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전혀 미쓰야에게 적응 못한 채로 2권 스타트. 뭐, 공동 주연인 가쿠토조차 미쓰야에게 아직 적응하지 못했으니 문제 없다. 인스타 부부의 무시무시함에 치가 떨려, 잠깐이지만 책을 태워서 정화의식이라도 할까 생각함. 1권 의 기분 나쁨은 맛보기였으니, 어떻게 이런 인물들의 심리를 상상해서 쓸 수 있나 놀랄 뿐이다. 다른 부부도 불행의 근원에 인스타에 불붙은 비교심리가 있으니 정말 조용히 살려면 타인의 생활은 안 들여다보는 게 상책이여...어우 무서워.
한편으로 무너져가는 와중 서로를 보듬어 주었던 두 사람의 행로가 너무 가여워서, 기분 나쁨을 충분히 상쇄시키는 애처로움이 있다. 모든 게 타이밍이라고, 적절한 장면 뒤에 "나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있다. 그것만으로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생각한다."라는 문장 나오니 이거는 반칙이잖아 꿍얼거리며 울컥. 결국 코 꿰여서 뒷권 다 보게 생겼군...


희생자를 위해 열심히 수사하는 진지한 형사에게는 언제나 기본 이상의 호감을 가지게 되는데, 이번 경우엔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비상한 기억력과 매우 진지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가지고, 사교 지령은 독자에게 슬쩍 매력 있는 정도로 떨어지는 멋진 설정의 미쓰야가 좋은지 싫은지...나만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언행 속에 '댁들도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가 깔린 것 같아 기분 아리송하다.
이런 일 있을 수 있겠다 싶은 수사물이 많다지만, 사건 규모가 '웬지 우리 동네에도...' 하는 수준에, 상대에 대한 무지나 오해, 착각이 어느 가정에서든 다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 미적지근한 온도와 가까운 거리감이 죽을 맛이다. 내용이 일상과 백만 광년은 거리가 있는 공포소설보다 훨씬 무서워...두 어머니가 정신줄 놓는 과정도 묘하게 납득되어서 페이지 넘길 수록 기분 질척질척하고. 마지막에 애꿎은 아기 큰일날까봐 속을 태웠는데, 거기까지는 안 가서 십년감수. 이 정도에서 멈춰줘서 작가님 감사합니다 해야하는가...
'보통'에 대한 코멘트에 뭔가 찔려서(분명 저런 식으로 말한 적이 한 번은 있으리라) 메모.
"사람이 보통이라는 말을 쓸 때는 세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말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두 번째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쓰는 경우. 일단 보통이라고 말해두면 무난하다는 의식이 작용한 겁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뭔가를 숨기려는 경우. 보통이라는 말은 매우 편리합니다. 설명하지 않고 상대의 생각에 맡길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든 웃음 주는 작가라는 건 이제 확실히 알았지만, 이번엔 주제부터 웃겨서 마음도 편하고 참으로 즐거웠다. 처음엔 인터넷 데이트 상대 필터링처럼 살짝 윤리적 문제가 느껴지는 화제를 두고 웃는 것에 죄책감도 들지만, 웃다보니 언제 그런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가히 최고의 에피소드인 누드모델 편에서는 하란다고 굳이 해보는 저자, 남성 독자들 대상인 잡지에 굳이 일반 중년 남성의 누드 싣는 것에 오케이하는 상사, 굳이 욕설 편지를 잡지사로 보낸 독자들까지 어처구니 행진곡 끝내준다. 집중력 문제에 고군분투할 때는 괜히 찔끔. 귀찮은 일을 할 때는 기분을 전환하려 동영상이나 팟캐스트를 틀어놓는 게 일상인데, 생각해보니 집중해서 그냥 빨리 끝내버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남은 진지함도 마지막 챕터에서 웃느라 또 훅 날아감. 내내 진기한 체험생활을 참아주던 성자 줄리 여사는 이 정도 대접을 받을만 하다. 짧은 권력 이양 기간에 아쉬워하면서도, ‘내게 두통을 가져다주긴 하지만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괜히 찡해짐. 마지막 부록들도 - 예상보다 훨씬 긴 인지적 편향 목록(이 많은 오류를 하나도 범하지 않는 건 무리인 듯 하니, 남에게 불만이 생기면 먼저 내 부족한 점부터 챙길 지어다...), 추가 퇴짜 조건, 아웃소싱 회사 리스트에 옮긴이의 말까지 - 재미있고 유익했으니, 얼른 제이콥스 씨의 다른 책들을 입수해야...


