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의 옛 시장 속 돌고 도는 인간사
2025-12-03 07:21:57
진기한 쇼핑 리스트를 구경하고 싶다는 마음에 집었다. 생각과는 좀 달랐지만 굉장히 재미있었으므로 오케이. 점포상과 노점상 갈등, 돌팔이 약장수(효능 없는 희망 고문이란 걸 당대 사람들도 알았다는 게 슬프다...), 지금보다 더할 수도 있는 복권 열풍, 도서 미리 보기나 초기 형태 박물관처럼 신기할 정도로 동서고금이 없는 이야기에 넋을 빼다가, 당시 이탈리아의 사치품이나 구매 과정 이야기에서는 엄청나게 피로한 관계망의 모양새에 좀 넌더리가 나기도 한다.
인맥과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사치품이 필요한데, 사치품 조달을 위해서도 인맥과 평판이 필요한 이 희한한 순환...지금 보면야 악순환이라 생각하지만 그때는 선악 상관없는 사람 사는 모양이었겠지. 빚이 상당한데도 남한테 돈을 빌려주는 모양새를 보며 처음엔 ‘옛날이니까...’ 하다가, 이런 얘기 어디서 들은 것 같아서 멈추고 한 번 검색. 생각보다 지금도 이런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니, 나라 빚처럼 이것도 자산 운용 형태인가 읽다말고 삼천포에서 시간 꽤나 보냈다. 이걸 이해 못해서 돈이 없는 것인가...
마지막의 면죄부 대목에서는 읽다가 무릎 탁. 돈 주고 파는 게 부조리인 건 똑같은데, 왜 다른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폭발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아니었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제대로 된 질문을 모르는 독자가 여기 있습니다 으흑. 매매라는 것이 이 정도로 생활에 배어있으면 이탈리아 상인들이 국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 굉장히 당연하게 느껴진다. 인간 관계의 기본이 선물과 빚이 아닌 시대가 되었고, 이탈리아 기업이라고 특별히 ‘우와!’하는 느낌은 없지만 이런 근본이 있다면 언제 치고 나와도 놀랄 일이 아니겠지. 이런저런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이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