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이고 거북한 반백 년 전 여행기
2026-03-01 08:02:43
「쓰는 인간」에서의 묘한 언급에 낚였다. 매력 있고 잘 된 여행기이면서, 언급된 이들의 불만을 샀고 뻥이 섞여 있다는 책의 내용은 과연 어떨지. 책을 펼치니 전기작가가 쓴 애정 넘치는 서문이 먼저 사람 속을 태운다. 30쪽이 넘게 '읽자마자 푹 빠지게 멋진데, 진실이 꽤 부풀려지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고 심지어 표절한 구절도 있음에도 어쨌든 훌륭하다'는 얘기를 하니, 궁금증은 더해가고 대체 이 서문은 언제 끝나나 싶고...
어쨌든 그렇게 들춰본 책은 과연 최신 무선 청소기마냥 조용하고 강한 흡입력이 있었다. 하지만 읽기 전 이미 알고 있던 문제점들 외에, 개인적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는 포인트도 꽤 많다. 작가 본인의 시선보다는 인터뷰 대상인 백인 이민자들의 시각 문제지만, 책 전반을 관통하는 토착민들의 고통은 도저히 낭만으로 덮을 내용이 아니다. 하지만, 떠도는 이들의 고독뿐 아니라 지옥의 매지컬 리얼리즘같은 이 이야기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읽히고 있는 것이겠지...그렇다고 쓰린 맛이 가시는 건 아니지만.
부치 캐시디 전설이나 마지막의 경악스런 발굴 과정까지,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하며 잘 읽었다. 글 속에서도 파타고니아의 풍경들은 낭만적이고, 실제로 보면 더 아름답겠지. 하지만 사필귀정이 적용되지 않는 세상에서 흐른 피들 - 아마도 책에 언급된 일화들은 빙산의 일각 수준이리 - 을 생각하니, 방문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 책을 바이블 삼아 길을 떠나기엔 너무 약한 자신의 멘탈에 한숨 쉬며, 오늘의 감상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