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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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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대다 사레드는 황당폭소 대잔치

깨알발랄한 표지에 집었다가 작가 이름에 멈칫. 빨려들 듯 읽기는 하였으되 속터지는 쓴 맛에 작가가 사람잡네 타령하던 기억들이 밀려오니 관둘까 잠깐 고민했다. 결국 ‘호쾌한 범죄 일소 스릴러’라는 뒷표지 문구 믿어보기로 하고 읽었는데, 안 읽었음 어쩔 뻔. 호쾌한 줄은 모르겠으나 ‘헐~’과 ‘푸웁’을 연발하며(표현 한 번 조악하나 진짜니까 어쩔 수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 막판 고물상 총집합 직전엔 하도 얘기가 꼬이다보니 내용 재확인이 필요하긴 했는데(...단순히 기억력이 별로인 것 뿐인지도) 간만에 보는 이 얼척없음의 연쇄 끝내준다. “재수없는 일을 만나거든 원망은 잠시 접어두어라. 더 재수없는 일이 기다리고 있으리니.” 진정 스토리를 관통하는 명언.

등장인물들 숫자가 굉장히 많은데도 정이 가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 건 황당하다. 뭐, 재미있으니 따질 건 없긴 해...추리능력이든 둘러대는 능력이든 분명 난놈인 장이앙이나 영원히 고통받는데도 별로 불쌍하지 않은 쑹싱 등등 범죄자들보다 경찰들 쪽 인물들이 ‘뭐 이런 인간들이...’ 생각 절로 든다. 옮긴이의 말에서 원제가 저지능 범죄라는 걸 보니 왜 이리 납득이 가노. 드라마로 보면 제대로 웃길 것 같아 찾아보니 올해 방송 예정이고 예고편도 있었다. 짧은 클립만 봐도 각색이 많이 된 것 같은데, 장이앙 역 배우와 리첸 역 배우 나이 차이가 슬쩍 봐도 아버지와 딸 수준이니 책 막판의 희미한 로맨스 냄새도 드라마에선 없...겠지? 재미도 그렇지만 안 읽었으면 쯔진천 선생은 사람 멘탈 쥐어짜는 작품만 쓴다고 오해할 뻔 했으니 역시 고민될 땐 그냥 읽는 게 제일이다.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자본과 기술의 쌍두마차 탄 최신 약물의 전율

모든 중독성 물질 이야기는 끔찍하지만, 시작부터 정신 챙길 시간을 안 주는 책이다. 펜타닐이란 게 꽂은 주사기 빼기도 전에 사람 죽일 수 있다고 나오는데도 - 러시아 오페라 극장 테러 때 인질들 다 죽인 게 수면 가스가 아니라 펜타닐이었다는 대목까지 오면 머리가 띵하다 - , '중독자들은 사람 죽일 정도로 센 약이 더 쾌감을 줄 거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더 찾는다'는 말이 본문 중간에 계속 언급이 되니 기가 막힐 노릇. 그 와중에 '어차피 중독자들은 범죄자잖아' 마인드로 후회없이 약 파는 딜러들, 약물로 득도하려는 화학자들, 이 책 안 들여다 봤으면 몰랐을 각국의 유사체법의 유무(이런 말장난같은 상황이 통한다는 게 믿을 수가 없다)와 자본주의에 간만에 등골 서늘하다. 새삼스럽다만 현실의 공포는 호러소설을 능가하는구나...다크웹에서 마약 알뜰구매 직배송하는 세상이 된 것도 기가 막히지만, 아예 다크웹도 필요없이 원자재 배송보장하는 위안청 이야기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할 뿐.

실패하긴 했지만 시도는 했던 뉴질랜드 사례나, 마지막 챕터의 댄스 세이프나 스페인 이야기를 보면 사람들을 살리려는 노력은 효과를 보고 있고, 제대로 된 지원이 있을 때 사람이 죽는 것도 막고 공공비용도 절감이 된다는 사실에 좀 희망을 가지고 싶은데...중독이 삶을 파괴한다는 것 빼고는 내가 알고 있던 마약 정보들은 이미 고리짝 시절 이야기고, 인터넷과 각종 기술 변화가 점점 빨라지는 걸 생각하면 2025년엔 이 책 속 상황도 이미 옛날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차피 가진 건 투표권 한 장이지만, 정보를 따라잡지 못하면 방지나 재활 정책 이야기 나올 때 제대로 도장 찍을 수 있을까. 알아야 할 지식인데 읽고 나니 심란하다. 

