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미로 놀라운 밥상머리 정치
2026-02-03 07:08:22
예전 임금들보다 지금 서민들 쪽이 다양하게 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통치자가 하늘이던 시기 그들이 얼마나 잘 먹었는지 좀 보려고 집어 들었다. 그리고 예상 외의 정치적 신경전과 끝도 없이 나오는 부정부패에 매우 당황. 뭐지, 이 알차지만 밥맛 떨어지는 지식들...
두껍지도 않은 한 권에 사람 지치게 나오는 환관 - 유림 사이 파워 게임에는 밥 말고도 수많은 요소들이 얽혀있지만, '역시 사람은 자기 밥상 차려주는 이를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교과서의 사진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종의 단식 이력이나(독일식 케이크를 즐겼다는 언급을 보면, 단식 후 요요가 어떻게 왔을지 알 것 같다), 유자광이 그냥 기이한 정치가가 아니라 왕실 음식과 임금의 매 끼니를 담당했었다는 것(역시 여러 의미로 위대한 밥상의 힘...), 부패의 유혹과 업무 외 잡무에 시달리는 요리사들 등등 신기하고 한숨 나는 이야기들에 페이지가 언제 다 넘어갔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머릿속의 성종 이미지가 좀 바뀌었다. 감선하는 태도도 그렇고, 아들내미가 이렇게 장기간 털어먹을 재화를 비축해 두다니, 법률만 전문인게 아니라 재정 관리 능력까지 톱클래스가 아닌가. 한국사 책들 좀 다시 보고 확인해야겠다는 의무감도 덩달아 샘솟는다.
예나 지금이나 구멍 난 시스템도 이런 저런 요소들이 맞아떨어지면 기막히게 오래 간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하기도 하면서, 궁궐 부엌 사정 잘 보았다. 그리고 다음엔 정말 궁중 음식 책을 보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