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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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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들 품은 교정교육 변천사

일상과 교도소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먼가 종종 생각하던 차에 이런 책을 만났으니, 인연인가 보다 하고 읽었다. 두껍지도 않고 읽기 쉬운 책인데도 감상을 쓰려니 뭘 어디서부터 적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당장 수형자의 정의나, 형무소의 명칭이 이미 60년대에 법적으로 교도소로 변경되었다는 이야기부터가 처음 듣는 이야기라 시작부터 반성하게 된다. 식민지 시절의 사상범 탄압, 무려 김구 선생이 제목을 지은 재소자용 잡지의 존재, 설마 이런 주제에서 마주칠 거라 생각지도 못한 흉악범의 발언, 요나 콤플렉스 등등 많은 이야기들도 사람을 놀라게 한다. 그렇다고 "모르는 게 많았네"라고 감상을 마치기엔 종합적으로 던지는 질문의 난이도가 높아서 머리가 아프다.

분명 갱생과 재활을 위한 교육은 필요하고 잘 이루어지면 좋은데, 처벌과 격리 목적도 있는 기관이니 어디에 선을 긋는 게 정답인지는 100분 토론을 백 번 해도 모를 일이다. 필요성과 문제점을 비슷하게 껴안고 있는 교정재범예측지표도 마찬가지. 독서치료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읽을 권리를 둘러싼 공방을 보면 이것도 간단하지 않고... 애초에 개인이 답을 낼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긴 하다. 영향력이라곤 투표권 딱 한 장인 처지에선 더더욱. 그렇다고 그냥 잊고 넘기자니 '여론이 처벌과 정책에 분명한 영향을 준다'는 대목이 눈에 밟힌다. 뭘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으니 한숨 또 한숨.

어쨌든, 이런저런 것들을 배웠고, 답은 없어도 고민은 해봐야 할 문제를 접했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고 넘어가자. 이 이상 스트레스 받으면 잠을 잘 수 없으니, 고민은 필요할 때까지 잠시 접어두고...


"교정교육은 재범을 줄이고,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이는 수용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안전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투자이다."

백년의 교도소 - 교육으로 감옥을 보다
백년의 교도소 - 교육으로 감옥을 보다
불안 해소에도 유용한 증거 소명

불안에 관한 책이 또 나왔다니, 불안한 독자들이 대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인가. 어쨌든 다 같이 마음 상쾌하게 살아보자고 가이드가 나와주는 건 감사한 일이다. 아무리 좋은 해설서도 시간과 함께 약발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시로 봐줘야 하니까. "내 뇌는 고장난 것이 아니라 '구식'일 뿐이다" 구식이란 말도 기쁘지는 않은데 어쨌든 이런 표현으로 보니 안심도 되고. 역시 같은 뜻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여.

재학습이나 호흡 관리는 낯선 방법이 아니지만, 이산화탄소와 편도체의 관계, 편도체에 '고요한 상태'를 기억시키는 과정 등의 설명을 들으니 또 배우는 것이 있다. 말하는 관점만 조금 바꿨는데 가슴에 확 와닿는 부분이 또 있으니, "다른 해석을 모두 배제할 만한 정확한 이유와 충분한 증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특정한 해석을 확정하지 말라". 그렇네, 증거가 보험 서류랑 법정 갈 때만 필요한 게 아니지. 누군가의 태도가 나 때문이라고 두려워할 때 생각하기 매우 적절한 말이다. 이게 금전 보상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면 악에 받쳐서 증거 있냐고 난리가 날 텐데, 왜 감정의 문제일 땐 그렇게 바라보지 못했을까. 멋대로 열리는 머릿속 재판은 막을 수 없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울부짖을 수는 있다고 생각하니 약간 기분이 나아진다.

불안 회로를 바꿀 방향은 명확해졌으니, 이제 반복학습이 문제인가... 이 "유레카!" 하는 기분을 과연 타이밍 맞춰서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혹여 시도 후에 효과가 별로 없더라도, 그때쯤 또 새 책 나올 테니 읽고 다른 것을 시도하면 된다. 그러는 사이 몸 비틀며 괴로워하는 순간이 조금씩 줄어간다면 무엇을 더 바라리요. 