각박한 세상, 뭔가에 중독되지 않고 살아있다면 잘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이니 그저 감사할 뿐이고, 삶의 마지막까지 책에 언급된 수많은 약들과 인연이 없기만 바란다...

펜타닐 - 기적의 진통제는 어쩌다 죽음의 마약이 되었나
펜타닐 - 기적의 진통제는 어쩌다 죽음의 마약이 되었나
두 청춘을 통해 접하는 '감각의 공부'

표지만 보고 집었을 때 문득 떠오른 건 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이었다. 그때는 장애를 둘러싼 좌절과 회복과 현실 문제의 풀코스에 배가 너무 꽉 차서 속이 가벼워지는 데 시간이 꽤 걸렸는데, 다행히 이 책은 청년들의 고군분투 속에 생각지도 못한 기쁨이 있어 읽고 나서 기분이 밝다 휴우...(쓰고 보니 웃기긴 하다. 그렇게 불안하면 애초에 집어들지나 말지)

선천적인 시청각 장애를 수술로 회복했을 때 적응이 어렵다고 구름 잡는 수준으로 알다가, 저자 본인의 사례까지 포함한 설명을 들으니 좀 감이 잡힌다. 각종 뇌 피질과 안구 부분 명칭 외우는 건 도중에 이미 포기했으나, 인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기존의 감각까지 혼란시키는 각종 난감함은 이해했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읽는 것만으로도 소름 돋으니, 실제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진정 상상불가다. 이런 와중에 부단한 학습으로 감각의 향상뿐 아니라 인생의 단계를 클리어해가는 리엄과 조흐라의 존재에 콧등 시큰...중요한 건 모든 인간은 아예 써본 적이 없는 감각조차 어느 정도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이겠지만, 인체의 신비가 사람 고생 덜어주거나 눈물 닦아주는 거 아니니까. 당사자들만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학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고, 짧게 언급된 50년대 미국의 재활 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는 것이 베스트겠지만(왜 사라졌는가 설명이 있지만, 다시 인식이 바뀐 뒤에도 부활하지 않는다는 건 역시 울적하다) 과연 그 날은 올까. 지금 단계에선 다수가 노력하는 소수에게 훼방이나 놓지 않으면 다행인 것일까. 리엄의 어린 시절을 보면 뭣모르면 의도가 없어도 사람 잡을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두렵다. 이런 어른들 만나고 세상에 실망해서 비행청소년 되지 않은 것이 이미 충분히 훌륭해...

뇌의 적응력과 눈부신 두 사람에게만 감탄하지 말고, 늘지 않는 외국어에 다시 용 써봐야겠다. 조흐라도 말했잖아 뇌는 어떤 식으로든 배운다고.

내게 없던 감각 - 보는 법을 배운 소년, 듣는 법을 배운 소녀 그리고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
내게 없던 감각 - 보는 법을 배운 소년, 듣는 법을 배운 소녀 그리고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
디지털 디톡스는 집에서 안전히

번역 나온 지 일 년이 넘었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직 작가 이름 기억하고 있을 때 집어서 다행이기는 한데...번역이 드문드문 나오는 걸 보면 다른 작품들의 번역을 희망해도 좋은 것인가, 현지에서 그렇게 작품이 많이 나왔는데 가뭄에 콩 나듯 번역이 나오는 거면 포기하는 게 편한가 아리송하다. 어쨌든 현재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데 두 손 모아 감사.

설정부터 폭설 속 단절된 산장이니 이미 좋은 일 1도 없을 거라는 건 알고 시작하고, 분위기도 거의 예상대로였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우두두 죽어나가지는 않아 안심하는 한편, 고개 신호가 대체 무슨 내용인가, 중간에 슬쩍 소개되는 게 아니라 권두에 당당하게 나온 에피소드는 대체 누구랑 어떻게 관련이 되는가 머리 굴려보는 재미는 있었다. 솔직히 범인 정체나 잡는 과정은 좀 띵했는데, 화려한 트릭 밝히기가 아니라 서로 의심하고 쥐어뜯는 분위기를 만끽(?)해야 하는 작품이니 어쩔 수 없나...그런 중요한 사람을 어떻게 못 알아보는가 설명이 없다는 것도 미묘하지만, 알아보면 내용 자체가 성립을 안하니까 적당히 뭔가 했겠지 넘어가고. 내가 적어놓고도 이렇게 보니 뭔가 불만스러워 보이는데, 역시 출출할 땐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며 후딱 잘 읽었다. 다음 번엔 시리즈물이 번역되어서 한국서 히트를 치고 완역이 된다던가...는 과한 희망이겠지. 에잇, 정 궁금하면 그냥 원서 사서 구글 앱에 돌리지 뭘 따져. 그리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줄일지언정, 비상시엔 없으면 뭐 되니까 휴대는 잊지 말아야한다는 교훈 겟. 그리고 역시 산장에는 발도 들이지 않는 걸로...

