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고전은 좋은 것이여...
2026-04-28 07:25:44
죽고 못 살 것처럼 친한 사이도 여행 가서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면 무슨 싸움이 날지 모르는데, 서로에게 짜증내면서 국내도 아니고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은 추리가 아니라 어떤 장르라도 불행의 씨앗이다. 게다가 딱 봐도 수상한 사람이랑 독한 술을 마시기까지 하니 불행해지고 싶다고 굿판을 벌이는 수준. 해결할 사건이 있어야만 하는 픽션의 세계이니 어쩔 수 없지만, 시작부터 참 많은 교훈 준다...어쨌든, 『얼마나 천사 같은가』보다 훨씬 전에 번역된 걸 이제야 겨우, 상당히 즐겁게 읽었다.
해결사 도드가 주인공도 아니면서 등장도 빠른 편이 아니라 아쉽지만, 이쪽도 말발 대단하면서 은근슬쩍 인간미 자랑하니 만족스럽다. 언동 하나하나가 읽는 사람 속 터지게 하는 버턴 양이나, 막장 드라마 속 시어머니 기질이 넘치는 길(요새 미드라면 제일 먼저 살해당하고, '이 사람 죽일 이유가 없는 사람이 없다'고 경찰들 쌩고생시킬 상...) 같은 인물들과의 대화마저도 센스 넘치니 술 안 마시고도 '크으~' 소리가 절로 나옴. 이런 캐릭터를 일회용으로 쓴다는 건 '이 정도 매력적인 탐정은 또 만들어낼 수 있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게 아닐까. 역시 천재의 발상이란 멋지면서도 두려운 것...
클라이맥스의 재현 쇼는 약간 미묘한 면이 있지만, 전화 교환수라는 직업이 있던 시대면 이런 압박이 아직은 먹혔을 수 있다 생각하고 넘어간다. 마지막 한 줄까지 재미있었고, 사람 대할 때 친절할 필요까진 없어도 어느 정도 마지노선은 가져야 서로 살기 편하다는 가르침도 얻었으니 굿. 유작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유감이지만, 속이 갑갑해질 때 집어들 수 있는 밀러 선생님의 작품들이 있다는 것에 두 손 모아 감사하며 감상 종료.
"당신 생각은 어떤데요?"
"내가 생각한다고 누가 돈 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