"불확실성을 견디는 연습이 필요해.

이게 바로 삶이니까."

뇌는 어떻게 불안을 선택하는가 - 가짜 위험에 속지 않고 뇌의 주도권을 잡는 법
뇌는 어떻게 불안을 선택하는가 - 가짜 위험에 속지 않고 뇌의 주도권을 잡는 법
'좋았던 시절'의 강렬한 양면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았는데 박수가 절로 나온다. "어찌됐든 기억은 틀리기 십상이고 미덥지도 못하다." 맞습니다 선생님! 향수라는 감정이 서양 의학에서 어떻게 취급되었는지 보며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고민도 하고, 아무리 봐도 역기능이 더 커 보여서 기분이 가라앉다가, 중반부터 던져지는 질문들에 다시 정신을 차린다. "현실도피 욕망이 그렇게 나쁜가? 무엇보다 과거가 신나거나 기분 좋거나 재미있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그렇지. 그리운 순간이나 장소가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무슨 감정이든 격해지면 좋은 일 없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 분노가 올라오는 노스탤지어의 정치적 이용 예시들을 잠깐 미뤄 두고 생각하면, "영어권 서방세계의 거의 영구적인 양태"로 국한되는 일도 아니고. 요순 시대 타령의 역사는 얼마나 유구하며, 옛날이 좋았어 드립이 없는 나라가 있기는 한가.

역기능보다 임팩트는 약하지만, 외로움과 번아웃 완화 기능에 나름 감탄한다. 아마 너무 많아서 언급이 무리였을 예술작품들까지 생각해 보면, 순기능도 분명 큰데... 노스탤지어 마케팅도 안 먹히는 사람에겐 안 먹히고, 개인적인 향수의 방향이나 강도가 마음대로 조절이 되는 것도 아니니 어쩌리오. 그래도 없던 이상향 날조하지 말고(모든 게 모든 이에게 다 좋았던 시절 같은 게 있을 리가), "이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일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현재의 근심 걱정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염두에 두고 지내면 적어도 이상한 캠페인에 끌려다니진 않겠지. 희로애락 못지않은 이 감정의 파워를 다시금 느끼며 오늘의 감상 종료.


"삶의 속도에 대한 우려와 그에 수반하는 모든 병폐를 관통하는 것은 대체로 현 사회가 한때 가지고 있었던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관념이다. 짧게 스쳐 지나갔지만, 근본적인 뭔가를.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사람들은 더 제대로 느끼고 행동하고 일했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그때는 삶이 더 느긋했고, 소통은 덜 조급했으며, 사회는 더 다정했다는 믿음 말이다. 하지만 역사가 시사하는 바는 다르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살고 있는 맥락에 따라 우리의 삶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노스탤지어, 어느 위험한 감정의 연대기 - 인간은 왜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그리워하는가
노스탤지어, 어느 위험한 감정의 연대기 - 인간은 왜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그리워하는가
오랜 상상 속에서 들여다보는 죽음

문화적 관점에서 재점검하니, 이 무거운 주제에도 아직 깨알 재미와 새로운 시각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최근에 현대의 장례나 애도 방식에만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잊었던 옛적의 주술적인 부분이나, 독특한 자연환경이 낳은 현관장 이야기에 감탄하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장례가 '너 절대로 돌아오면 안 돼!' 공식 선언이라는 부분도 그렇고, 설명이 진지한데도 "죽음은 자본주의의 강력한 적"이란 말이 왜 이리 웃긴지...

죽음의 정치적인 이용이나 육식, 좋은 죽음에 대한 관점처럼 묵직하고 익숙한 주제들도 살짝 다른 맛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는 것에 움찔. 인류는 이렇게 많은 노인이 동시에 살아 있는 시대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장수의 시대가 미지의 세계라는 말에 갑자기 위기감이 밀려온다. 사람이야말로 무슨 변수를 어떻게 일으킬지 모르는 존재라는 걸 생각하면, AI가 가져올 문제보다 고령 인구의 비율이 완전히 사회를 압도할 때 터질 무언가가 훨씬 엄청나지 않을까. 그게 긍정적이라면 얼마나 좋겠냐만 과연... 안 돼, 불길한 생각은 여기까지!

