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꿈의 흔적을 따라가는 오묘한 방랑기
2026-07-23 07:13:15
언급되는 지명이나 작가들이 좀 낯설기도 하고, 본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딱히 뭘 고발하려고 하는 르포르타주도 아니며 기본적으로 사람 설레게 하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장면이나 인간 심리에 대해 계속 고민을 토스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분명 어떤 공동체가 사라질 때는 충분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며(사상 이전에 구성원들 식량과 보건을 해결 못하는 시점에서 끝이다......), 거기서 얻은 교훈을 살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은 그런 식으로 살아가지 않지.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을 바꾸고 싶은 열망, 우월감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 혹은 한정된 범위 안에서라도 그냥 자기 마음대로 살고 싶어서 이런 공동체를 추구하는 이들의 숫자가 어지간한 국가 몇 개 만들고도 남을 수준일 것이다. 이런 상황들까지 감안할 때, 솔렌티나메 같이 긍정적 여지를 남겨주는 곳이 있다는 것에 희망을 느낄지, 누에바 게르마니아 같은 곳에 절망할지는 각자 판단할 수밖에 없으려나. "이론적으로 완벽한 사회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반대자, 반역자, 회의론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실망스러운 일이나 사실이 그렇다. 인류가 상상했던 모든 완벽한 세계는 전체주의 세계라는 것이다. 몇몇 유토피아에는 하인, 심지어는 노예도 존재하지만, 비판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유토피아주의자들이 확신하는 것들 가운데 자신들의 우월성 말고 딱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세상이 자신들을 대접할 수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자기 틀에 맞는 작은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이런 문장 읽다 보면 기분 나쁜 차가움이 등골 사이로 슬쩍 흐른다.
다뤄진 일곱 도시 중 유일하게 현재 잘 나가고 있는 멕시코 시티의 산타 페의 이야기엔 또 다른 미묘함이 있다. '경제적 엘리트만을 위한 도시'가 없는 나라가 과연 있기는 한지. 하지만, 배타와 차별, 다른 존재가 되고 다른 공간을 이룩하려는 열망이 끓어오르는 모든 곳이 '언젠가 스러질 유토피아'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라진 공동체와 공간들이 남긴 위험성은 그곳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늘 우리가 안고 사는 것이려나. 조금 착잡하지만, 긴장이 좀 풀리기도 한다.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이럴 것을, 학습하는 의미는 있어도 굳이 더 비관할 일은 없지. 책의 취지에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겠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감상 종료.
"어쩌면 혁명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혁명을 믿었던 사람이 그렇게 믿었듯이,
동이 트고 해가 질 때처럼
하늘의 붉은빛과 장밋빛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