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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꼬모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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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을 알고자 했던 이들의 열정 엿보기

해부학만 따로 떼어 본다는 게 처음엔 의아했는데, 읽다보니 색다른 맛도 있고 생각할 일도 많다. 우리 육체 내부에 대한 지식을 아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고, 나름 완성된 지식이 자리잡은 지금도 세포 단위로 계속 새로 발견하는 게 있으니 지상 위의 몸이 가진 신비가 우주 못지 않구나. 괜히 사람을 소우주라 한 게 아니구먼...

이름을 들어본 유명인들도 있지만, 저술에 집중했던 이들이나 삽화가들은 이런 책 아니었으면 이름을 볼 일이 없었을 듯. 본인들도 아마 '역사적으로 대접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하지 않았겠지만, 시각적 정보가 굉장히 중요한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한 만큼 교과서에 조금이라도 실려도 좋을텐데...내부 장기의 아름다움을 논하는 시대가 아직 아니라서 무리인가. 법으로 금지된 상황에서도 목숨 걸고 해부하고(제대로 된 소독이나 환기 시설도 없는 상황에서 시신을 해부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목숨을 건 행위다만...), 열심히 작업해서 지식을 세상에 풀면 동업자가 대놓고 표절해서 돈 버는 것도 감당해야 하는 상황들에서는 지식에 대한 욕구와 도둑놈 심보는 동서고금을 초월하는구나 한숨 절로 나온다.

소소하지만, 그림에 덮개를 만들어 인체 외부랑 내부를 다 볼 수 있게 해놓은 교재를 이미 베살리우스 시절에 만들었다는 게 깜놀. 효율적인 학습 교재의 모습도 21세기에 바로 생긴 것이 아니니, 닫힌 생각을 또 반성한다. 생각보다 긴 그레이 해부학의 역사에, 이 정도면 경전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일반인이 볼 일 없는 책이라곤 해도, 현대에 병원을 드나드는 모두가 저 책에 목숨의 몇 분의 일 정도는 빚지고 있으니까 성스러움은 이미 충분한 듯.

눈이 번쩍하는 이야기들과 도판들에 빠져있다가, '해부되었던 사람들'에 대한 짧지만 묵직한 언급에 고개가 숙여진다. 로키탄스키 씨의 글이 뒷표지에도 적혀있다는 건, 출판사에서도 이런 부분을 읽는 사람이 기억해주길 바랐기 때문이겠지. 알려던 사람들과 자신의 육체를 내주었던 사람들 모두가 있어 의학도 발전하고, 누구나 가볍게 인체 도감이나 미술용 해부도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를...

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숨구멍 중간중간 고뇌를 주는 버리기 가이드

멘붕을 극복하려는 목적으로 책장 정리를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감정소모가 더 크고 한때 신봉했던 콘마리 메소드도 이번에는 적용이 잘 안 됨. 아무래도 가이드북이 필요하다 싶어, 뭔지는 몰라도 100개나 버린다는 책을 집었다. 책을 정리하는 데 책을 본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하지만 이게 나라는 인간의 속성이니 지금 와서 어쩌겠나...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지만, 사회적 을은 하고 싶어도 적용 불가인 항목들도 있다. 왜 메일 답장 늦냐고 거래처에서 펄펄 뛰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는 잡무는 오전에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용기를 분명 누군가는 가지고 있겠으나 저는 그런 거 없고요. 그리고 텔로미어 설명은 분명 어느 정도 맞는 말인데도, 이 부분만 떼놓으면 신비주의 책에 실어도 될 것 같은 건 왜인가. 여러모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간절하게 도움을 찾으려다보니 평소같으면 고개 끄덕이고 넘어갈 부분에 토를 달게 되는 듯.

