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잘 살려면 착각도 환상도 금물
2026-05-03 07:09:38
집단으로 살아남는 능력이 강하다는 것이 잘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딱히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참 별의별 설명을 접하니 여러모로 착잡하다. 개보다 이미지 기억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슬퍼해야 하는지, 개는 원래 대단한 동물이라 감탄해야 하는지 판단 참 힘들다. 많은 포유류들이 동종 간 다양하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이나 인간 외 영장류의 새끼 학대도 그렇고...하지만 이런 사실들로 끙끙대는 것 자체가 문제인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문제 삼는 '의인화', '편향된 인식' 없이 각 동물별로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도 생존 방식도 다르다는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런 고민들을 할 이유가 없겠지.
앞부분은 고민보다는 동물들의 이모저모에 대한 재미의 비중이 더 높지만, 막판의 트랜스애니멀리즘이나 동물의 법인격 얘기에선 무거움에 '어이쿠' 소리 절로 나온다. "우리 사회가 동물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을 제대로 따지면 목장, 육류 섭취, 사회 시스템까지 들추고 뜯어고쳐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 이전에 각오는 되어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부끄럽게도 모르겠다. 사회 안에서 개인이 보이는 다섯 가지 반응에 대한 설명이, 객관식 시험 문제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정답은 5번이 맞는 건 알겠는데 실제 당신은 무얼 하고 있나 물어보면 잘 평가해도 3번이니 이걸 어째. 동식물이 없는 세상에선 인간의 생존도 불가능하다는 걸 머리로 알아도, 여전히 행동은 쉽지 않다. 그래도 이렇게 끙끙대는 동안에는 적어도 1번이나 2번은 되지 않을 거라 되뇌면서(믿고는 싶은데 확신은 못하겠음) 오늘의 잡상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