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 마음을 울리는 특별한 여행기
2026-01-08 07:22:19
추상적인 내용이 잔뜩 나올 것 같은 제목에, 여행 팁을 얻기에는 출간된 지 너무 오래 지났다. 게다가 최근의 여행기들의 일부도 그렇기는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갈수록 현지인들을 깔보거나 비난하는 경향이 강한 책들이 많으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어 ‘읽어는 봐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꽤 시간이 지났는데...지금이라도 읽어봐서 정말 다행이다. 간만에 잠시 필사를 고려해볼 정도로 한 마디 한 마디가 기가 막힌 데다, 낭만을 찾으려는 경향은 분명히 있지만, 동네마다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마음을 열고 이해하면서 따라가는 태도 완전 심쿵이다. ‘이 국적과 이 성격의 작가’와 ‘이 시기’가 맞물리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여행 코스와 사람들과의 대화도 흥미진진. 이후 이 동네들에 더 큰 시련이 찾아오고, 일부 지역엔 아직도 피와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허무하기도 하다. 고난 속에서도 노래하며, 시를 좋아하고 당당한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 휘둘러지는 폭력 아래서, 이 문화적 유산은 과연 이어지고 있을까. 한편으로는 예상 못한 폭소 포인트들, 위험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고들도 다양하게 포함되니 걸러낼 문장이 하나도 없다.
시간이 상당히 흘렀는데도, 이란에서 만난 미국 청년과의 대화를 보면 기시감이 엄청나다. 이해가 부족한 ‘구원자’의 입장이란 지금도 너무 흔하니까...“자기 나라에서 좋은 것이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낯선 곳에서 과연 나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었는가 반성도 해 본다. 그리고 아무리 적응력이 강하고 낙관적이어도 꺾일 만한 몇몇 대형 사고의 기록(특히 원고 분실. 읽는 사람 입에서도 신음이 흐른다...)에서도 슬쩍슬쩍 감동. 쌩고생한 과정이나 갑갑한 마음은 솔직하게 쓰면서도, 낯선 곳에서 문제가 생길 때 흔히 보이는 ‘현지인들과 그 문화에 대한 저주’ 따윈 없으니 잭 런던 같은 작자와는 천지 차이다. 정확한 시각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으나(대부분의 그림들로는 동네 식별 불가능), 두 사람이 겪은 일화에 강렬한 이미지를 더해주는 그림들에도 뒤로 갈수록 정이 붙는 여러모로 멋진 한 권이다. 이 넓은 세상을 내 입맛대로 판단하고 떠들며 끝내지 않고,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며 모자람을 채워가기 위해서라도 이 여운을 최대한 오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싶다.
본편의 흐름에선 좀 벗어나지만, 권두의 사진에 등장한 피아트 토폴리노에도 감동. 문제 생겨서 수리도 종종 하지만, 어떻게든 이 길고 험한 여로를 버팅기는 소형차의 성능 뭡니까. 스포츠카 나오는 영화들에서도 느끼지 못한 이태리 차에 대한 믿음이 갑자기 샘솟는다. 마지막에 트럭 타고 발굴팀들 만난 뒤 토폴리노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게 이 책의 유일한 아쉬움...
“그가 그들을 상냥하게 대하는 것은 반쯤은 진정한 인도주의적 정신에서였고, 또 나머지 반쯤은 그들의 가족으로부터 총을 맞을까봐 두려워서였다.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동기가 다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