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들'에 대한 다양한 해설들
2026-04-27 07:13:19
이름 뒤에 본인 잘생겼다고 덧붙이는 엮은이 덕에 일단 웃고 시작한다. 외견에 대한 분석들이 체중, 장애나 문신, 현대 미술까지 다양하게 펼쳐져 맛볼 것들이 웬만한 뷔페 수준. 여러모로 흥미로우면서도, 착잡함을 안겨주는 분석들이 눈에 띈다. 많이 보면 정든다는 건 어지간히 경험 쌓여야 깨닫는 것이고, 당장 외모에 대해 강박을 가진 사람에게 이 글들 보여준다고 생각이 바뀔 건 아니니까. ''같은 정신병을 앓아도 못생길수록 독한 처방을 받고 입원도 오래 한다. 반면 매력적으로 생길수록 빨리 퇴원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재판에서도 원고의 외모가 멋질수록 피고가 불리한 판결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대목 읽으면 강박이 몇 배는 심해지는 거 아닌가. "의사들은 뚱뚱한 환자는 어차피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니 괜한 시간 낭비를 하지 않으려고 조언은 간단히 대충한다고 대답했다." 같은 구절 보면 그냥도 한숨 한 바가지 나온다. 아플 때 의사가 날 홀대할까 두려워 살을 빼야 하는 건가, 속 편하게 살기가 뭐 이렇게 힘들어.
자기연출이나 괴물의 개념처럼, 새삼 뜯어보니 아리송한 기분이 드는 부분도 있다. 필터를 거친 세팅 사진들이 물질적인 면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SNS 회사들의 가이드에 복속되고 있다는 증거물인 건가...사진 업로드를 하며 '노출 본능'을 채우는 게 아니라, 노출 본능을 미끼로 기업들에게 낚시를 당하는가? 이제는 의미의 범위가 좁아져 큰 생각 없이 사용하는 '괴물'이라는 단어에, 이렇게 부도덕한 의미를 담았던 과거가 있다는 사실에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쨌든 현재 통용되는 의미로 앞으로도 사용하게 되겠지만, 이렇게 한 번 쌔한 기분 들고나니 비유로 편하게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괜찮아, 세상은 넓고 단어는 많아...
잘생기면 유리한 세상 구조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시각적인 면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완전히 주관적이니 역시 신경 끄고 사는 게 최고인지도 모른다. 청결이나 장소에 맞는 복장 관리면 모를까, 타고난 내 얼굴을 마주치는 이들 한 명 한 명의 기준에 맞춰 조정할 도리는 없으니까. 예술 감상도 중독이 될 수 있다는 신경생물학자의 단언을 접하고 나니, 그 정도까지는 원하지 않지만 역시 자주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어렵게 느껴지는 신체 예술도, 자주 보고 친근해지면 뭔가 촉이 올지도 모르니까. '알게 되면 보인다'는 한세월 전의 유행 문장도 있지 않았나... 이런저런 잡생각들 실컷 하며 오늘의 감상 종료.
"결국 진짜로 무엇인가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한 면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 대상에 전반적으로 적응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볼줄 아는 사람은 한 번 본 것으로
대상을 전부 이해했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는다.
이런 자각 없이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은
대상을 모욕하는 일이다.
진정으로 한 사람을 볼 수 있으려면
그 사람을 단순히 눈에 보이는 대상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의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며 그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