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드문 신비주의(?) 주인공의 사건 정리
2026-02-02 07:15:40
슬쩍 속표지의 작가 이력을 보며, '변호사인데 소설도 잘 쓰는 사람이 또 있다니...' 라고 조금 놀란다. 재능의 불공평한 분배 사례가 또 있군. 어쨌든 뭔가 있겠다는 마음에 집었는데, 진짜 뭔가 있었다. 주인공이 있는 시리즈물에서 클라이막스 파트까지 주인공 대사는 커녕 정보가 거의 없는 이 신박함...마지막까지 '양복을 잘 다려입는지, 승률이 얼마나 되는지' 등등의 정보는 하나도 없지만, '자신'이 아니라 사건을 논하는 문장들에 무쓰기의 성격이 잘 녹아나와 충분히 호감을 갖게 된다. 검찰의 주장과 변호사 주장이 설명될 때는, 간략하고 보기 쉬운 정리에 잠깐이지만 '소설로 보는 재판 진행' 특집기사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인 것도 개인적으로 굿.
그렇다고 마냥 즐거워하며 읽을 내용은 도저히 아닌 것이...초반의 진술들이 죄다 불쾌해서, 누구의 말이 진실이라도 속이 시원해질 길이 없다. 그렇다고 뒤에서 햇살이 비추는 것도 아니고. 무쓰기의 결론을 읽고 나면 아무리 가상의 인물이라도 연약한 아이가 너무 가여워서 범인에 대한 분노를 잊을 지경이니. '일단 뒤집어쓸 놈 찾아야 한다'라는 건 익숙한 범인의 기본 소양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도덕(?)이 이렇게 없다니! 하나씩 따져보면 무쓰기에게도 약간 성질이 나긴 하지만, 직업의 본분에 충실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이 변호사를 미워할 수는 없다. 어쨌든 분노가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하면 복수 계획을 짜는 게 아니라 정신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이러면 복수가 되겠지!'라고 머리 굴리고 일을 벌였는데도 상대방에겐 별 타격이 없고 이쪽만 남는 것 없는 뻘짓될 수 있다는 교훈도 잘 전달받았으니 오케이. 다음 이야기가 어떤 내용일지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도 무쓰기의 상세정보가 공개될지 매우 궁금해서 속편들 꼭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