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한 줄기 빛은 남아 있는 수치심의 작동 상황
2026-06-03 07:38:18
제목을 볼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는 했으나 역시 밝은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단 '수치심은 건전하고 다정할 수도 있다'는 말에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설명을 따라갔는데... 해설되는 내용들에 점점 입맛이 떨어지는데다 중간중간 딱밤을 방불케 하는 문장들이 튀어나와 사람을 때리기까지 한다. 모든 이가 이 감정과 시스템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심지어 고통을 덜려고 없는 돈을 약삭빠른 이들에게 갖다 바칠 수도 있다는 점도 무서운 일이지만, 분야만 살짝 바꾸면 바로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제일 무섭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신경 쓰지 않고, 남을 포용하려고 하지 않으며, 독려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선택을 비난하는 것이 나의 생활에도 꽤 배어 있다고 생각하니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이 책은 그걸 비난하는 게 아니라, 공감과 용서가 엄청나게 힘들지만 같이 해보자고, 이대로 가는 건 해롭고 무익하다고 전달하는 책이니 '어려우니 포기하고 싶어요'라는 감상으로 끝내면 안 되겠지. 최근 더 심해지는 정치적 양극화도 근본에 수치 - 조롱 - 분노의 악순환이 깔려있으니, 평화로운 삶을 위해서라도 n분의 1의 노력을 해야겠다고 머리로야 알지만... "본질적으로 수치심을 없애는 것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는 저녁 식사 자리부터 복지사무소, 기업 이사회실에 이르기까지 제도적 영역이든 개인적 영역이든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을 신뢰하고 존엄하게 대우하자고 요구하는 일이다." 이 평화로운 문장에 '선생님! 이게 지구 온난화 해결보다 어려워요!'라고 책상에 뻗게 된다. 아냐, 그래도 이걸 연구하고, 남에게 밝히기 어려운 경험까지 공개해가면서 노력하자는 사람이 있는데 이러면 안 되지. 이 감정에 분명히 순기능이 있고, 그걸 키워가는 건 사람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되뇌며 오늘의 잡문을 줄인다.
"분노하지 말자. 무의식적으로 약자에게 분노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는 분노할 일이 차고 넘친다. 분노는 중독성이 있다. 교도소 개혁에 힘쓰거나 유권자 억압에 저항하고 싶다면 뛰어들라. 그러나 종종 우리는 분노로써 행동을 대신하는데, 분노하면 속이 후련해지고 돈도 안 들기 때문이다. 분노는 모욕 행위를 부추길 뿐이다. 화가 치밀어오를 때, 내가 자기만족을 위해 화를 내는 건 아닌지 돌이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