오프라인
오프라인
감사합니다

내가 몰라 그렇지 소방관분들의 책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무지에 좀 죄책감이 들지만, 어쨌든 하나라도 집어들어 다행. 실제 고생을 다 넣으려면 벽돌책 전집이 될테니 엄청나게 축약한 내용일텐데도, 화재 진압 외에도 소방관이 관여하는 다른 일이 이렇게 많은가 읽다 까마득해짐. 대체 언제 쉴 수 있는 것인가...여름철은 해변에도 파견되고, 산에서 조난이 발생해도 소방관이 구조하고, 경찰과도 협업해야하니 위험하지 않은 일이 없다. "일하다가 다칠 수도 있고 까딱 잘못하면 제 명에 못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이 일이 내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말, 매일 불과 피를 보는 이의 마음이 담긴 말에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숙인다.

남을 구하는 작업을 하는 분들의 PTSD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부분은 갑갑하기도 하다. 실컷 사람을 구하고도 보답이 아니라 세상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아픔만 남는다면, 비상시 우리들을 구해주십시오 어떻게 말하겠나. 제대로 된 케어 정책이 없는 것은 결국 책 읽는 유권자 1에게 n분의 1의 죄가 있다는 말이니, 뭘 해야되는지도 모르겠고 애꿎은 손만 계속 쥐었다 편다. 이런 와중에 현장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들을 더 염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 남을 구하는 자와 일반인의 차이인가보다. 계속 내 자신이 부끄러워질 뿐. 하아...

내용 외에 작가분 이력에도 놀란다. 소방관 겸 작가에 단편영화 제작까지...나는 내세울 것도 없는데 부지런하지도 못하구나 어이쿠. 그래도 최소한 고생하는 분들의 은혜로움은 까먹지 말고 살자. 그리고 자나깨나 불조심!

레스큐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한 소방관이 기억하는 그날의 기록
레스큐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한 소방관이 기억하는 그날의 기록
창 VS 방패의 무한 열정 드라마

스타트렉 쉴드가 아직 없는 핵폭탄의 시대에는 어려운 발상이나, 사극에서나 가능한 낭만이라고 간단히 말하자니 딱히 논리는 없는데 재미있게 읽은 내 기분이 편치 않다. 전쟁이란 것이 없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절대 방어인지 절대 무기인지 생각하는 과정을 생활의 달인 역사 스페셜 같은 깨알재미와 함께 잘 보았음. 초반만 해도 교스케한테 몰입 중이라 타임머신과 아기 히틀러 죽이기 마냥 '저놈을 지금 죽이면...'하는 장면에서는 '어이구, 지금 못 죽여서 나중에 비참한 결말이 오겠구나!'고 탄식했는데, 계속 읽다보니 겐쿠로도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아니며 나름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여기서 또 재미가 있었고.

죽음의 던전 만들기나 포탄 튕기기, 특히나 마지막 돌담 리셋 쇼는 읽으면서 이거 다 재미있으라고 써놓은 뻥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해설에 '기존에 있던 건축술을 구사한 것'이라니 화들짝. 요새 벽돌도 아니고 짱돌들을 가지고, 언제 뭘 맞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진짜 이게 되는 건가? 해자에 물 채우는 방식은 다시 읽어도 이해가 잘 안 가서, '채웠으면 됐다...'하고 포기하긴 했다만, 새삼스럽지만 국경 관계없이 옛날 기술이 절대 무시할 것 아니어라.

이러나 저러나 사람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참으로 당연한 결론도, 계속 숨가쁘게 읽다가 따악 마주하니 난리통 끝에 광명 비추는 임팩트가 있었다. 결말도 예상처럼 싸늘하지 않아 마음도 놓이고, 한마음 아노슈 멤버들('상사와 나와 동료와 후배들까지 절대신뢰로 묶인 회사'라니 이게 진정 환타지여...)이 주는 보온 효과가 장대해 여러모로 배부르게 잘 보았다. 훗훗.

