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시절'의 강렬한 양면
2026-05-13 07:30:01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았는데 박수가 절로 나온다. "어찌됐든 기억은 틀리기 십상이고 미덥지도 못하다." 맞습니다 선생님! 향수라는 감정이 서양 의학에서 어떻게 취급되었는지 보며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고민도 하고, 아무리 봐도 역기능이 더 커 보여서 기분이 가라앉다가, 중반부터 던져지는 질문들에 다시 정신을 차린다. "현실도피 욕망이 그렇게 나쁜가? 무엇보다 과거가 신나거나 기분 좋거나 재미있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그렇지. 그리운 순간이나 장소가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무슨 감정이든 격해지면 좋은 일 없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 분노가 올라오는 노스탤지어의 정치적 이용 예시들을 잠깐 미뤄 두고 생각하면, "영어권 서방세계의 거의 영구적인 양태"로 국한되는 일도 아니고. 요순 시대 타령의 역사는 얼마나 유구하며, 옛날이 좋았어 드립이 없는 나라가 있기는 한가.
역기능보다 임팩트는 약하지만, 외로움과 번아웃 완화 기능에 나름 감탄한다. 아마 너무 많아서 언급이 무리였을 예술작품들까지 생각해 보면, 순기능도 분명 큰데... 노스탤지어 마케팅도 안 먹히는 사람에겐 안 먹히고, 개인적인 향수의 방향이나 강도가 마음대로 조절이 되는 것도 아니니 어쩌리오. 그래도 없던 이상향 날조하지 말고(모든 게 모든 이에게 다 좋았던 시절 같은 게 있을 리가), "이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일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현재의 근심 걱정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염두에 두고 지내면 적어도 이상한 캠페인에 끌려다니진 않겠지. 희로애락 못지않은 이 감정의 파워를 다시금 느끼며 오늘의 감상 종료.
"삶의 속도에 대한 우려와 그에 수반하는 모든 병폐를 관통하는 것은 대체로 현 사회가 한때 가지고 있었던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관념이다. 짧게 스쳐 지나갔지만, 근본적인 뭔가를.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사람들은 더 제대로 느끼고 행동하고 일했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그때는 삶이 더 느긋했고, 소통은 덜 조급했으며, 사회는 더 다정했다는 믿음 말이다. 하지만 역사가 시사하는 바는 다르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살고 있는 맥락에 따라 우리의 삶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