책장에도 신진대사가 필요하다고,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는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라는 말들 너무나 믿고 싶다. 어디 만화 표현처럼 혼이 입에서 빠질 것 같은 이 감정이, 책장 대정리가 끝나면 기쁨으로 바뀔 거라고 믿지 않으면 조만간 앓아 누울 것 같으니까...멋진 신간을 들이려 빈 자리를 만든다는 발상이 마음을 바로 가라앉혀주지는 않으나, 조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작은 위로가 된다. 그리고 "누구나 그 자리에 영원히 머물 수는 없"는데 서점서 가져온 책만 영원할 리도 없는 노릇...그리고 70번 항목의 말처럼, 최선은 다해야 하지만 잘 안 되어도 지구가 망할 것도 아니다. 의욕이 없으면 한 발 물러나라는 조언도 있으니, 심호흡 좀 하고 또 시작하자. 한 권 읽었다고 성격 어디 가지는 않지만, 며칠이라도 약발 들을 동안은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하자!

버리는 용기 100 - 일본 최고 전문의가 전하는 잡동사니, 뒤엉킨 사고, 인간관계 정리 습관
버리는 용기 100 - 일본 최고 전문의가 전하는 잡동사니, 뒤엉킨 사고, 인간관계 정리 습관
경계에 대한 물음으로 돌아보는 암과 삶

저자분의 인생 이야기, 암 연구 현황, 암과 인간의 진화, 한 발 물러나 보는 마음가짐까지 꽉 찬 엑기스들이 조용하면서도 강한 문장들을 통해 전해져온다. 바로 확 날아오는 싸다구가 아니라, 읽으면서 그 문단 끝날 때까지 주우욱 차오르는 놀라움이 책 곳곳에 포진 중. 울고 싶어지다가, 잠시 멈추고 문장을 다시 읽어보다가, 태아와 암의 공통점 파트에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다가, 막판에는 참회의 시간을 경험한다. 암에 걸린 게 불운이 아니고 암에 안 걸린 것이 행운이라는 걸 의학적인 해설로 들을 때는 머릿속에 천둥이 꽈광. 일단 매일 생성되는 세포 수가 너무 많고,  DNA 복제 오류의 원인도 넘쳐나니 암에 걸릴 확률이 10분의 9가 아니라 3분의 1이라는 게 인체의 신비다. 암이 아니고 어떤 사인이라도, 정확한 정보 획득이 곧 해탈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죽음은 사람들의 바람과 무관하다"부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우연과 필연에 관한 문장들에 감정이 조금씩 고조되다 "서사를 걷어내면 나는 그저 주어지는 시간을 살다가 가는 존재일 뿐이다. 수명이 다하면 죽는다. 자연의 일부인 나는 내 생각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에서는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는 감정이 가슴을 꽉 채운다. 이런 사고방식이 낯선 건 아니지만,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한편 그만큼 서러워서...저자분과 환자분들의 이야기와 함께 생각하고 지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니 구멍이 난 것처럼 가슴 언저리가 허전하다.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앞을 봐야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지금도 또렷하게 그려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저자분 본인도 아직 슬프고 화가 난다고, 모르는 것이 많다고 언급하시니 너무 움츠러들지 말고 어떻게든 생각이란 걸 해야겠지. 하나라도 더 읽고, 비울 것들은 비워내다보면 가닥이 잡힐 날이 올까...


"부족한 것은 나의 이해였지

세상이 이상한 게 아니었다."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 암, 도전, 진화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 암, 도전, 진화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
놀라움과 아재 개그 가득한 운석의 세계

드넓은 우주라면 모를까, 지구에 떨어진 운석들이 한 두개도 아닌데 뭐 엄청난 이야기가 있을까 했던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읽고 반성 또 반성 중이다. 지구의 초창기 운석 노출(파스퇴르 실험이랑 비교하는 신박한 그림 덕에 마치 다 이해한 듯한 착각이...), 매일 백 톤 이상 운석 물질이 지구에 떨어지고 운석에 엉덩이를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 이게 뭔 일인가 싶은 운석 비지니스의 희비와 머리가 지끈거리는 운석 연구 과정 설명(간략화된 설명과 가득한 삽화에도 불구하고 죽을 맛)까지...아재 개그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겠고, 전혀 기대하지 않은 트럼프 사진은 쪼까 그렇지만 참 재미있었다.