무거운 주제를 간만에 어깨에 힘 빼고 따라가 볼 수 있어 좋았다. 뭐, 죽음에 관한 책들을 접한다고 갑자기 후회 없는 삶을 살게 되고 임종을 지켜줄 인연이 마구 생겨날 리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계속 읽다 보면, 오늘처럼 과도한 불안이 조금씩 줄어들지 모른다 생각하며 감상 종료.


"어쩌면 기계로 이루어진 연명 장치를 몸에 달고서 오직 숫자와 데이터로 표시되는 삶의 마지막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죽음은 더 이상 삶의 일부거나 연장선상이 되지 못하며, 피해야 할 그 무엇이 되고 맙니다. 그렇게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삶이 지닌 소중함과 아름다움이 잊히기도 쉽지요. 건강하고 좋은 삶에 대한 관념과 감각이 죽음을 망각하면서 함께 무너져 내리기 때문입니다. 또 그런 사회에서는 삶 또한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저 연명하는 것이라는 듯 숫자와 데이터로 표현되곤 하지요.이것이 우리가 건강한 삶을 위해 죽음을 기억하고 가까이 두어야 할 이유입니다."

죽음의 인류학 - 신화와 문화로 살펴보는 죽음과 삶의 풍경
죽음의 인류학 - 신화와 문화로 살펴보는 죽음과 삶의 풍경
비극을 기억하는 음악이란...

나이가 들수록, 아픈 역사와 희생자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모범 답안이란 게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제목을 보고 그런 생각을 정리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집었는데, 읽고 나니 정리가 되는 건지 더 혼란스러워졌는지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읽어서 좋은 책인 건 틀림없지만서도. 클래식 지식이 풍부했으면 좀 더 뼛속까지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겠지만, 소개된 4개 곡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한 사람에게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울림은 충분하다.

일단 오랜만에 이름 보는 쇤베르크 선생에게 죄책감이 든다. 애초에 듣고 편하라고 만든 작품들이 아닌 것을, 이해 부족으로 '없던 불안도 올라오게 만드는 음악'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니. "예술은 인류의 운명을 몸소 겪는 사람들이 내는 고통의 울음소리다." 그냥 봐도 강렬한 문장이지만, 이런 문장을 쓰기까지 가슴을 후벼 파는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야 하는가. 가사 전문을 펼쳐 놓고 <바르샤바의 생존자>를 듣고 있자니 체온이 내려가는 느낌이다. 처연하다거나 우울하다거나 하는 그런 계열이 아니라, 진짜 아픈 사람이 "아프다! 이게 고통이야!"라고 하는 이 무시무시함. 이게 강렬한 만큼 슈트라우스의 곡이 다른 의미에서 공포로 다가온다. 해설을 읽고 들었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후회하고 있어, 이게 다 후회야, 이미 늦었고 돌이킬 수 없는데 너무 후회가 된다' 고 토해내는 이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후회할 행동, 안이한 선택을 피하라는 교훈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 그런 의미가 전달되고 있지 않은 듯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브리튼과 쇼스타코비치의 이야기도 여러 가지 의미로 엄청나서, 충격과 감동은 그렇다 치고 역사관이 어쩌고를 논할 기력이 없어진다. 승전국들조차 전쟁 직후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축소하려고 한 것도 놀랍지만, 현실을 책과 지도 양쪽에서 갈아엎은 소련의 모습엔 무슨 단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체제에서 버티고 버텼던 쇼스타코비치의 존재가 너무 대단해서 어설프게 뭐라고 말을 못하겠고... 곡들을 다 들어보지도 못한 독자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절대 그 이름을 함부로 논하지 않으리라.