보통 평전들을 지나칠 때는 낯익은 이름들이 보이 는데,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인지라 궁금해서 보았다. 시작부터 무겁고, 뒤로 갈수록 울적함이 더하다. 어디든 굴곡진 역사가 없겠냐마는,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흥미 위주로 보거나 감정적 거리가 좀 있는 상태에서 들여다볼 수도 없는 일들이니 늪에서 헤엄치는 기분. 말 한 마디 잘못해서 끌려가는 시대는 지났다지만, 수많은 일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고, 이제 와서 근본적인 부분들은 고치려 한다고 고쳐질 수 있는 것인가 희망보다는 암담함이 앞선다. 이상을 논하자면 화해와 중재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야 하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중간’에 사람 설 자리가 없는 건 매한가지. 너무 비관적인 생각인가...
그리고 모든 일들은 ‘당시’의 상황과 가치관을 감안해야 하며, 한 인물이 왜 그런 여정을 걷게 되었는가 생각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개인적으로 단어를 입에 담는 것도 싫은 제도를 포함한 각종 구습들이 튀어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으니, 사실 이것 때문에 보다 덮을까, 어차피 볼 사람도 없는 어줍잖은 독후감도 쓰지 말까 고민 좀 했다. 하지만 책을 보았고, 현재진행형인 문제들을 생각할 기회를 얻었으니 기록해놓고 언젠가 돌아보는 것이 나 자신에겐 의미가 있겠지.


대차게 아파보고 통증과 병원비에 눈물 좀 뽑고 나면 건강 관리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니, 도입부에서 어느 정도 동질감이 느껴진다. 한편 이 고비를 마흔이 넘어서야 겪었다는 데서 저자가 얼마나 럭키가이인지 놀라기도. (제이콥스 씨는 본인 유전자 검사에 만족하지 않았으나, 이정도면 나름 로또 맞은 유전자가 아닌가...)
책이 나온지 십 년 이상 지났는데, 종교도 그렇지만 어째 최신과학이 도입되는 건강 관리 분야의 논쟁거리들도 딱히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한때 길에서 종종 보였던 발가락 신발이라던가, 세부사항은 좀 다르나 나를 포함해 주변에 안 해본 사람이 없던 주스 디톡스('배가 고프다'는 대목에 좋아요 백 개 누르고 싶음) 등 추억 돋는 내용들도 있긴 하지만. 이제는 애들도 아는 손씻기의 효능 부분에선 씁쓸하기도 하고. 아 판데믹이여...소음이나 수면, 손가락 파트(이 체조, 생각보다 쉽지 않다...)에선 내 생활에 개선 가능한 부분이 있나 점검해본다. 더불어 가족들의 이야기에서, 함께 하는 행복과 건강의 목적도 새삼 생각해보고...이번 책에서도 역시 아내는 성자가 맞았으며, 책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파트너와의 친밀한 생활은 분명 건강에 좋겠지. 역시 저자는 럭키 가이가 맞다.


