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재미가 있는 복고 미스터리
2025-12-31 07:51:27
40년도 더 지난 작품에 제목부터 '용신 연못'이니,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들 생각하면서 집었다. 그리고 예상과는 매우 좋은 의미로 달라서 깜짝. 분명히 지금 적용될 수 없는 개념들은 있고, 도모이치나 마키코가 보이는 안일함에 슬쩍 성질도 난다. 하지만 아이들이 입은 시대의 상처나 교육자의 자세 꼬집기부터, 스리슬쩍 튀어나오는 각종 명언들, 철학적 질문, 명탐정(?), 설마 이런 방향일 줄 몰랐던 결말까지 여러모로 볼거리 만점. 무려 미쓰다 신조 선생의 해설에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안 풀렸다'는데, 나는 눈치채지 못했으므로 이대로 오케이. (해설에서까지 독자에게 추리를 시키다니, 역시 사람 성격 어디 안 간다...)
개인적 최고의 장면은 주인공의 언동에 '아니 이 ●○ 뭐여'라고 생각할 무렵, 딱 맞춰서 미오가 팩폭 퍼부을 때. 그래! 그런 얘기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이걸 일침으로 여기지 않고 여자의 흥분이라 생각하는 시점에서 미래가 없는 기야...어쨌든 잘 보았고, 절판 당시 애호가들처럼 프리미엄 가격까지 감수하지 않고 이렇게 볼 수 있어 두 배로 만족.
어쩌다보니 이게 2025년 마지막 감상문이다. 일 년간 여러 일이 있었지만, 적어도 책들은 여전히 기쁨과 가르침을 나눠주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책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겨우 깨닫기 시작한 한 해이기도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다 읽을 수는 없으니까. 욕심내기 보다는 한 권 한 권 새로운 책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소중히 생각하고, 보낼 책들은 떠나보내야지...예상보다 마음 다잡기가 힘들어 아직도 정리 중이지만, 일 년 뒤에는 책 정리가 다 끝났다고 메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