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너머의 판단을 위한 규칙의 변천사
2025-12-18 07:11:07
이게 21세기 단어계의 쓰리 테너 콘서트인가 싶은 제목에 일단 놀란다. 게다가 누가 툭 치면서 설명해보라고 하면 기침부터 나올 단어들이니 깨우침이 많이 필요한 독자가 안 읽을 도리가 없다. 생각과 내용이 좀 다르지만, 개념의 변화도 그렇고 우리가 대체 무엇을 어떻게 따져야 하는지 생각할 게 많았으니 굿. 초반에 제시된 의미를 생각하면 규칙과 패러다임의 관계 설명이 모호하게 느껴지긴 하는데...워낙 의미의 범위가 넓은 단어이기도 하고, 그냥 내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으니 넘어가자.
초창기 인간 컴퓨터나, 철자법을 둘러싼 소동 이야기는 꽤 재미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밝은 마음으로 읽기 어렵다."실패한 규칙에 대한 대응책이 왜 기존의 규칙을 반복하고 그에 더해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이어야 할까?" 몇 세기 이전의 파리에 던져진 질문이 왜 이렇게 가깝고 쓰리게 느껴지나 모르겠다. 세상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어떤 부분은 정말 변하지를 않고...그러니까 생각을 열심히 하라고 이런 책도 나오는 것인데, 알고리즘과 규칙을 조금 더 이해한다고 해서 제시된 여러 질문들에 답하기가 수월해지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게 문제다. 당장 눈 앞의 사회 문제를 보면서, '음, 열심히 생각해서 판단 능력을 갈고 닦을 기회로군!'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폴리아나급 마인드 가진 사람은 또 몇이나 되겠는가.
기본 유리멘탈인 탓에 책 마지막 문장이 마치 '포기해 그럼 편해'처럼 느껴지지만, 역자 후기가 있어 책상에 엎어져 '이제 난 모르겠소' 타령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들...현재 만들어지는 규칙들이 유토피아의 꿈을 포함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아닌가? 사람들의 평균 희망 지수는 더 높은가?), 가지치기와 개선 작업은 확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믿고 싶다. 불편한 고민의 시간들이 분명 의미가 있고, 시간이 걸려도 인류는 제대로 길을 만들어 갈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