4장의 내용은 어디 교육방송에서도 좀 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읽으면서 꿍얼꿍얼.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류를 낸 건 시대와 기술 때문에 어쩔 수 없다해도, 따로 실험을 해본 것도 아니면서 옛사람 말이 최고에 서민들 증언을 죄다 동네 가십 취급하는 사람들 때문에 과학의 발전이 얼마나 저해된 것인지. 운석 연구가 뭔 심령 현상 분석도 아니고 참...그리고 본문의 큰 흐름과는 관계없는 일이지만, 많은 운석들이 사람들의 뱃속으로 사라졌다는 거 왜 이리 무섭노. 생각해보니 엑스맨에 나와도 될 것 같은 설정이긴 하다. 부모님이 운석을 먹고 낳은 슈퍼 히어로! ...아닌가?

  한 권 읽었다고 갑자기 운석 매니아로 변신한 건 아니지만, 실물을 보면 좋겠다는 마음은 충분히 든다. 투손 박람회까지 가서 진기한 운석들을 보는 건 무리겠고, 대전이라도 좀 힘내서 가봐야하나. 엉덩이가 무거운 자, 우주의 신비를 구경하지 못하리...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 - 지구, 인간, 문명을 탄생시킨 경이로운 운석의 세계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 - 지구, 인간, 문명을 탄생시킨 경이로운 운석의 세계
마음에 군불 때주는 귀염둥이들의 모험

한참 방치해두다가, 대대적으로 책꽂이를 정리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읽었다. 간만에 귀여운 동심의 세계에서 웃음도 나고, 슬쩍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즐거웠다. 역시 오래 사랑받는 작품엔 이유가 있어...

대부분의 모험 아동 문학이 그렇지만 도입부는 어른 시점에선 완전 악몽이다. 길냥이를 마음대로 줏어오질 않나, 9세 어린이가 무려 잭나이프를 챙겨서 가출하지 않나(어릴 때는 자각하지 못한 일이지만, 집에 위험한 물건 있으면 어른이 아무리 숨겨도 애들은 귀신같이 알드라...), 출처 불명의 물품들을 한가득 안고 돌아오질 않나...모험에 챙겨간 물건 목록들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험난한 여정에서 모든 물건들이 엄청나게 쓸모가 있었으니 엘머의 선견지명에 탄복. 용과 가족들의 수난이 어른에게도 현실 세계의 아픔을 상기시켜서 놀라기도 했다. 편견에서 자유롭기는 참으로 어려우나, 이 이야기가 수많은 아이들에게 마음을 여는 첫 걸음을 떼게 해주지 않았을까 짐작. 게다가 2권 엔딩에서 설마했지만, 3권의 마무리가 정말 이렇게 될 줄이야. 상황에 맞게 옳은 결정 내린 엘머의 태도가 황당할 정도로 쿨해서 그렇지, 감성적인 문단들 추가되었으면 눈물 좀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런 방향이 아니어서 이 책이 좋은 책인 것일지도 모르지.

그림이 부드럽고 귀여운데다 두 어린이(?)의 쿵짝을 보며 마음이 편안했다. 늦게나마 읽어 다행이고, 어찌보면 정들자 바로 이별(?)이지만 그래도 책의 엔딩처럼 쿨하게 헤어질 시간. 안녕 엘머, 안녕 보리스... 

엘머의 모험 1-3권 세트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 (사은품증정)
엘머의 모험 1-3권 세트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 (사은품증정)
감탄과 분노로 가슴 두근거리는 심해 탐사 이야기

'심해'라는 뽀대나는 단어에 해저 2만리 감성 느끼려고 펼쳤는데, 모든 내용이 여러 가지 의미로 놀랍다. 당장 오프닝에서 2021년 기준 화성 탐사용 로버가 3대인데 심해 잠수정은 1대라고 하는 언급부터 엥? 소리가 나는데, 다시 생각하니 심해 화산이나 발광 생물들로는 적을 죽일 수 없으니 당연한 것인가...이어지는 심해 연구의 역사나 중간중간 화보에 든 신비한 외견의 생물들은 꽤 상쾌한 놀라움을 주었으나, 이미 상당히 진행된 심해 오염과 임박한 위기들 부분에선 욕이 절로 터지는 충격이 있다. 해양 연구비는 대기 싫으나 해구에 플루토늄은 폐기해도 된다는 뻔뻔함이나, 아무리 동네 사람들이 현장답사 올 방법이 없다지만 과학 상식이란 게 존재하는 시대에 거긴 생물 읎어서 막 파고 더럽혀도 오케이라고 되도 않는 드립치는 채굴 업체를 보면 '역시 인간이란 이런 존재라서 조만간 쪄죽을 운명을 맞이하는구나'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음. 난파선을 둘러싼 추잡한 흐름은 덤...

