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미래로, 지식 연결의 드라마
2026-07-14 07:32:14
역사 관련 서적에서는 보기 드물게, '예상 외의 사실'이 아니라 '예상외의 책의 전개'가 주는 놀라움이 있었다. 책의 제목 그대로 앞부분에 옛 유럽 지식인들의 네트워크를 다루다가, 갑자기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다뤄지기 시작해서 당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구간을 거쳐, 점점 이 연결망이 확장이 되는 모습을 보니 '오호'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들만의 리그'가 점점 학생들과 일반 가정의 저녁 식사 풍경까지 넓어지고, 구글 북스와 책의 미래까지 이어지는 이 묘한 드라마의 맛 무엇...
이 부분에 조예가 없는 독자이니, 중간중간의 패티슨과 모밀리아노 같은 이름은 아마 이 책에서 보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고 기독교 학자들이 해석하는 히브리학에 대해서도 더 접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 외에 여러모로 흥미로운 사실들(일부는 별로 유쾌하지 않다)이 책 여기저기 많아서 만족스럽다. 개인적으론 상당히 핏발 선 이미지가 있는 예수회의 지식 개방성이나, 60년대 미국이 아니라 지금 어디서나 똑같이 진행되는 '논쟁의 추악하고 비계몽적인 과정'에 움찔. 종이에서 디지털 시대가 되었을 뿐 인류는 언제나 한결같다는 사실에 박수를 쳐야 하나 한숨을 쉬어야 하나. 책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시키는 한편, 경제적으로 밀리는 국가들의 책들이 아예 디지털화되지 않을 위험성을 심화시키는 자본주의의 힘에도 말문이 막힌다. 책이 2011년에 쓰여졌으니, 지금 현재 어떻게 되었나 검색해보다 예상된 문제들이 더 심해졌고 당분간 좋은 전망이 없다는 사실에 살짝 슬퍼진다. '서적 디지털화에서 밀리면서 AI 학습용 데이터도 모자라게 되고, 알고리즘의 선택도 받지 못한다'는 제미나이의 답변엔 참 꿈도 희망도 없고요...
그래도, 만인이 꼭 종이책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라도 종이책이 반드시 남아있게 될 이유를 보며 책을 덮을 수 있어 약간은 마음이 가벼워진다. 기왕이면 한정된 가치관 속에서 모두가 키보드 워리어가 되는 세상보다는 모두가 다양한 지식을 나눠가는 세상이 되면 좋겠지만, 그런 미래의 실현은 일개 오덕의 능력 밖이니 깊게 생각하지 않으련다. 당장은 도서관이 없어지지 않으리라는 전망에 만족하며, 오늘의 감상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