새왕의 방패 - 제16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새왕의 방패 - 제16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어설픈 나의 생각을 때리는 조용한 펀치

당장 내일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항상 마음 속에 있다. 각종 질병, 모든 불행의 악마의 치트키 교통사고 외 각종 인재, 개인차가 꽤 큰 지옥의 러시안 룰렛 노화...책 좀 찾아본다고 실제 일 닥쳤을 때 의연할 가능성은 바닥이다만, 그래도 안 보는 것보다야 낫겄지.

저자가 걸린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질환에 시작부터 화들짝이다. 시력만 저하되는 게 아니라 시야의 각도가 계속 좁아진다는 건 생각도 못 해본 공포. 도마 위에 놓은 칼을 잠깐 시야에서 놓쳐서 식껍하는 부분은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침. 그 와중에 어쨌든 정면이 약간은 보이니까, 지팡이 들고 다닐 때 사정 모르는 이들이 사기꾼 취급할 것까지 걱정해야하니 이런 ○●○...그리고 옆집 '잘생기고 해로운 아빠', 보행 중 벼락이나 맞으셨음 좋겠네요. 시각 장애인들이 생활의 불편 이전에 이런 황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에 입은 있으나 할 말이 없다.

분명 일정한 도움은 필요하나, 무능력한 사람, 취약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심적인 이야기부터, 실업률,  시각장애인들이 뿌리를 만든 각종 첨단 기술(과학 교과서에 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장애를 가진 이들 사이의 인종과 젠더 차별 등등 모르던 이야기들 정말 많았다. 그리고 과연 나는 그런 적이 없는가 생각하게 되는 '사랑에서 비롯된 차별'도. 슬쩍 검색해본 점자정보단말기의 가격에 기함한 것은 덤이다. 평균 600만원! 지원사업도 하는 모양이지만 신청하는 모두가 받지는 못하는 것 같으니, 녹음해서 변환하는 방법이 있다해도 '조용히 타이핑하고 저장하는 행위'를 당연하게 할 수 없다는 건...아아...

좋은 책들이 다 그렇지만, 기억이 닿는 한 계속 생각해야하는 내용들이다. 시각장애에 관한 이야기지만, 언제든 어떠한 기준으로든 차별하고 차별 받을 수 있는 인간 사회의 이야기였으니까. '서로 양보하고, 내어주고, 공유하는 사회'는 참으로 멀다 생각하지만, 최소한 내 행동이라도 조심하며 타인의 말을 더 구할 수는 있겠지.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 메모.

"그날은 내 시각장애에도 아랑곳없이 멋졌던 날이라거나, 내 시각장애 덕분에 멋졌던 날이 아니었다. 다만, 내 시각장애와 함께 멋진 날이었다."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 삶의 감각으로 이야기한 장애의 세계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 삶의 감각으로 이야기한 장애의 세계
기시미 선생과 함께 곰씹어본 명상록

명상록 내용도, 언제 읽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그나마 기억나는 것은 고대 꼰대의 말이라고 콧김 뿜던 울분 가득하고 뭣모르던 나의 모습...시간이 흘러 든든한 가이드(눈부신 경력 이전에, 희랍어를 배워 명상록 본문을 번역하는 덕력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의 안내로 들여다보니 많이도 다르더라. 당장 명상록이 남을 가르치려는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를 점검하는 용도의 노트였으니 옛적 나의 비난은 매우 부당하였다. 쏘리 아우렐리우스...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아들러 해석과 통하는 부분이 있으니, 글이 남긴 영향이 장대한 것인지 그냥 사람은 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마련인 것인지 신기하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구분하고, '타자는 내 기대를 채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고, 괴로워서 몸부림은 치더라도 그 고통이 하늘 아래 내가 처음 겪는 고통이 아니며 백 퍼센트까지는 아니지만 유사 이래 수많은 이들이 극복했으니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안다는 것.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시간 지나 좀 아프면 깨끗하게 싸아악 까먹는 것들을 다시 복기했다. 조금 편안하면서도, 내가 지금 이 삶 속에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니 혼란스럽기도 한다. "이 고달픈 삶에 눈을 감고, 아무 생각 없이 그때그때 무언가에 열중하는 것으로 넘기려 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실제로는 자기 권한 내에 있는 일인데도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게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손놓고 해결하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멈추어 생각해봐야 합니다." 시도는 해보는데 정말 모르겠다. 해야하고 할 수 있는 노력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도 멘탈 부실의 원인 중 하나일까.  