중간중간 심해생물의 못생김(...) 얘기가 나오는데, 개인적 의견으론 못생기기는 커녕 고대라면 신이나 신수라고 여겨졌을 여지가 충분한 외관이다. 짤막한 화보 페이지에 실린 게 이만큼이니 직접 심해에서 생물들을 만나면 확실히 인생관 많이 바뀔 듯. 그러나 75만 달러라는 대단한 심해 관광비가 있다한들 그 깊이까지 갈 용기는 없으니, 정보를 전해주는 이런 책이 있다는 데 감사할 따름이다.

방구석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백 배는 아름답고 신비할 세계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벌써 인간이 투척한 쓰레기가 넘쳐가는 심해의 상황을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하다. 지금의 불충분한 심해 탐사 기술을 가지고도 심해 생태계를 초토화시켜 돈 벌려는 회사가 있는 마당에, 더 좋은 잠수정들이 나오면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인 이 곳은 어떻게 될까. 본문 곳곳에 정확히 알아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문제를 모르면 해결책이 없다고 언급하지만, 지금 사람들이 문제가 뭔지 몰라 지구를 열사의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하아...그래도 저자와 베스코보(외모가 '난 탐험가야'라고 외치는 사람이 아직 이 시대에 있을 줄 몰랐음), 트라이턴 서브마린스의 영상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하다보니 아름다운 심해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싶어진다.


"과거의 우리는 몰랐어요.

50년 전만 해도 모르는 것이 정말 많았잖아요.

이제는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고,

지식이라는 막강한 힘도 갖추고 있죠.

저는 아이들한테 이렇게 말해요.

'21세기의 인간이라는 사실에 감사하렴.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면 어땠겠니?

해결책을 모른다면 어땠겠니?

그러나 이제는 둘 다 알고 있지."

언더월드 - 심해에서 만난 찬란한 세상
언더월드 - 심해에서 만난 찬란한 세상
사람과 책의 인연을 향한 불타는 열정들

피렌체 서점 이야기 같은 분위기려나 했는데, 소개된 인사들의 개성이 뚜렷해서 의외의 재미가 넘쳤다. 인물들도 그렇지만 이름도 처음 듣는 별쇄 기술에 순간 홀랑 넘어감. 지금이야 전자책 하나 사고 포토샵 깔면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이런저런 꾸미기를 해볼 수 있지만, 책이 전혀 싸지 않은 시대에 내 책 꾸미기를 하려고 책들과 판화를 구매해 붙인다는 건 집중력과 금전을 동시에 빨아먹는 궁극의 오덕 활동이 아닌가. 책 대여업으로 떼돈 벌어 홀에서 파티 열고 작가들과 출판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건 다른 의미로 놀랍고...책을 빌리려고 아침부터 줄을 서고, 해외에서도 신청해서 배편으로 책 상자를 받아보다니. 극장보다 도서관이 인기였다는 거 실화인가요. 책을 읽겠다고 불타오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게 미라클이다. 이해가 가기도 하고 전혀 안 가기도 하는 여러 열정인들 목록에 실속왕 프랭클린이 있다는 게 슬쩍 웃기면서도, 읽으니 웃음이 싹 가신다 이런 □●...

디지털 시대에도 종이책이 없어지는 날은 없겠구나 읽으면서 거듭 생각하게 됨. 종이책 고집하던 하모니의 미레이처럼 독자가 종이책을 원하는 경우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만드는 쪽이 '물질화된 책', '싸지도 않고 기술도 불편하지만 내가 원하는 정신을 구현한 책'을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처음 생각해본다. 활동했던 시대도, 책으로 전하려고 하는 목적도 전부 다른데다 몇몇은 주변에 있으면 거리를 많이 두고 싶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언급된 이들의 열정만은 놀라움으로 기억하고 싶다. 괜히 서점 가서 책 하나 건져와 팔랑팔랑 넘기고 싶은 유혹은 덤.

