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함과 행복이 가득한 버섯 찐사랑
2026-05-18 07:33:52
당연히 환각 버섯과 부작용 이야기겠지 하고 집었는데, 표지가 서정적이라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담백한 말투로 읽는 사람 정신을 확 날리는 서문에 어안이 벙벙...
• 흔한 생각 : 누군가는 환각을 보기 위해 관련 성분이 든 버섯을 찾는다.
• 윈난 주민 : 환각을 봐도 좋으니 맛있는 버섯을 포기할 수 없다.
뭐지 이 기존 상식에 도전하는 썰은... 사용된 삽화들은 또 얼마나 멋있는지 볼 때마다 침이 넘어간다. 특히 관련 에피소드 소개 후 특집처럼 실린 쩡샤오렌 선생 그림은 '화집을 사야 한다'는 강박 외의 사고를 잠시 지워버리는 마력이 있다. 버섯이 이렇게 아름다운 식물이었던가. 오히려 사진만 봤으면 이렇게 넋을 빼지 않았겠지. 구석구석까지 세밀한 묘사에서 애정이 뿜어져 나온다.
조리법 설명만 보면 '이렇게 정성 들이면 무슨 재료든 다 맛있는 거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분명 엄청난 게 있을 테니 이렇게 사랑하는 것이겠지. 병원 가서 중독 치료받느니 안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은 그저 혀로 이해해 본 적이 없는 외부인의 발상일 뿐. 버섯으로 이어지는 추억과 인간관계 이야기들도 즐겁고, 중간에 지인이 동북 지방 군벌처럼 생겼다는 묘사에 빵 터지기도 했다. 이것이야말로 현지에서만 가능한 표현! 기본 지식 없으니 감정 없이 읽던 윈난 무용 대목에서 사조영웅전 언급되는 순간 정신이 번쩍하기도 하고. 아아 그분이구나! 책장 넘길수록 윈난의 매력이 피부로 느껴진다. 버섯의 땅은 여러모로 대단한 곳이구나.
무엇보다도, 좀 특이한 이들, 자칫하면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버섯 먹고 탈 났나 봐'하고 너그럽게 대하는 문화가 있다는 건 상당히 멋진 일이다. 언젠가 그 따뜻함이 있는 곳을 방문해, 멋진 미술관도 방문하고, 맛은 무난해도 좋으니 환각 작용 없는 버섯 요리도 한 번 먹어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감상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