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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성 자연 타령에 대한 빨간 펜 첨삭
2026-01-27 07:14:21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 사실과 당위에 관한 철학적 인간학

제목을 보자마자 '그러게요 선생님' 하면서 집었다. 굉장히 얇은 책이지만 생각할 거리는 책 두께의 열 배 이상이다. 계급과 차별 정당화를 위해 툭하면 자연이 어쩌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런 거 따지면 동굴에서 수렵채집이나 하셔야지?'라는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자신을 돌아보니 이제라도 이 책을 읽어서 매우 다행이다. 비난으로 기분은 풀릴지 모르지만, 설득에도 논파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니까.
크게 세 의미로 나눠서 언급되는 '자연'이, 논리상 의미가 없는 동시에 인간의 심리 때문에 아직도 의미가 있다는 것은 씁쓸하다. 불확실성이란 게 참 무섭고, 아무리 논리왕들의 주옥같은 책을 봐도 그 불안을 없앨 수 없다는 걸 잘 아니까. 견고한 질서에 매달리고 싶은 마음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개미나 원숭이들이 자기들을 위해 만든 법칙을 들먹이지 말고, 대지진이나 운석 낙하가 인간의 행실 때문에 일어난다는 생각은 공상과학 작품에만 쓰고, 우리가 현재 가진 걸 기준으로 우리의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건 잊지 말아야지. 대스턴 선생님 말처럼 '정신적으로 칸트를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건 좀 - 이 아니고 많이 - 어렵겠지만...
"자연은 어느 모로 보나 문화만큼이나 다양성이 풍부하다. 따라서 자연으로부터 얻은 규범이 인간에 의해 자유롭게 발명된 규범들보다 더욱 설득력 있게 수렴될 것이라는 희망은 환상에 불과하다. 즉 상대주의와 싸우고자 하는 자연주의 전략은 망하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