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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도 있고 뒷맛도 나쁜 삿대질 지옥
2025-12-01 07:30:36전원 범인, 하지만 피해자, 게다가 탐정

제목이 참 길기도 하다. 게다가 이렇게 대차게 스포일러를 포함하다니, 대체 무슨 내용인지 너무 궁금해져 읽지 않을 도리가 없음. 궁금증도 풀고, 각자 논리를 쥐어짜며 범인이 되려 기를 쓰는 모양새나 결말에 신기한 맛이 있었으니 잘 읽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초반 소개부터 호감 가는 인물이 하나도 없더니, 숨겨진 사정들이 나오기 시작하니 비호감도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음. 보통은 이런저런 사정이 나오면 공감이 가는 인물이 하나 정도는 나와도 될 텐데, 어떤 면에선 참 시원스러운 작품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처럼 제대로 일선을 넘어가는 경우는 과연 드물겠지만, 서로에게 내던지는 말들 중에는 읽는 이의 안이한 마음을 꾸짖는 듯한 문장들이 꽤 있어 간간이 움찔하기도. 이런 글들은 나와 상관없다고 가슴 펴고 말할 수 있는 삶을 과연 살고 있는지...악은 악이니까 마음껏 증오하고 무슨 소리를 해도 된다는, 그런 마음이 정말 없다고 말할 수가 없다는 게 슬프다. 추리소설이 아니라 부족한 독자 반성하라고 나온 책인가 흐흑. 그래도 쓴 약을 잔뜩 먹일 때는 꿀물도 조금 준비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이거 너무 쓰네요 작가님...
“악은 끝까지 악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고한 사람을 공격한 자신이 악이라는 말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