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감상한 명화 미스터리
2026-05-05 08:17:15
옛 그림을 둘러싼 추리 소설이 매대에 상시 구비되었던 시기가 기억난다. 어떤 작품은 오래 남고 어떤 작품은 잊혔지만, 어쨌든 그런 소재를 꽤 좋아했었는데... 딱 그 카테고리의, 그 시절 작품을 지금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도도한 예술사 스릴러'라는 문구는 확실히 과장이고(소설이 포함된 해설서에 가깝지 않을까), 과거 파트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부분 비호감이라 호불호는 갈릴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다. 소재가 된 가브리엘 데스트레의 그림이 다른 의미로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라 더 그런 것 같다. 미술사 책에 등장 빈도가 꽤 있으면서도 매번 해설이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라는 식이고, 에로도 아니고 수태고지도 아니고 보는 사람 알쏭달쏭하게 하니... 이 그림과 비슷한 그림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도판까지 같이 소개되었다는 데서 이미 기본 만족도는 채웠다.
음모에 휘말린 주인공이 진실을 밝히려고 할 때는 대개 읽는 사람이 응원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데, 이 경우엔 비냑의 태도가 너무 답답해서 이야기의 본분(?)을 잊고 '아 제발 말 좀 들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아니, 이 막무가내 자신감에 남의 말 귓등으로도 안 듣는 태도 뭡니까. 신분 낮아, 인맥도 없어, 눈치가 빠른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절도나 잠입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고집만 황소고집. 주인공이 너무 만능이어도 김이 새지만, 이런 설정이면 몰입도 게이지가 쭉 내려간다. 죽든 살든 진상이 나오긴 할 테니 일단 넘기자는 마음이 든달까. 어쨌든, 부록의 해설까지 나름 흥미롭게 읽었고, 정치판엔 '사랑 퍼포먼스'는 있을지언정 사랑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는 교훈도 재확인. 소설 본문보다, 묘사된 공작부인의 증상을 입력하자 나온 제미나이 해설에 더 놀라는 경험도 했으니(초진은 다 인공지능이 해줄 시대가 생각보다 더 가까운 것 같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래도 어지간히 프랑스 역사 혹은 미술 미스터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2026년에 엄지 척 들고 추천하지는 않을 듯. 지금은 지금의 유행이 있으니 충분한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