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감동의 과학사 극장
2026-08-02 07:16:58
모르던 지식들을 만나는 재미를 넘어, 어지간한 소설 이상으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책이었다. 초반의 지적 그대로, 서구적 과학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상과 자신에 대한 반성부터, ‘과학사는 자신들만의 것’이라 생각하는 오만함에 대한 분노,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교류하며 더 나은 미래를 믿은 과학자들에 대한 감동 등등 읽으면서 온갖 감정이 파도친다. 아무리 세상이 불평등한 상태에서도 과학은 일방통행으로 발전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괜히 뿌듯하면서도, 업적만이 아니라 편견이나 자기합리화도 서구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데서 슬퍼하고...... 아인슈타인과 보스와 간디의 이야기를 보면 세상에 이런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게 된다. 뭐, 확률은 적어도 꿈꾸는 것은 공짜가 아니던가.
파크리 육분의나 자가디시 찬드라 보스, 프라풀라 찬드라 레이 등등 너무 대단해서 왜 더 유명하지 않은지가 의문인 경우도 그렇지만, 책에 미처 다 언급되지 못한 연구자들까지 합치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서구권 외’의 학자들과 교류의 순간들을 알지도 못하고 지나가는지 조금 오싹하다. 근대 이후 한국의 세계적 과학자 이름을 대라면 몇 명이나 댈 수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으니, 이런 상황을 전부 ‘고대 과학은 동양, 현대 과학은 서양’이라는 편견 탓으로 돌리기도 어려운 것 같다. 각자 조상들의 업적에 관심을 가지고, 그 업적을 위해 어떤 지식을 가지고 누구와 교류했는지 궁금해하지 않으면 결국 편견은 계속되겠지. 어쨌든 두들겨 맞고 가진 걸 뺏겼다는 것이 절대 ‘과학적으로 수준이 낮았다’는 증거도 아니며, 세상에 알아야 할 사람들의 목록이 진짜 길다는 걸 실감하며 오늘의 감상 끝.
“그는 '머지않아 서양이나 동양은 각자가 아니라
모두 함께 연구하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지식의 경계를 넓히고
훈련과 공부에 뒤이은 다양한 축복을 이끌어내
각자의 몫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진심 어린 희망을 전했다.
그러자 청중은 이 신비로운 인도 물리학자를 따라
전자기학의 숨겨진 세계로 들어가기를 열망하며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