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상상 속에서 들여다보는 죽음
2026-05-11 07:14:33
문화적 관점에서 재점검하니, 이 무거운 주제에도 아직 깨알 재미와 새로운 시각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최근에 현대의 장례나 애도 방식에만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잊었던 옛적의 주술적인 부분이나, 독특한 자연환경이 낳은 현관장 이야기에 감탄하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장례가 '너 절대로 돌아오면 안 돼!' 공식 선언이라는 부분도 그렇고, 설명이 진지한데도 "죽음은 자본주의의 강력한 적"이란 말이 왜 이리 웃긴지...
죽음의 정치적인 이용이나 육식, 좋은 죽음에 대한 관점처럼 묵직하고 익숙한 주제들도 살짝 다른 맛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는 것에 움찔. 인류는 이렇게 많은 노인이 동시에 살아 있는 시대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장수의 시대가 미지의 세계라는 말에 갑자기 위기감이 밀려온다. 사람이야말로 무슨 변수를 어떻게 일으킬지 모르는 존재라는 걸 생각하면, AI가 가져올 문제보다 고령 인구의 비율이 완전히 사회를 압도할 때 터질 무언가가 훨씬 엄청나지 않을까. 그게 긍정적이라면 얼마나 좋겠냐만 과연... 안 돼, 불길한 생각은 여기까지!
무거운 주제를 간만에 어깨에 힘 빼고 따라가 볼 수 있어 좋았다. 뭐, 죽음에 관한 책들을 접한다고 갑자기 후회 없는 삶을 살게 되고 임종을 지켜줄 인연이 마구 생겨날 리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계속 읽다 보면, 오늘처럼 과도한 불안이 조금씩 줄어들지 모른다 생각하며 감상 종료.
"어쩌면 기계로 이루어진 연명 장치를 몸에 달고서 오직 숫자와 데이터로 표시되는 삶의 마지막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죽음은 더 이상 삶의 일부거나 연장선상이 되지 못하며, 피해야 할 그 무엇이 되고 맙니다. 그렇게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삶이 지닌 소중함과 아름다움이 잊히기도 쉽지요. 건강하고 좋은 삶에 대한 관념과 감각이 죽음을 망각하면서 함께 무너져 내리기 때문입니다. 또 그런 사회에서는 삶 또한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저 연명하는 것이라는 듯 숫자와 데이터로 표현되곤 하지요.이것이 우리가 건강한 삶을 위해 죽음을 기억하고 가까이 두어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