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수록 심란한 초창기 주식거래
2026-02-01 07:22:08
부제를 보고 볼까 말까 좀 고민했다. 직업과 노동은 모두 귀한 것이지만, 이 분야에 대해 '가장 유용하고 공정하며 고귀한 사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 하지만, 자랑스럽게 그렇게 써놓은 이유가 궁금하기도 해서 읽기 시작했다.
당연히 한 분야의 초창기와 몇 세기 후의 상황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당연히 최근에 생긴 상품들이겠지' 생각했던 대부분이 이미 그때 다 있었다는 데서 꽤 놀랐다. 지금도 위험한 대규모 투자가 그때는 더 위험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사람이 투자든 뭐든 한 번 꽂히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건 시절이 상관없는데다, 주변인들까지 똑같이 행동하면 위험에 대한 감각을 잃는 모습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투자하다 망한 조상님들 숫자가 더 많은 데도, 돈 번 조상들만 생각하며 꿈을 꾸게 되는 것도 사람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 와중에, 평균 수명이 50세 남짓하던 시절이라 가능한 기막힌 해결책에 충격. "여기서 이사들은 한 가닥의 희망을 또 찾아냈다. 소송에서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시간이라도 최대한 끌어보자는 것이었다. 재수 좋게 그 기간 안에 죽어버리면 돈을 물어줘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단하십니다. 법을 빠져나가려 할 때는 다들 천재가 되는 것도 동서고금이 없어...하아. 게다가 세상이 온정으로 돌아가지 않는 걸 알고도 남을 나이에도, "국민 열 명 중 한 명이 죽는다는 건 아주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뒤집어 얘기하면 나머지 90%는 역병이 돌기 전보다 더 부유해졌다는 뜻이다. 유산 상속 등으로 없던 돈이 생겼기 때문이다." 같은 조용한 팩트는 보면서 살짝 소름 돋는다.
세상에 자금줄을 회전시킨다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VOC와 투자자들의 분투와 희비를 보고 난 뒤에도 여전히 부제의 의미는 와닿지 않는다. 그래도 역자분의 글, 한국어판 부록인지 원서에도 있는지 확실치 않은 박연과 하멜 이야기(둘 다 VOC 소속인 줄은 몰라서 깜놀. 산재도 없는 마당에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취직해야 하다니, 역시 제일 좋은 시절은 현재...)까지 전체적으로 놀라운 이야기들을 보고, 툭하면 까먹는 금융 용어도 복기했으니 만족하며 종료.
"17세기 암스테르담의 주식 파동에서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이 주식 거래의 위험성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금융 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