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나간다"는 말이 주는 위안
2026-05-27 07:28:54
책 표지에서 부항 뜬 등을 볼 거라고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전국에 나뿐은 아니겠지. 대체 무슨 내용일까 해서 읽었는데, 최근 이런저런 일들로 무거웠던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개인적으로는 '어른의 글'을 맹신하지는 않는다. 긴 시간과 많은 경험이 항상 깨달음과 정신의 넉넉함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때로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불신을 더 증폭시킨다는 것이 점점 피부로 느껴지니까. 하지만 이 글들에는 정말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고, 마치 어깨를 탁 치며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뭔가가 있어 책장을 넘기는 것이 흐뭇했다. 편안하게 흐르다 갑자기 훅 날아오는 구어체가 웃긴 동시에 당황스러워, 자연스러운 웃음이 아니라 커걱 사레들린 웃음소리(모르는 사람이 들었으면 돼지 잡는 줄 알았을 듯) 내가면서 여러모로 잘 읽었다.
'무겁게 생각하지 마라'는 책이지만, 잠시 멈추고 고민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죽는 순간 누군가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119에 실려 병원 가니, 죽는 순간에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참... 응급실과 그 다음 과정들이 익숙한 분들의 말씀이라 와닿는 느낌이 다르다. 사별한 남편분에 대해서도, 있을 때는 있어서 좋았고, 혼자서는 혼자대로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그 강함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이것은 오랜 경험과 가족 친지들의 죽음을 거친 뒤에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어쨌든, 인생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대충 살라는 말을 곰씹으며 좋은 시간 보냈다. 분명 얼마 지나면 약발 또 떨어지고 툭하면 끙끙대겠지만... 소개된 밀바의 음악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재생하며 오늘의 감상 종료.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다 평온하고 별일 없이 살 수는 없다. 이 정도의 소소한 불편은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실제 사는 집에 수해나 화재가 나거나 아니면 교통 사고가 크게 나거나 갑자기 심각한 질병의 선고를 듣거나 하면 얼마나 막막할까. 그러니까 심란하거나 난감하거나 왕짜증이 나는 정도는 어쨌든 어찌저찌 해결할 수 있는 좀 불편한 일들에 불과한 것이다. 전 지구적 대책 없는 큰일들을 생각하면 그나마 이 정도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