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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먹구름 끼는 포화와 서적 사이

by 꼬모2026-04-03 07:47:21
전쟁과 책 - 전시의 출판과 독서의 문화사전쟁과 책 - 전시의 출판과 독서의 문화사

제목에 쓰인 단어부터 너무나 묵직해서 꼭 읽어야 할 것 같은데, 표지에서 책 읽는 이의 얼굴에 멈칫한다. 분명 알아야 할 내용들이 들어있겠지만 기분 좋은 내용 하나도 없으리란 예감 풀풀. 그리고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

세상 모든 도구는 쓰기 나름이지만, 책을 이런 식으로 들여다보니 굉장히 울적해진다. 거론된 많은 경우에 이 도구가 없느니만 못할 때가 있으니...한편으로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쓰레기와 보물 사이를 오가며 불타고 버려지고 뺏기는 쌩난리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헛웃음. 그 와중에 몇 년 안에 억 단위로 책이 사라지고 또 그만큼 나올 수가 있다는 걸 읽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 지구가 그때 민둥산이 안 되고 지금까지 왔다는 게 용할 지경. 그리고...나치가 정말 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일단 단독 1위는 말도 안 되는 숫자의 인명 학살이니 개인적으론 다른 범죄들은 비교적 안 놀라고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하지만 폴란드인 전체를 우매화하려 했던 시도를 읽다보면, 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의 외국인 입장에서도 잠시나마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로 분노가 치솟는다. 폴란드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음. 뒤로 갈수록 책 이전에 탐욕과 복수란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머리 싸매게 되는 점은 덤이다. 고뇌해봤자 답도 없는데 솔직히 답을 알고 싶지가 않음...하아.    

씁쓸하나마 웃은 부분이 있기는 했다. 당장 당시의 잘난 사서들이 겁내 경멸하는 장르와 독자상을 보니 입에서 실소가 흐름. 기분은 별로지만 추리와 스릴을 모르고 사느니 교양 없는 독자로 그냥 살고 싶습니다. 없는 게 나은 부하를 짜르는 게 아니라 휴가를 주어 명작을 탄생시키는 영국 군대 스타일엔 좀 다른 의미로 감탄. 재능과 인간성엔 하등 관계없다는 진리도 재확인한다. 모두가 아는 사실도 확인할 때마다 맛이 새롭다는 것도 웃기고 참. 어쨌든 속이 터져 나갈 것 같은 내용들에도 바람 빠질 구멍이 약간 있긴 했다는 거... 

디지털의 시대에도 어쨌든 책과 신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저자의 말처럼 "책과 책이 영원성을 부여한, 책 속에 든 생각은 우리보다 오래 살 것이다.". 멋지고 좋은 생각들만 아니라 없어졌으면 하는 것들도 함께 살아남을 것이니, 그걸 가려서 받아들일 후손들의 능력이 지금보다 뛰어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어쨌든, 참 텁텁하지만 대단한 내용을 접했음에 감사하며 오늘분 잡상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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