책장을 넘길수록 늘어가는 질문들을 생각하다보면 부끄러워진다. 이런 중요한 일들에 아직 개인적인 입장조차 정리할 수 없다니. 하지만 애초에 이런 주제들 한 번에 정리하고 속 편히 음악 들으라는 취지로 쓰인 책이 아닌 것을. 일단은 이 곡들을 계속 들으면서 조금이라도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도 새로운 쇼스타코비치들이 쓰고 있을 곡들을, 어떤 방식으로 마주할지에 대해서도.  


"오래된 음악은 무엇이든 이런 식으로 깊게 들으면 과거를 향한 공감의 행위가 된다. 그리고 모든 공감의 행위가 그렇듯이, 이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고 세상 저 바깥으로 우리를 해방시킨다."

애도하는 음악 - 음악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애도하는 음악 - 음악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황야 같은 세상에서 찾는 자신만의 길

지극히 개인적인 믿음 중 하나는, 서점에 관한 에세이는 어디로 굴러가도 기본적인 재미는 구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분위기 뿜는 이 제목 보소. 좀 늦게 만난 편이지만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이 분 스타일도 독특하지만, 사진집을 다루는 이야기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애서가에서 명성 있는(부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서점 운영까지 가는 성공의 루트도 흥미롭지만, 지나가는 한마디 한마디가 훅 날아와 가슴에 꽂히는 부분들이 있어 생각보다 여운이 더 남는다. 어떤 순간, 어떤 책, 어떤 사람이 어디에서 우리의 세상을 더 넓혀줄지 정말 모르는 일이구나. 본문에 언급된 사진가들 이름도 뒤에 쫙 정리되어 있으니, 당분간은 짬짬이 검색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누가 정리해줄 때 모르는 분야 구경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무라 이헤이 작가의 위키피디아 사진부터 꽤 놀랍다. 이 담배 연기 포스 무엇임...

독후감의 정석이라면, 후반에 저자가 경험하며 깨달은 것들을 복기하며 마무리해야겠지만... 가장 마음에 남는 풍경은 이상과 현실 속에서 애매한 방황을 하며 그저 책에 몰두하는 젊은이의 모습이다. 가야 할 길을 모르는 그 마음을, 나이 다 들어서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이해한다는 건 아마 좋은 일이 아니겠지. 그래도... 우연히 사진집과 만난 그 순간처럼, 그냥 책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무언가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언젠가 올지도 모른다. 이 나이에 다른 미래를 열어줄 계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디를 바라볼지 정리해주는 어떤 것과의 만남, 읽는 것이 도피가 되는 게 아니라 깨달음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허황된 일이 아니기를...


"한편 사람과의 만남과 유사한 것은 그 인연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만난 책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충 훑어보고 끝낼 때도 있다. 피가 되고 살이 된 경우는 그 책을 구한 서점도 만남의 장소로서 기억에 남는다. 어쨌든 진보초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모르는 방대한 책 가운데 한 권과의 만남이다."

황야의 헌책방 - 모리오카 서점 분투기
황야의 헌책방 - 모리오카 서점 분투기
기억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여러 가지 의미로 충격이 크다. 당장 제목에서 내용이 무거울 것이라 알 수 있지만, 이미지가 주는 효과는 정말 장대하다. 찍은 사람에게 별 의도가 없고, 찍힌 이들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더 무섭다고 해야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놀라운 건 이 책이 과거의 비극에 대해 소리 높여 규탄하려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극의 내막은 간단하지 않다고, 기억한다는 것이 뭔지 생각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그런 한 권이라, 읽고 나니 더 막막하다. 질문은 많은데 답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파괴와 폭력의 순간들 사이사이에 공산당과 평등한 미래에 희망을 건 청년들의 모습이 섞여있고, 수도에서 명령과 외부 세력들이 오는 사이에 티베트 주민들이 파벌을 만들고 대립하다 죽어간 상황을 무 자르듯이 판단할 수는 없다. 판단을 한다고 해도, 그 판단은 과연 지금의 무엇을 위한 것인가 명확히 떠오르지 않는다. 사진 속 사람들의 근황에서는 개인의 선택이나 열의는 결국 시류 앞에서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하고... 일어난 일을 정확히 알아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기억할지'는 결국 정치와 연결될 수밖에 없으니, 있었던 일을 그대로 인정하고 다 같이 나아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지금 이런 문제를 안고 있지 않은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고, 시원하게 해결한 곳은 그 중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러나 어려우니 외면하자 생각하는 순간 미래의 가능성도 사라지겠지. 정돈되지 않은 생각들까지도, 사진 속 티베트의 상처들과 함께 잊지 않을 수 있기를.


