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레 들릴 뻔한 반전 결말 트릴로지
2025-12-13 09:18:42
그믐에서 책 소식 보았을 때부터 흥미는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연말에 와서야 읽게 되었다. 시리즈물 몰아서 보는 오랜만의 이 짜릿함이여. 1작품 당 무려 3권 분할 출판은...편하게 들고 다니라는 출판사의 배려라고 생각하고 싶다. 1권만 해도 '조금 신선한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3권 마지막 장 넘기고 나니 너무나 놀라운 거. '반전'이란 게 이제는 거의 필수다보니 웬만해서는 크게 기억에 남지 않는데, 세월 지나 '이런 결말은 그땐 새로웠지만 지금 흔해유' 분위기가 될 때까지는 꽤 오래 기억하게 될 듯.
두 주인공과 모든 팀원들이 조금씩 계속 성장하는 모습도 꽤 흐뭇하다. 1권에서는 시작하자마자 끝날 때까지 비호감도 MAX에, 마지막에 모든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여전히 '꽤' 별로였던 빈센트마저도 그 몸부림이 꽤나 애처롭고...반대로 미나에게는 시작부터 끌려들어감. 이쪽도 종종 읽는 사람 복장 터지게 하는 요소들이 분명히 있지만, 필요할 때는 말 그대로 죽을 힘을 다 쓰는 모습에 주먹 불끈 쥐고 응원하게 됨. 자신이 다른 모습이었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도저히 그런 모습으로 변할 수 없어 슬퍼하는 모습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빈센트에게 정이 떨어지는 만큼 미나에게 더 정이 붙는 면도 분명 있다. 둘 사이가 진전될 때는 마치 부모라도 된 마냥 "왜 하필 이 인간이냐! 아냐, 그래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이에게 가는 게 행복이제..." 하면서 궁시렁대기도 하고...
짤막짤막 이어지지만 꽤 재미있는 조연들의 생활상도 매우 취향이었다. 엄청나게 편파적이고 개인적인 호감도 랭킹에서, 미나와 공동 1위인 크리스테르에게 좋아요 100개. 3권 말에 얘기 끝났다고 작가분들이 말뚝을 박아놓았으니 어쩔 수 없지만, 당신이 주인공인 외전이 있었으면 참 좋을텐데...주인공들끼리 웃는 장면은 있지만, 보는 이가 깔깔 웃을 장면은 거의 없다보니 크리스테르가 해리 보슈 오덕 레벨 피로할 때가 유난히 흐뭇하기도 했다. 배는 나오고 필드워크도 안 좋아하며 위스키도 못 마시지만, 수사 결과와 형사 정신만큼은 스웨디시 보슈!
이어지는 이야기가 더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결말을 생각하면 쫘라락 이어보길 잘 했다 느껴지는 3부작이었다. 미나와의 인연은 끝났지만, 라크베리 선생께서 또 새로운 만남을 이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