저자의 모든 말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죽음 파트에서는 다 쓰다간 날 샐 잡생각이 수두룩한데도, 읽고나니 마음이 좀 평온하다. 당장 명상록 슈퍼 오덕인 선생 본인도 아우렐리우스의 말에 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모든 것에 동의하지 못해도 좋아할 수 있고,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쫄지 말자. 생각도 해보고 모르겠으면 또 읽자.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 -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명상록 읽기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 -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명상록 읽기
왜 이러세요 정말...

가볍게 보려고 1권 집었다 코 꿰여서 주르륵 다 봤다. 그리고 밀려오는 후회 아닌 후회에 몸부림치는 중이니 이게 뭔 일. 제목이 뭔가 상큼 발랄한 것에 비해 1권도 쪼까 결말이 무겁긴 했다. 그래도 2권까지는 괜찮았는데 3권이...으윽.

초장부터 핍 행동에 갑갑해서 책장 넘길 때마다 한숨. 하긴, 일반적인 고등학생이 살인이란 걸 접하면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긴 할 거야...나는 그정도 싸악 극복했다는 건 코난이랑 김전일이나 가능한 일인거고, 힘든 걸 부모한테 털어놓기 까다로운 나이인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압력밥솥 안 고구마마냥 이래도 되는 겁니까 작가님?

그렇게 스트레스가 누적되다 드디어 중반에 일이 제대로 터지니 잠깐 책 덮었다. 그렇다고 관두면 찝찝함만 남지 죽도 밥도 안 되니까 어쨌든 다 봤는데...하아...1권 덮을 때만 해도 드라마 예고편도 검색하며 흐뭇해 했는데, 다 읽고 샤방샤방 배우들의 모습을 떠올리니 씁쓸함만 따불. 마지막 페이지의 내용은 과연 행복의 가능성인가 집행유예인가. DC 히어로들처럼 대놓고 악당 잡을 때는 오히려 생각하지 못했지만, 정의 구현은 역시 방식도 중요하더라. 그리고 읽다 마음에 못이 좀 박히긴 했으나, 잭슨 씨 다음 책도 안 보기는 어려울 듯...낚였어 하아...

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3
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3
주소는 그냥 주소가 아니었음을

세상 모든 것이 파고들면 간단한 것이 없지만, 내가 사는 곳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에 이렇게 많은 의미가 있었는가 처음 생각해 본다. 표지에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봤을 땐 좀 과장이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었음. 당장 한국과 일본 챕터에 나오는 이야기도 처음 듣는 것들이 많아 민망하기도 하고...원서 출간된 게 2020년이니 좀 묵은 지식들인데도, 인천에 사파이어로나 루비로가 있다던가, 애초에 한국 주소 방식은 어땠는가도 몰랐으니 내 과연 아는 게 있는가 잠시 좌절. 사첩실 이야기같은 재미난 이야기도 있지만, 남아공 파트처럼 예상 못한 충격들이 머리를 때리기도 한다. 미국도 그렇다지만 주소와 인종, 언어 문제가 얽힌 현재진행형의 지옥도에 쓸 수 있는 말을 결국 찾지 못했다. 책만 보는 외부인인 내 짧은 감상이 먼지처럼 느껴져...

 말이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주소 이름을 주민들이 바꾸고 싶어 한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이름과 번지수가 부동산 가격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해봤다.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내가 부자가 아닌가보이. 하지만 딱히 부자가 아니더라도, 마지막 노숙자들의 곤경을 보면 현대사회에서 기재할 주소가 있는 입장이라는 것에  감사의 마음 우러나옴.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기방기한  what3words 서비스나, 공사는 아직 안 들어간 것 같으나 사람들의 웃음과 모금 상황을 볼 수 있는 사랑의 거리 홈페이지를 보면 좋은 변화도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주소의 은혜로움을 조금이나마 알았으니, 택배 받을 때나 길 찾을 때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과연 기억력 얼마나 갈 것인가...끄응...

주소 이야기 - 거리 이름에 담긴 부와 권력, 정체성에 대하여
주소 이야기 - 거리 이름에 담긴 부와 권력, 정체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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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그믐달 찾아요 🌜
자 다시 그믐달 사냥을 시작해 볼까? <오징어 게임> x <그믐달 사냥 게임> o <전생에 그믐달>
8월 22일은 그믐밤입니다~ 함께 읽어요!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이디스 워튼의 책들,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3. 석류의 씨
문화 좀 아는 건달의 단상들
설마 신이 이렇게 살라고 한거라고?그믐달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
퇴근의 맛은 두리안 ?!
[도서 증정] 소설집『퇴근의 맛』작가와 함께 읽기[📚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여기가 아닌 저 너머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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