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을 기억하는 음악이란...
2026-05-10 07:56:27
나이가 들수록, 아픈 역사와 희생자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모범 답안이란 게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제목을 보고 그런 생각을 정리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집었는데, 읽고 나니 정리가 되는 건지 더 혼란스러워졌는지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읽어서 좋은 책인 건 틀림없지만서도. 클래식 지식이 풍부했으면 좀 더 뼛속까지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겠지만, 소개된 4개 곡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한 사람에게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울림은 충분하다.
일단 오랜만에 이름 보는 쇤베르크 선생에게 죄책감이 든다. 애초에 듣고 편하라고 만든 작품들이 아닌 것을, 이해 부족으로 '없던 불안도 올라오게 만드는 음악'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니. "예술은 인류의 운명을 몸소 겪는 사람들이 내는 고통의 울음소리다." 그냥 봐도 강렬한 문장이지만, 이런 문장을 쓰기까지 가슴을 후벼 파는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야 하는가. 가사 전문을 펼쳐 놓고 <바르샤바의 생존자>를 듣고 있자니 체온이 내려가는 느낌이다. 처연하다거나 우울하다거나 하는 그런 계열이 아니라, 진짜 아픈 사람이 "아프다! 이게 고통이야!"라고 하는 이 무시무시함. 이게 강렬한 만큼 슈트라우스의 곡이 다른 의미에서 공포로 다가온다. 해설을 읽고 들었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후회하고 있어, 이게 다 후회야, 이미 늦었고 돌이킬 수 없는데 너무 후회가 된다' 고 토해내는 이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후회할 행동, 안이한 선택을 피하라는 교훈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 그런 의미가 전달되고 있지 않은 듯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브리튼과 쇼스타코비치의 이야기도 여러 가지 의미로 엄청나서, 충격과 감동은 그렇다 치고 역사관이 어쩌고를 논할 기력이 없어진다. 승전국들조차 전쟁 직후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축소하려고 한 것도 놀랍지만, 현실을 책과 지도 양쪽에서 갈아엎은 소련의 모습엔 무슨 단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체제에서 버티고 버텼던 쇼스타코비치의 존재가 너무 대단해서 어설프게 뭐라고 말을 못하겠고... 곡들을 다 들어보지도 못한 독자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절대 그 이름을 함부로 논하지 않으리라.
책장을 넘길수록 늘어가는 질문들을 생각하다보면 부끄러워진다. 이런 중요한 일들에 아직 개인적인 입장조차 정리할 수 없다니. 하지만 애초에 이런 주제들 한 번에 정리하고 속 편히 음악 들으라는 취지로 쓰인 책이 아닌 것을. 일단은 이 곡들을 계속 들으면서 조금이라도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도 새로운 쇼스타코비치들이 쓰고 있을 곡들을, 어떤 방식으로 마주할지에 대해서도.
"오래된 음악은 무엇이든 이런 식으로 깊게 들으면 과거를 향한 공감의 행위가 된다. 그리고 모든 공감의 행위가 그렇듯이, 이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고 세상 저 바깥으로 우리를 해방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