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채로운 사랑의 유물들
2026-03-14 07:18:11
권두의 정대건 작가님 추천사가 너무 근사해서 책 열자마자 놀란다. 이런 추천사면 백만 부 팔려야할 것 같은데 세상은 정말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본문도 편지부터 건물, 전설부터 실화까지 김밥천국 수준으로 없는 게 없고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다. 어이없는 대목들도 있긴 하지만, 실제로 사랑이란 감정도 그런 부분을 빼놓을 수 없으니 어찌하리오. 숨이 멈추고 육신이 썩어 뼈만 남았어도 서로를 끌어안고 있던 이들과, 상대방을 죽이겠다고 무기 들고 결투한 부부들이 같은 책에 실리는 것에선 무상함도 느낀다.
나이 들어 이리 훑어보니 예전과는 다른 부분에서 놀라게 된다. 뭘로 기록하든 노력과 상대적 자본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많이 들던 시기에, 생식 욕구에 대한 표현을 어떻게든 남기고야마는 이 열정이 유물들보다 더 낯설고 신기하다. 시대 차이보다 이 온도 차이를 따라갈 수가 없는 자신을 슬퍼해야 하는가...
누군가를 향한 열망이란 아름다울 때보다 해괴할 때가 많다고 마음 속으로 거의 결론을 낼 무렵, 대단원을 장식하는 앤 드루얀의 글이 주는 감동에 다시 반성한다. 이래서 별의별 못 볼 꼴의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란 감정이 칭송받는 것이겠지. 곁에 있는 존재를 인생의 기적이고 행복이라 여기는 이들이 있어서 아직 세상이 망하지 않고 버티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또 내가 그를 어떻게 대했는지,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돌보고 또 가족을 돌봤는지, 그 기억은 내가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나는 칼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를 봤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봤다. 이 우주에서 서로를 만난 것은 아주 멋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