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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면서도 익숙한 사인 속 세상 풍경
2025-12-10 07:23:14죽은 자들은 말한다

법의학이 다루는 게 형사사건만이 아닌데도, 수사물에 너무 몰입한 탓인지 단어만 봐도 격한 비극, 정의 구현을 위해 이를 악무는 사람들을 상상하게 된다. 그런 편견을 다루기에도, 죽음에 대해 적당한 무게로 생각해보기에도 괜찮은 책이었다. 법의학은 슬픈 직업이 아니며, 죽음과 죽음을 둘러싼 상황은 때로는 웃길 수도 있다는 오프닝 멘트에 호감도 급상승하며 읽기 시작.
생각과는 좀 다른 벨기에의 제도나 상황(총 얘기가 하도 나와서 천조국인 줄...), 사인 분석 과정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사람 사는 모양새나 복소 선생님의 사고방식을 보면서 우리가,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포자기나 실수, 질투, 슬픔, 고독사에는 남녀노소나 국경도 없으니. "죽은 사람을 보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죽음은 조만간 우리 모두를 불시에 덮칠 것이다. 우리 중 일부가 겪고 있는 사회적 곤궁, 고독, 망각을 보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이다."는 말에는 새삼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하고...
고인을 존중하고, 최선을 다해 일하면서도 일과 사생활 사이에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장난기도 잃지 않는 강철 멘탈을 누구나 다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수시로 돌아보고, 선생님 말마따나 스스로와 주변을 존중하면서 삶을 즐기려는 시도는 할 수 있겠지. 당장 이 한 권에서 즐거움을 얻었기도 하니, 감사하며 또 다음 책을 읽자.
+ 초위험물체 플라스틱 포크를 멀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