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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만큼 울적한 그 회의의 상세

by 꼬모2026-01-05 07:15:24
파리 1919 - 새로운 세계 질서를 향한 6개월파리 1919 - 새로운 세계 질서를 향한 6개월

역사서는 어쨌든 엔딩으로 승부하는 장르가 아니니 - 스포일러 시작된지 너무 오래되었으니까 - 세부 사항에 대한 기대만 약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 깨달았다. 경악이나 실망으로 인한 탄식 없이 넘어가는 페이지를 세는 편이 더 빠를 정도니까. 맥밀런 선생의 강조처럼, 분명 이 결정자들이 책임은 있지만 모든 게 이 사람들 탓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이 복잡한 상황에 속병이 날 것 같다. 회의에 참가하지도 못했던 나라의 자손으로서는 제국주의의 탐욕을 실컷 비난하고 끝내고 싶지만, 세상 또 그렇지가 않아...일단 교과서에서는 마치 희망의 등불인 양 언급되었던 민족자결주의가 이런 식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우울하다. 아무리 담겨있는 의도 혹은 해석이 선하더라도, 그 정의부터 정확하지 않은 개념을 무작정 투척할 때의 부수적 피해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까. 모두가 고생했으나 아무도 만족하지 못하고, 한 국가의 숨통이 트이면 다른 나라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에 질식할 것 같다. 분명 많은 요구들이 과한데도, 뜯어보면 다 사정이 있고 하다못해 독일조차 항변의 이유가 있으니...이런 자리에 낙관주의를 가지고 참석한 이들이 아직 있었다는 사실에는, 인간의 긍정성을 평가해야 하는지 현실감각이 떨어졌다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이게 다 민족자결주의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정말 하나도 없다.

긴 드라마 속에 생각해야할 문제가 너무 많아, 하나하나 따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국가나 지도자의 도덕이란 대체 뭔지 답답해지고, 일단 한 표 가진 시민의 입장에서 스스로의 마음도 지금 잘 모르겠다. 일단 발언권을 밀어붙일 수 있는 국력이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여러 나라와 척을 지고 쌍욕을 먹더라도 최대한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물어오는 대표와, 다 같이 평화롭게 살아야하니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하자는 대표 중 한 사람을 지지해야 한다면 과연 나는 후자에 표를 던질 것인가...최근의 뉴스들을 보면 지금이야말로 나만의 답을 작성해야하는 시기인데, 참고할 사례들이 있어 오히려 너무 어렵다. 어쨌든, 봐서 행복하지는 않으나 엄청난 책을, 매우 잘 보았다...


+ 웃을 건덕지가 없는 이 책에서 딱 한 군데, 지금까지 본 빌헬름 2세에 대한 언급 중 가장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장에는 잠시 모든 것을 잊고 대폭소. "그는 병리학적으로 보면 정신이 나간 상태였을 수도 있었다." 모든 인물이나 상황은 단식 판단하면 안 되지만, 이 짧은 답이 정답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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