"깊이 애도하다 보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을 잃었는지 돌아볼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금지된 기억 : 문화대혁명 시기의 티베트
금지된 기억 : 문화대혁명 시기의 티베트
여러모로 흥미로운 UAE 민속문화 입문서

두바이 초콜릿 말고 아랍에미리트에 대해 과연 뭘 아느냐 묻는다면 대답할 말이 별로 없는 수준이라, 이런 책과 조우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지덕지할 뿐이다. 역자의 말에도 나와 있지만, 환경 차이가 상당한데도 한국과 비슷한 부분들이 있어 참 묘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주어진 상황에 맞춰가며 달라질 뿐이지, 사람이 생활한다는 것의 기본은 어디나 똑같은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신기한 마음이 드는 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려나.

기립박수 절로 나오는 머리말부터(본문 보기도 전에 별 다섯 개), 기막히게 멋진 속담들이나, 물이 귀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다양한 표현들, 눈이 번쩍 뜨이는 대표적 바다 요괴들(책 분량을 생각하면 들어간 게 용하다), 전통 직업 소개까지 참 흥미로운데... 재미있는 만큼 아쉬운 건 도판이 부족하다는 것. 특히 2장은 지도가 절실한데, 지도가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전체의 시커먼 실루엣이 들어가 있어 잠시 머리가 띵하다. 스마트폰과 구글 맵이 보편화된 세상이긴 하지만 조금만 도와주시지 그랬어요, 이거 소개서 아닙니까. 그리고 과일이나 예술 용어들에 아랍어 원문도 영어도 표기가 없어서 검색하는 데 시간 정말 오래 걸렸다. 탄부라, 라바바, 자르바처럼 비주얼이 엄청난 악기들이나 아얄라 공연, 나드바처럼 강렬한 공연은 검색 안 했으면 큰일 날 뻔. 사진이나 QR 넣으면 책 단가가 올라가서 그런가...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재미있었고, 이런 멋진 전통이 있는 나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으니 굿. 소개란에 나온 저자의 다른 책들(내용은 뚜껑 열어봐야 알겠지만 제목은 다 백 점)이나 아랍에미리트 소설들을 더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감상 종료.


"바다가 썩었다면 무엇으로 소금을 치겠는가?

: 근본이 되는 존재나 지도층이 부패하면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는 뜻"

아랍에미리트의 문화유산 - 민속문화로 전해진 삶의 지혜
아랍에미리트의 문화유산 - 민속문화로 전해진 삶의 지혜
오랜만에 감상한 명화 미스터리

옛 그림을 둘러싼 추리 소설이 매대에 상시 구비되었던 시기가 기억난다. 어떤 작품은 오래 남고 어떤 작품은 잊혔지만, 어쨌든 그런 소재를 꽤 좋아했었는데... 딱 그 카테고리의, 그 시절 작품을 지금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도도한 예술사 스릴러'라는 문구는 확실히 과장이고(소설이 포함된 해설서에 가깝지 않을까), 과거 파트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부분 비호감이라 호불호는 갈릴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다. 소재가 된 가브리엘 데스트레의 그림이 다른 의미로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라 더 그런 것 같다. 미술사 책에 등장 빈도가 꽤 있으면서도 매번 해설이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라는 식이고, 에로도 아니고 수태고지도 아니고 보는 사람 알쏭달쏭하게 하니... 이 그림과 비슷한 그림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도판까지 같이 소개되었다는 데서 이미 기본 만족도는 채웠다.

