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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 감성 미스터리 한상
2025-11-29 07:27:53언제 살해당할까

속 시원한 CCTV나 DNA 감정은 없지만, 나름 과학 지식이 자리 잡아가면서도 괴담에 대한 공포도 남아있는 시절의 상상력은 언제나 즐겁다. 그리고 같은 배경이라도, 지금 작가의 역사소설의 감성에선 느끼기 어려운 그 시절 생활감 보는 재미도 쏠쏠. “요즘 삼사십 대 남자들치고 유서 안 써본 놈이 어디 있겠어”라는 말이나, 이 시절까지 병원에 코카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좀 싸늘하지만. 이거 개그 미스터린가 잠깐 착각하게 한 초반의 부부만담도 취향이다. 50년대인 걸 감안해도 에쓰코의 남편 장단 맞춰주기 레벨이 감탄스럽다. 그리고 개그 장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유령 얘기엔 콧방귀 뀌다 범죄자의 접근 가능성 얘기에 태도 180도 바뀔 때 왜 이리 웃긴지. 거기에 쓰노다가 헛소리 덧붙일 땐, '이왕 흥분한 김에 한 대 걷어차!'라고 짜증내긴 했지만.
후반에 ‘정체 불명의 여성’ 후보가 자꾸 늘어나니, 계속 메모 확인도 해야하고 피로해진다. 그래도 피로가 흥미를 덮기 전에 ‘누가 누구를 연기했나’가 밝혀졌으니 박수. ‘결정적 증거’라고 생각했던 물건을 찾은 뒤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한 증거에선 잠깐 잉? 하다가 헐헐 웃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생활과 동떨어진 물건이지만, 이 책이 신간이었을 때 읽은 독자들 중에선 저 아이템의 존재를 추리한 사람들이 있었겠지. 그 시절의 ‘놀라움’은 못 느끼더라도, 이런 부분들이 재미있어 역시 소설 읽기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