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에 가까운 한 어머니의 기록
2025-12-23 07:13:01
읽은 이를 압도하는 내용에, 읽고 나서도 한참 동안 생각이 정리되질 않는다. 미리암이 약 4년간 해낸 일들이 보면서도 믿겨지지 않는다. 부당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기고, 시신을 거두는 것만으로 남겨진 가족들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미리암처럼 움직인다는 건 쉬운 일도 아니고, 솔직히 정답인지도 모르겠다. 슬픔에 압도당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유족들이나, 침묵 외엔 남은 가족들을 지킬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묘지 관리인의 선택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말이 쉽지, 범인의 추적이라는 건 인맥도 기술도 없는 일반인이 도전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하니 미리암이 어떻게 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는지, 투지를 잃지 않을 수 있었는지 더더욱 모르겠다.
감정을 자극하는 문장들이 없는데도 괜히 눈물이 난다. 본인에게는 눈물 한 방울 흘릴 시간도 허용하지 않고 범인들을 쫓고, 법률을 공부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심지어는 범인의 가족들까지 도울 때는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 왜 본인에게는 한 치의 여유를 주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죽을만큼 아플텐데 대체 언제 울려고 이렇게 버티고 또 버틴 것인가. 범인들을 다 잡을 때까지 눌러뒀던 것이겠지만, 결국 그런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마음이 괴롭다.
살인 사건의 약 98퍼센트가 미결이라는 공포의 인용은 2019년 기준이지만, 1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 문제들이 극적으로 개선되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결과를 확인하는 게 무서워서 검색도 포기했다. 그래도 미리암과 파이사, 투서를 보냈던 익명의 주민 같은 사람들의 행동이 계속 변화를 만드는 중이기를, 평범한 사람들이 이유 따윈 없이 끌려가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지 않고 출근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맞서 싸운다고 두려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