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안 하면...좋은가?
2026-04-05 07:22:11
어디서 무슨 소개를 보고 리스트에 넣었는지가 생각 안 날 만큼 시간이 지났지만, 드디어 읽었다. 그리고 첫 페이지부터 띠용...이 페이지만 발췌하면 쌍팔년도 한국 청춘 소설에서 고교생이 읊어도 이상할 게 없다. 노예 같은 시민을 만드는 교육을 까는 내용인가 했는데 읽다 보니 그쪽이 아니라 호기심과 당황이 동시에 밀려온다. 무엇보다 주인공 성격이 너무 대단해서 정신과 의사 분석 있으면 좀 읽어보고 싶을 지경. 냉소와 흥분과 오만과 짜증이 이런 식으로 뭉칠 수도 있는가. 일단 주인공이 완성한 이력서 내용이 너무 대단해서(취직 사이트에 실수로라도 올라가서는 안 될 샘플...) 나중에 책 결말은 까먹어도 이 부분은 기억할 것 같다. 작가가 세상에 던지고 싶던 말이 여기 다 들어있는 거 아닌가, 비평 능력도 없으면서 잠시 상상도 해보고...
모범적인 감상을 하려면 권말 해설을 따라 여러 번 되씹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지금의 여러 상황에 꽤 적용이 되는 문장들에 멋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너무 곁가지를 치면 중요한 흐름을 놓칠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인간을 양성하는 학원과 벤야멘타 선생의 심정 변화가 세월을 넘어 한국까지 번역되는 것엔 이런 이유들도 있는 게 아닐지...'생각하는 삶을 집어치우고' 떠날 용기는 없지만, 머리 터질 때 가끔 이 책을 떠올리며 한숨 돌릴 수는 있으리라 생각하며 오늘 감상 종료.
"무엇 때문에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것을 기대해야만 하는 거지? 꼭 그래야만 하나? 나는 그저 미미하기 짝이 없는 존재일 뿐이다. 내가 작디작은, 아무 가치도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그것을, 그것을 난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고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