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은 맞는데 코미디도 맞...겠지?
2026-03-04 07:15:50
작은 선물 포장을 방불케하는 외관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다. 뒷표지에 '이 프로젝트는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고 적혀있는데 과연 그랬습니다. 내가 웃는데 웃는 게 아닌 것 같고, 이거 웃어도 되나 판단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미코 부인 파트가 진행될수록 진짜 다큐 보는 마냥 마음이 무거워져서 장르를 잊을 지경. 장르가 부조리극이 아니고 이 세상이 부조리네...할머님 캐릭터가 LOL 동접자 마냥 지금도 온 세상에 존재하리란 상상이 드는 것은, 부정적 편견이 부르는 망상인가.
마지막 촬영만 남기 시작하니 다시 알딸딸한 풍자가 시작되어 안심 아닌 안심을 했지만...초반의 능구렁이 인상으론 예상 불가능한 방향으로 가는 J. 넛지의 선택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설마설마하는 사이 얇은 책 다 끝나버렸음. 그리고 나서 맨 앞의 아론의 편지와 마지막 페이지를 다시 보니 정말 골때리는 여운이 밀려온다. 이게 헝가리 발 펀치의 맛인가. 지금 봐도 일품(?)인 이 쿡쿡 찌르는 센스를, 70년대 사회주의 국가에서 선보이셨다니 슬쩍 무섭다. 소개글에 언급된 작가분의 고난 설명이 짧아 괜히 더 상상하게 되는데, 그래도 어디 골방 끌려가신 적은 없는 듯 하니 그나마 다행인가.
여러 의미에서 감탄도 하고, 최근 읽었던 "좋은 죽음"에 대한 책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죽음의 순간이란 무얼까'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니 오늘의 픽업은 틀리지 않았다. 짝짝짝.
"네가 보고 있는 그놈의 예술과 학문을 찍어봐.
정직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라고.
마치 다리를 건설할 때 스킨스쿠버들이
수면 아래에서 벌이는 일들을 보여주듯,
그런 자세로 임하라고.
문제는, 여기서는
스킨스쿠버들이 익사를 한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