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한숨 부르는 궁궐 난리 해설서
2026-04-14 07:15:04
재미있을 것 같아 덥썩 집었는데, 읽다 보니 속이 터질 것 같다. 이런 자료들을 찾아 정리하시면서도 서문에 사랑과 희망을 언급하신 저자 분의 멘탈에 놀랄 지경. 끝난 지 오래된 사건들인데도 정말 질린다. 삼국시대도 아니고, 아니, 고려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데, 민간도 아니고 한 나라의 수장과 엘리트들이 모여서 이게 뭔 짓들인가...
세간에 이미 알려진 사건들도 설명을 보니, 그 뒤에 있는 무속의 파워에 머리가 띵하다. 일단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성수청과 국무당의 존재 자체가 언빌리버블. 아니, 괴력난신 멀리하는 유교 국가라서 옆나라를 그렇게 허리 숙여 모신 거 아니었습니까? 그냥 조작과 몰아붙이기가 간편한 소재로 저주를 이용한 게 아니라, 이 정도로 몰입하고 주물을 생활소품처럼 써대는 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매일이 불안하고, 어디 염증만 잘못 걸려도 바로 죽을 수도 있는 세상에 살면 뭔가 불안을 달랠 수단을 찾게 되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일반 백성도 아니고 꼭대기에서 대놓고 이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불가. 효종의 궁궐 대청소에선 정말 실소 터진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허술한 조선의 궁궐 경비에 다른 의미로 놀람. 이런 환경에서 암살이 줄줄이 사탕마냥 일어나지 않고 지나갔다니...이런 정부 아래서 살아야했던 일반인들이 너무나도 가여울 뿐이다.
여러모로 뒷맛 별로지만, 변하지 않는 인간의 어두운 면이 가장 씁쓸하다. 유교도 믿고 무속도 믿으면서 좋은 쪽으로 행동할 수도 있지 않나. 사람 존중하고 예의 잘 지키면서 마당에 물 떠놓고 우리 사회가 화기애애해지기를 바라고 살 수도 있는데, 꼰대 작렬에 별 중요하지도 않은 부분 꼬투리 잡는 한편 적을 저주하는데 골몰하는 최악의 콤비네이션만 이어지니...세상이 불안으로 터져나갈 것 같은 이 시기, 과연 지금은 괜찮은지, 자신은 반복되는 실수의 일부분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다시 생각해보며 감상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