꽃을 집에서 키운다는 것이 평소 관심사랑 거리가 머니, 이럴 때나 한 번 맛이나 보자 싶어 들췄다. 그러나 노랑노랑 표지와 얇은 두께는 위장이었으니, 콜렉션 욕심에 야생종을 멸종시키고, 서로 콜렉션을 훔치고, 맘대로 유전자 조작했다가 위험성이 어쩌고 해서 대량 폐기를 하고 난리를 떠는 인간의 집념이 지긋지긋하다. 바이오필리아란 단어는 멋지지만, 이게 정말 식물'과의' 유대인게 맞는가. '인류와 식물의 공동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식물 쪽에도 좋은 진화라고 말할 수 있나. 다육식물 생산에 대한 언급에서는 어처구니 없어 웃음이 난다. "이처럼 끔찍한 식물이 대부분 한국의 양묘장에서 생산되고..." 서양의 유전자 조작은 겁내 인간적이신가봐. 한편으로 당연하게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 역할, 장기적으로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용 기술 등도 나오니 분명 긍정적인 내용들이 있다. 사진 속의 싱가포르 파크 로열은 참 근사하고, 주거환경에 식물과 분자과학이 결합하여 미래의 주거가 더 쾌적하고 친환경적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좋다. 하지만 그 설명들 바로 뒤에 "우리가 실내식물과 맺는 관계는 우리가 환경 및 야생 생물다양성과 맺는 관계의 축소판이다. 우리는 숭고하고 경탄할 만한 것을 창조할 도구들을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는 말에 짜증이 올라오니, 내가 너무 부정적인가...스트레스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지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가?
역사나 사업에 관한 설명과는 별개로, 피로한 도시생활 속, 잠시 내 방 안의 화분들을 보며 작은 위안을 얻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식물 판매점이나 식물 동호인 모임에 가보면 실내식물의 구매, 수집, 재배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커다란 기쁨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기는 다양하다. 집착에 가까운 사람도 있고, 특정 식물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도 있다. 사냥의 흥분, 친구 만들기, 지식 습득, 혹은 자존감과 정체성 확립이 동기인 사람도 있다." 식물이란 단어만 바꾸면 모든 덕질에 해당되는 말 아닌가. 그저 누군가 고개 돌려 꽃을 보는 기쁨이, 빠른 시일 내 지속가능한 형태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일단은 본문에서 언급된 공포의 이탄 문제부터 좀...


많은 조사 결과들이 인용되고, 아 그렇겠다 생각되는 내용들이 있고, 이타심이 원제마냥 정말 온세상 고치는 wonder drug였으면 한다. 하지만 군데군데 의아하게 느껴지는 조사, 시크릿에서 잘라왔나 싶은 해석들에 묘한 갑갑함이 조금씩 쌓인다. 읽는 시간보다 혼자 반박하거나, 내가 이타심이 모자라 이런 생각 하는 건가 의심하느라 보낸 시간이 더 길어 마음 한 구석이 꿀꿀. 이타적이면 사회적으로 더 성공하고 건강하고 오래 살고 우울증도 낫고 기타등등...너무나 선하고 주변에 아낌없이 주었음에도 그런 일 없던 분들 세상에 많다. 죽은 시인의 표현법 파트에선 이게 지금 말인가 하다가, 이런 분석에 900명이 아니라 9명씩 2팀 대조하는 걸 '치열한' 과학자가 당연하게 여긴다면 비전문가 독자가 황당해하는 게 잘못된 것인가 결국 자기의심. 이타심 논하는 책에 피카소 말이 인용으로 나오는 것도 황당하고...의미 있는 인간 관계라는 것도, 나 혼자 '우리 오늘부터 1일' 할 수도 없는 문제인데 쉽게 다뤄지는 것에 입맛이 좀 쓰다. 그래도 정말 이런 말들이 통하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생각은 계속 따라온다.
어쨌든 공감 능력을 꾸준한 학습으로 키울 수 있다는 건 믿어도 될 것 같고, 읽으면서 주변인들에게 나는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배려 이전에 적절한 예의는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니 잘 읽었던 걸로...


