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보아 죄송한 노트의 대단함
2026-02-27 07:54:01
표지만 봤을 때는 좀 관념적인 책일까 했는데, 예상외로 재미있었다. 개인적 기록과 휴대용 노트의 역사 도 흥미롭고, 새롭게 변화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미친 역할의 해설들도 놀랍고, 나 자신이 하는 기록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고 여러모로 굿. 한편으로는 그만큼 답답하기도 한 것이, 연구가 제대로 서유럽권에 한정이라는 점. 몰스킨 스타일의 노트를 이야기하려면 어쩔 수 없는가 생각도 들지만, 극동에 필기 매니아들이 얼마나 많은데...연구 힘드니까 당신네들 조상 이야기는 알아서 챙기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어쨌든, 모뎀도 없던 시절 해외토픽 뉴스 보던 기분에 즐겁다. 미술사의 변천에 종이와 스케치북이 미친 영향이나, 각종 여행 기록, 저명한 노트 매니아들, 기록과 정신 건강(읽고 나니 오히려 알쏭달쏭해지기도)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 한편으로, 경찰 수첩 파트처럼 약간 안 좋은 충격을 주는 이야기도 있지만. 깊게 생각하면 예전 흠모하였던 아날로그 수사물 형사들 이미지까지 깎여 나가니 넘어가고...개인적으로 풉풉 웃었던 건, 중세의 발췌문 노트들과 책 판매의 관계. 돌려보는 노트가 SNS로 변했다 뿐이지 결국 사람들 하는 일 똑같구나. 친구 노트에 쓰인 인용문에 낚여 서점 가서 책 주문하는 그 시절 사람들을 저도 모르게 상상하게 된다. 책이 지금보다 비싼 시절이니, 실제로 읽었더니 재미 없었으면 우정이 박살날 수도 있었겠지...
종이에 써내려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습관적인 (조악한) 독후감도 내 회백질을 변화시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평소 종이에는 그날 보고 버리는 메모들만 쓰기 때문에 멋진 고급 노트와는 인연이 없지만, 간만에 문구점에 가서 하나 집어올까 생각도 들고. 좋은 노트에 악필로 뭘 적을지는 나중에 고민하기로. 어쨌든 흥미진진한 한 권에 대만족!
"충분히 사용하라. 그러면 노트가 뇌를 바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