북메이커 - 책 제작자 18인의 생애로 읽는 책의 500년 변천사
북메이커 - 책 제작자 18인의 생애로 읽는 책의 500년 변천사
무심하지 말라 전하는 도서관들의 내력

도서관이란 처음부터 계획대로 건물 짓고 사용하는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데다, 여기저기 나오니까 약간 주워들은 정독도서관의 배경 외엔 아는 게 전혀 없던 상태에서 읽고 여러모로 충격 받았다. 다른 데도 아니고 어린이도서관이 위장건물이었다는 것도 그렇고,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의 관장들 중 사서 출신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과 배경도 그렇고...정보가 가득한 공간이 정치 상황와 깊은 관련이 없을 리가 없는데,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스스로가 답답할 뿐이다.

대체 왜 몇몇 도서관들은 산에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풀렸으나, 답을 알아도 기쁘지가 않다. '재미난 도서관 잡학'과는 꽤 거리가 있는 무거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보다 많은 이들이 기억해야할 일들이니 그저 열심히 봐야지 별 수 있나. 도서관에서 투쟁한 학생들이나 동농 선생 이야기처럼 숙연한 기록은 당연한 일이고, 국회도서관의 문제점도 도서관 예산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았다면 이리 짜증나는 상황까지 이르지 않았을테니 그간 몰랐던 n분의 1의 책임을 불편해도 알아야지. 하아...어쨌든 각종 수난과 푸대접을 거쳐오면서도, 지금까지 남아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이 나라의 도서관들에 목례.

"대다수 시민이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서 도서관은 제대로 성장하고 기능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조제프 드 메스트르의 말을 살짝 바꾸면, 이런 말이 된다. '모든 시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도서관을 갖는다.'" 스스로가 지금의 만족스럽고 감사한 도서관 서비스를 계속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시민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있어 참 섬찟한 말이지만, 그래서 남들보다 더 신경써서 기억해야겠다.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모두가 자신만의 규칙들을 품고 있음을

영화판이 있다는 건 알았고 언젠가는 보겠지 하고 지나갔는데, 어느새 영화 개봉도 20년이 넘었다는 데서 쇳소리 나올 뻔 했다. 뭐, 명작은 언제 손에 쥐더라도 늦는 법이 없다고 중얼거리면서 읽기 시작. 사람이란 참으로 사랑스러운 면과 보는 사람 복장 터지는 면을 동시에 가지는 존재라는 걸 아주 차고 넘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많은 등장인물들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그런 요소를 심어줄 수 있다니 이건 무슨 초능력이여. 다른 장르였다면 그냥 잔인한 빌런으로 나와 철퇴 맞고 사라졌을 수도 있는 인물조차 단순히 욕하고 넘어가지 못하겠으니...인간이란 다 그런 존재임을 머리로는 알지만, 세상이 시끄러워지니 점점 이분법으로 생각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여러모로 독보적인 캐릭터 멜로니에게도 그저 감탄. 그냥 빌런인 줄 알았다가, 벨트 휘두를 때는 '이제 살육극이 시작되고 미쿡식 죄와 벌로 흘러가지 않을까' 기대 아닌 기대(?)도 심어주고, 호머 찾기 여정도 참 희한하게 흘러가니 다른 인물들과는 다른 의미로 마지막까지 예측불가였다. 이 작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더라도 멜로니를 까먹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시술에 관해서도 뉴스나 인터뷰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거리들이 날아오니 머릿속이 바쁘다. 닥터 라치도 호머도 시술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기본으로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보여주니, 이 문제를 처음 생각해본 옛시절로 타임슬립해 '나는 어땠던가' 자문한다.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도 삶을 귀하게 여긴다고, 정말 이해하려고 했었는지. 두터운 책 두께만큼 대단한 이야기였으니 존 어빙 만세다. 그나저나 책을 다 보고 영화 정보를 찾으니, 샤를리즈 테론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볼 마음이 뚝 떨어짐. 뭐여 멜로니 왜 안 나오는겨!