음모에 휘말린 주인공이 진실을 밝히려고 할 때는 대개 읽는 사람이 응원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데, 이 경우엔 비냑의 태도가 너무 답답해서 이야기의 본분(?)을 잊고 '아 제발 말 좀 들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아니, 이 막무가내 자신감에 남의 말 귓등으로도 안 듣는 태도 뭡니까. 신분 낮아, 인맥도 없어, 눈치가 빠른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절도나 잠입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고집만 황소고집. 주인공이 너무 만능이어도 김이 새지만, 이런 설정이면 몰입도 게이지가 쭉 내려간다. 죽든 살든 진상이 나오긴 할 테니 일단 넘기자는 마음이 든달까. 어쨌든, 부록의 해설까지 나름 흥미롭게 읽었고, 정치판엔 '사랑 퍼포먼스'는 있을지언정 사랑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는 교훈도 재확인. 소설 본문보다, 묘사된 공작부인의 증상을 입력하자 나온 제미나이 해설에 더 놀라는 경험도 했으니(초진은 다 인공지능이 해줄 시대가 생각보다 더 가까운 것 같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래도 어지간히 프랑스 역사 혹은 미술 미스터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2026년에 엄지 척 들고 추천하지는 않을 듯. 지금은 지금의 유행이 있으니 충분한 걸로...

퍼플라인 - 전2권 세트
퍼플라인 - 전2권 세트
같이 잘 살려면 착각도 환상도 금물

집단으로 살아남는 능력이 강하다는 것이 잘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딱히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참 별의별 설명을 접하니 여러모로 착잡하다. 개보다 이미지 기억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슬퍼해야 하는지, 개는 원래 대단한 동물이라 감탄해야 하는지 판단 참 힘들다. 많은 포유류들이 동종 간 다양하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이나 인간 외 영장류의 새끼 학대도 그렇고...하지만 이런 사실들로 끙끙대는 것 자체가 문제인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문제 삼는 '의인화', '편향된 인식' 없이 각 동물별로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도 생존 방식도 다르다는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런 고민들을 할 이유가 없겠지.

앞부분은 고민보다는 동물들의 이모저모에 대한 재미의 비중이 더 높지만, 막판의 트랜스애니멀리즘이나 동물의 법인격 얘기에선 무거움에 '어이쿠' 소리 절로 나온다. "우리 사회가 동물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을 제대로 따지면 목장, 육류 섭취, 사회 시스템까지 들추고 뜯어고쳐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 이전에 각오는 되어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부끄럽게도 모르겠다. 사회 안에서 개인이 보이는 다섯 가지 반응에 대한 설명이, 객관식 시험 문제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정답은 5번이 맞는 건 알겠는데 실제 당신은 무얼 하고 있나 물어보면 잘 평가해도 3번이니 이걸 어째. 동식물이 없는 세상에선 인간의 생존도 불가능하다는 걸 머리로 알아도, 여전히 행동은 쉽지 않다. 그래도 이렇게 끙끙대는 동안에는 적어도 1번이나 2번은 되지 않을 거라 되뇌면서(믿고는 싶은데 확신은 못하겠음) 오늘의 잡상 종료.


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 - 자신만이 우월하다고 믿는 인간을 향한 동물의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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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그믐밤에 우리는...
[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
동구권 SF 읽어보신 적 있나요?
[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입말에 딱 붙는 한국 희곡 낭독해요!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하이틴에게 필요한 건 우정? 사랑?
[책증정-선착순 10명] 청선고로 모여라!『열여덟의 페이스오프』작가와 함께 읽기[청소년 문학 함께 읽기] 『스파클』, 최현진, 창비, 2025[문학세계사 독서모임] 염기원 작가와 함께 읽는 『여고생 챔프 아서왕』[북다] 《위도와 경도》 함윤이 작가와 함께하는 라이브 채팅! (4/9)[북다/라이브 채팅] 《정원에 대하여(달달북다08)》 백온유 작가와 함께하는 라이브 채팅!
소설로 읽는 기후 위기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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