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번쩍 드는 얼음물 지정학
2026-02-21 07:54:35
팔랑귀에 툭하면 감동하는 체질이라, 지식을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여러모로 반작용이 많고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나름 신경 쓰며 읽는 편이다. 그렇다고 조절이 그리 잘 되는 것은 아니고, 특히 이 책에선 많이 힘들었다. 일단 마음이 가벼워지는 대목이 없고, 후반 아프리카 챕터에서는 순간적으로 울컥해서 별 생각들(반 이상은 삼천포)을 다 하다 보니 진정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소름 끼치는 현재진행형 제국주의, 당장 식민지 신세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한국, 나 자신의 몰이해, 어릴 적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되던 부끄러운 소재의 프로그램들 등...
흥분이 가라앉은 뒤 다시 보아도, GDP 해설, 레반시즘, 경제 손실과 외교 마찰을 동시에 불러오는 일대일로 등의 이야기에서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하기 어려운 것은 변함없다. 인류가 명백한 경제적 손해를 불사하고 환상을 추구하는 모양새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현재의 그 규모와 속도는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범위를 완전히 넘어선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을 연구하면서 절망하는 게 아니라, 각성해서 현실을 개선하자고 말할 수 있는 태도는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그 취지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독자가 되고 싶으나, 한 표의 힘은 미미하고 거대한 힘을 가진 이들은 이런 책을 보지 않는 현실이 두렵다. 그래도 소심한 독자 1도 반성하고 괴로워하면서 1mm라도 나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내용이 너무 써서 눈물이 나더라도 계속 읽어야겠지...
"어떤 것이든 간에 신화를 부정하려면
확실한 근거에 따라 익숙한 모든 것에
매몰차게 등을 돌려야 한다.
그 순간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은 끝나고
새로운 세계가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