사이더 하우스 2
사이더 하우스 2
마음을 뽀송하게 해주는 귀염뽀짝 구름 강의

해설도 명랑한데 일단 일러스트가 참으로 큐트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순간 내용을 잊고 넋을 잃기도. 파셀 군 굿즈를 좀 팔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출판사님. 포스터를 벽에 붙여놓고 싶어요!

구름에 한정된 입문서인데도 모르던 사실이 너무나도 많아, 대체 기상학이란 얼마나 광범위한 학문인가 뒤늦게 숙연해진다. 우주에도 가는 이 시대, 구름 속 벌레까지 감지해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해명되지 않은 요소들이 있다는 것에도 놀라고. 그리고 아무리 도시인이라지만, 하늘을 거의 쳐다보는 일이 없는 나의 생활 패턴도 좀 돌아보았다. 꼭 하늘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더라도, 언급된 대로 적란운이나 선반구름 등을 알아볼 수 있다면 비나 번개에 좀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저자가 염려하는 단정적이고 정확하지 않은 예보들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니. 어쨌든 최종적으로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니께...

소개된 구름들이 굉장히 많아서 죄다 기억하는 건 무리지만, 최다빈도로 나온 사랑스런 적란운의 자태는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굿즈 안 되면 폰 대기화면이라도 어뜨케 안 되나요 아흑) 관측은 육체 노동이라는 저자의 웃픈 넋두리도. 앞으론 뉴스 보면서 강수 확률 30퍼센트라는 말에 '이게 비가 온다는 거여 아니여...'라는 생각하지 말고, 구라치지 않는 성실한 예보임에 감사해야겄다. 그리고 파셀 군 굿즈, 혹시 모르니까 계속 찾아봐야지...

다 읽은 순간 하늘이 아름답게 보이는 구름 이야기
다 읽은 순간 하늘이 아름답게 보이는 구름 이야기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 나눔] 송강원 에세이 <수월한 농담> 혼자 펼치기 어렵다면 함께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와 함께해요![📚수북플러스] 6.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2020 노벨문학상, 루이즈 글릭 대표작 <야생 붓꽃>을 함께 읽어요. [책나눔] <고양이를 부탁해><말하는 건축가> 정재은 감독 에세이『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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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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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에서 단테의 <신곡> 연극을 봅니다.
[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
같이 읽고 싶은 이야기_텍스티의 네버엔딩 스토리
김준녕, 오컬트도 잘합니다. [다문화 혐오]를 다루는 오컬트 호러『제』같이 읽어요🌽[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텍스티] 소름 돋게 생생한 오피스 스릴러 『난기류』 같이 읽어요✈️[책증정] 텍스티의 첫 코믹 추적 활극 『추리의 민족』 함께 읽어요🏍️
10월 20일, 극단 '족연'이 돌아옵니다~
[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모두를 위한 그림책 🎨
[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책증정] 언제나 나를 위로해주는 그림책 세계. 에세이 『다정하게, 토닥토닥』 편집자와함께"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각양각색! 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
사랑은 증명할 수 없지만, 증명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다
[밀리의 서재로 📙 읽기] 29. 구의 증명최진영 작가의 <단 한 사람> 읽기[부국모독서모임] 최진영의<구의 증명>, 폴 블룸의<최선의 고통>을 읽고 책대화 해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레슨!
[도서 증정] 『안정감 수업』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눠요!🥰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을 믿은 인류의 역사, 《자기계발 수업》 온라인 독서모임
한국의 마키아벨리, 그의 서평 모음!
AI의 역사한국의 미래릴케의 로댕최소한의 지리도둑 신부 1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일본의 탐미주의 작품들
[그믐클래식 2025] 10월, 금각사 [북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 함께 읽어요!
공룡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로!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밀리의 서재로 📙 읽기] 10. 공룡의 이동경로💀《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
추석 동안 읽을 만한 일본 추미스!
[책 증정] 호러✖️미스터리 <디스펠> 본격미스터리 작가 김영민과 함께 읽기 [박소해의 장르살롱] 7. 가을비 이야기 [박소해의 장르살롱] 10. 7인 1역 [박소해의 장르살롱] 2. 너의 퀴즈 [박소해의 장르살롱] 21. 모든 예측은 무의미하다! <엘리펀트 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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