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움켜잡는 '우주적 쌍둥이'의 여정
2026-04-30 07:45:19
접할 기회가 있던 책들 중에서, 주인공이 장수하면서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는' 이야기들 읽으며 그 사랑에 공감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었다. 오히려 둘 다 비호감이거나, 주역들 수명 분량만큼 길고 파란만장한 역사 해설에 그냥 묻어가는가 싶을 때도 있고. 그래서 성장, 파도치는 이탈리아 역사, 장애를 보는 시각, 양심과 가족에 대한 질문까지 두루 갖추었으며 '그녀와 그'의 매력과 공감도까지 높은 책과 만났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인데...이미 도입부에서 노년의 미모가 처한 환경을 보며, 예정된 슬픔이 결말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읽는 내내 마음이 복잡하다. 그 불행을 알고 싶지는 않은데, 홀린 듯이 계속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으니.
죽은 사람이 뭐가 무섭냐던 순간부터 사람 빠져들게 만드는 비올라에게, 그런 비올라를 따라가는 미모에게 완전 빠져든다. 짓눌릴 것 같은 환경에도 꿋꿋한 두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인간들이 어찌나 미운지...치오 알베르토 나올 때마다 제발 비참하게 죽으라고 이를 갈게 된다. '이 ○●도 사람이긴 하구나' 싶은 묘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로는 용서 불가! 파티 중 비올라가 옥상에서 등장하는 순간에는 속에서 비명이 절로 나온다. 반짝이는 꿈이, 어린 시절이 이렇게 사라진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세파에 찌들며 변해가는 모습에 대한 애잔함도 그만큼 커진다. 너, 날 배신했지라고 어둠 속에서 비올라가 속삭일 때는 읽는 사람 마음도 방황한다. '어떻게 이런 짓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미모가 던지는 변명들이 틀린 말도 아니니까. 아마 세상에도, 작정하고 등돌리는 일보다는 이런 식의 파탄이 더 많지 않을까. '너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지만 이게 현실'이라는 생각으로 한 행동이, 대놓고 하는 반대보다 더 큰 아픔을 주는 경우가.
그래도, 고집 세고, 서툴고, 잘못된 선택도 하고, 때로는 일부러 사람을 상처입히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스스로를 되찾고 일어서는 두 사람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다. 아아 비올라, 미모, 활자로밖에 만나지 못하는 너희들을, 짧은 시간이지만 사랑했다...
어디 정치 스릴러 주인공 같은 프란체스코를 비롯해 비안카, 비토리오, 비차로 남매, 어머니, 저주스러운 캄파나까지 모두가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에 성모와 예수의 모델이 누구인지 미모가 밝혔을 때의 찌릿한 전율도. 이야기가 끝난 것이 너무나도 아쉽지만, 모든 이야기는 끝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중얼거리며 감상을 마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만약 전부 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겠지, 미모.
네가 단 한 번도 틀리는 법 없이
처음부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넌 신인 거야.
네게 품은 그 모든 사랑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조차 신을 낳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