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고 안쓰러운 동남아 귀신들 이야기
2026-04-12 07:21:46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제목이다. 이런 훌륭한 책(펴기 전부터 별 다섯 개)이 있다는 것에 흐뭇해하며 보았고 과연 재미있었다. 거리로는 훨씬 먼 나라들 전설에는 친숙하면서 동남아권 귀신을 몰라 감탄하는 자신의 모습이 매우 미묘하긴 한데...에잇, 늦게라도 즐겁게 보면 됐지. 다른 생각하지 마...
한국과 비슷한 귀신들이 생각보다 많아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하는 마음도 들지만, 역시 환경 차이인지 극동인 입장에서 신기한 설정이 많다. 필리핀 엘프의 존재부터, 기본 포즈가 물구나무라거나 혀로 주인 얼굴 핥아서 성형수술을 해준다든가 하는 아이디어 참으로 신선.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거나 사역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도 그렇고, 흡혈귀나 시체 먹는 귀신 종류가 상당히 다양해서 떠오르는 질문이 한가득임. 제미나이 슨생에게 하나씩 답변 듣다보니 어쩐지 슬퍼진다. 결국 사람 발상은 환경에 맞춰서 나오는구나, 쩝. 엄청난 비중의 여성귀신들의 사연은 그냥 봐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남자한테 살해당하고, 임신 중에 죽고, 애 낳다 죽고, 유아 키우다 죽고, 기숙사에서 죽고...의학 지식과 인권 부족을 먹고 자란 전설들이라 생각하니 숙연해지면서도, 페이지 넘길 때마다 멋진 그림들과 신박한 능력에 오오 소리 절로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경건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옛날 분들...
어쨌든, 과연 이것이 귀신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 미묘한 피 풀락('매우 빠른' 것만으론 역시 부족허다)이나, 설정 자체가 벙 찌는 포네기 타예(역시나 이유를 알게 되니 씁쓸)까지 잘 읽었다. 개인적으론 맘바바랑이 마블 코믹스에 나오면 좋겠고, 엄선된 100종 귀신을 보았으니 다음엔 꼭 봐야 할 동남아 요괴 1001 이런 걸 좀 읽고 싶은데...세상 언제 내 맘대로 되던가. 유튜브나 더 뒤져보자고, 묘하게 입에 안 붙는 요괴들 이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오늘 감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