식, 과학과 이성 같은 모든 평균적인 가치를 침묵시키는 공포와 절망과 슬픔을 만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