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지금도 틀린 그 시절의 분석
2026-04-17 07:15:13
이대로면 인류 멸망 위기를 조만간 보겠다 싶은 불안에, 나름 고전인 책에서 가르침을 받고 싶었는데 완전히 잘못 짚었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완벽할 수 없다는 점과, 1987년이라는 발간 시기를 고려해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도입부에 생각할 거리를 주는 문장들이 확실히 있지만, 책장 넘길수록 미묘해지면서 어느 정도 지나면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저 유럽이 최고고 나머지는 안타깝게 유럽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을 참 명백하고 고상하게도 써놨으니... 확 덮어버리려다, '과연 얼마나 더 가나 한 번 보자'고 이 악물고 다 봤다. 이게 과연 보람이 있는 행위인가는 의문이지만.
불쾌한 문장들 발췌 다 하려면 끝도 없지만, "화학자이자 중국학자 조지프 니덤은 그 점을 명료하게 말했다. '유럽은 그냥 과학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세계 과학을 창조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거의 유럽 홀로 한 일이다."에선 그냥 껄껄 웃게 된다. 이것이 존경받는 역사가의 해석이라니 참 끝내주기도 하지. 이 대단한 관점을 2026년 현재 인도와 중국이 아주 작살을 내고 있다는 걸 저세상에 있는 저자에게 알릴 수 없음이 아쉽다. 인도가 몇 년 전부터 댁의 조국보다 잘 산다고, 영국 빈곤율이 쭉쭉 올라가는 걸 뭐라고 해석할 거냐고... 미국에 대한 긍정 분석은 요새 뉴스들 보면 무리가 있으나, 이 분위기가 일시적일지 정권 따라 바뀔지는 더 봐야 알겠지. 어쨌든 읽었으면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을 기억에 남겨야 하는데, 열 냈더니 피곤해서 의욕이 안 난다.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국제 정세 속에서, 지금 잘 나가니까 영원히 잘 나갈 거라고, 따져보면 원래부터 남보다 잘났었다는 식의 생각 따윈 안 하는 것이 좋다고 거듭 생각할 뿐. 꿉꿉한 이 마음을 빨리 추리소설로 달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