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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인지 알려면 뭐라도 찔러볼 것
2025-12-19 08:18:46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이 책이 신간이었을 때 '나중에 봐야지'하고 지나갔다가 이제야 다시 마주했다. 출판 날짜 보고 흘러간 세월을 확인하니 소오오름. 게다가, 그 사이 뭔 일 있었으면 못 읽었을 뻔 했잖아! 오싹하다 오싹해.
좌절한 사람이 희망을 찾아가는 성인 동화의 공식을 어느 정도 따라가지만, 뒤로 갈수록 예상을 벗어나는 부분들이 있어서 살짝 감탄했다. 실비의 무모한 도전에 큭큭대기도 하고,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대사들을 보며 한숨도 짓고...실비와 베로니카의 '없으면 안 되는데 만나도 힘든' 관계도 소싯적엔 알지 못한 것들이지, 크흐...병원에서의 대화로 거듭나는 중년의 우정에 마음 속 좋아요 백 연타!
이야기가 따숩게 끝나서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실비의 정신을 뒤흔든 노숙자 파트의 여운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못나고 더럽고 슬프고 지독한' 고독의 냄새라...스스로의 모습을 생각하니 룰루랄라 책 덮기가 어렵다. 그래도 시간이 주어졌을 때 행복을 누려야 한다는 메세지에는 공감하니, 어떻게든 멋진 책들을 한 글자라도 더 읽을 수 있도록 용을 써야지. 마지막에 내 손을 잡아주리라 믿을 수 있는 이를 만날 수 없다 해도, 지금 읽는 기쁨을 누린다는 건 충분히 멋진 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