읽는 입장에서야 몰랐던 책이 신간이지만, 거의 20년 되가면 연식이 상당한데도 세월의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긴, 성경 내용이 바뀔 리도 없고, 갑자기 압도적인 신종파가 등장해서 판도가 바뀐 것도 아니며, 본문에 언급된 논쟁거리도 해결 안 된 상태이니 - 아니지, 트럼프가 위원회 만든 기세 쭉 밀어서 "천조국은 신정국가다!" 해버리면 강제 종료 되나? - AI나 경제 분야와 비교하면 종교 생활이라는 주제가 보급 기한에서 엄청나게 유리하구나 잠깐 잡생각. 장기적 이익을 고려해 출판사에서 양(...)까지 협찬하면서 사진 찍어준 건가...
표지가 코믹하니까 집 나간 내 웃음 찾으려고 들췄는데, 페이크는 아니지만 웃고 끝날 내용은 아니었다. 종교라는 게 어떤 거대한 존재를 믿느냐 마느냐에서 그치지 않고, 의식주를 지배하고 정신에 사고의 질서인지 장벽인지 모를 무언가를 인스톨한다는 것이 갑자기 피부에 와닿아서...낄낄대다 바로 다음 대목에서 사람 마음 급냉각시키는 취재 내용이 튀어나오고, 대체 이게 뭔 짓인가 머리 싸매고 싶은 이야기도 나오고 읽는 사람 마음 바빠진다. 내 마음 속 여신 중 하나인 로자리오 도슨이 이런 책에서 그런 주제로 나올 땐 내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겠고요. 참 안 보고 싶지만 안 나올 리가 없는 정치적인 상황들 이야기에 의외의 놀라움도 발견하고...성경 베이스면 백퍼 낙태와 피임 반대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성경 구절로 반박하는 낙태 찬성파가 있다는 건 몰랐다. 역시 세상은 넓고 내 모르는 것이 세상에 널렸어...
각종 좌충우돌 체험에서 웃음 찾는 한 편, 무신론까지는 아니지만 전혀 종교적으로 살지 않던 사람이 1년 동안 '시도'를 한다고 과연 신앙심이 생길 수 있는가, 대체 끝이 어찌 날까 읽는 내내 궁금했는데 - 신심 충만한 신도가 될지, 성경 제대로 까는 블랙 유머로 끝날지 - 희한한 짬뽕밥 결말이 나니 살짝 벙찌지만 납득은 갔다. 자기 뿌리나 주변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는 긍정적인 경험이 짜증나는 경험보다 더 많았던 건 알겠으니...성경도 성경이지만, 아들과 춤추며 느끼는 감정을 행복하게 말할 때는 이 모든 게 결국 커뮤니티와 소속감의 문제인가 생각해본다. 나와 이어진 사람들과의 일체감을 소중히 한다는 건 좋지만, 사랑에는 이유가 필요 없으니 뒤집으면 남들과 구별되는 '내 집단'의 의례에 논리는 필요없다는 말도 되는 거 아닌가...피로가 밀려오니 그만 생각하자.
어쩌니 저쩌니해도 유머 코드 맞아서 많이 웃었고, 저자 말마따나 아내분은 성자가 맞으며(의자 건도 그렇지만 분만실 대화도, 보통 성격이면 된소리든 싸다구든 뭔가는 날아갔겠지) 아빠의 고뇌의 원천 두 살 배기 - 지금쯤이면 대학생이려나. 어이구 세월아... - 가 용케 큰 부상 한 번으로 일 년을 마무리한 것도 다행이다. '감사의 마음'이 여정의 중요한 성과들 중 하나이기도 했으니, 몸이 멀쩡해서 책 볼 수 있는 것에, 누가 돈과 시간 들여 고군분투한 내용을 나는 편하게 글로 볼 수 있다는 것에, 저자의 다른 책들이 제법 되니 신나는 볼거리가 아직 남아있다는 것에 나도 감사하며 잡설 끝.


흐려지기 시작하는 기억력을 감안해도, 긴 오덕 생활 통틀어 첫 페이지에 이 정도 절망을 투척하는 책이 과연 있었는가 모르겠다. 시작 몇 줄에 벌써 정신이 혼미하니 이게 뭔 일.
자아 1 : 꽃노래를 불러야할 계절에 이게 뭔 일이야. 그냥 덮고 개그 소설 뭐 없나 검색해!
자아 2 : 명작 중에 희망 던져주며 시작하는 게 얼마나 있다고. 혹시 알아 끄트머리에 세상은 아름답다고 할지?
자아 1 : 아직도 매지컬 리얼리즘의 매운 맛을 덜 보셨구만. 마지막에 나오는 건 모두 가루 되어 사라졌어요 짠짠 매직쇼뿐이라고!
자아 2 : 아 몰라 책장 넘겼는데 어떡해...
결국 기분 업될 일 1도 없는 책을 다 읽었고, 대단한 책인 건 확실하게 알았다. 역시 경험자의 묘사는 소름 돋게 리얼하니, 습기 때문에 더위 속에서도 느끼는 축축한 한기나 오염된 물을 보면 몸서리를 치게 되고,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을 행사하는 부분에서는 읽는 사람 정신도 마비될 듯. 폴 벌린의 멘탈이 가장자리서부터 바스라지면서 가루 날리는 걸 보고 있으니, 끝을 보려면 부지런히 책장 넘겨야 하는데 넘길 때마다 불안하고 여튼 혼자 난리 부르스.
비현실을 대놓고 꿈꾸는 카차토가 답답하면서도, 중반 넘어가고 레이크 컨트리의 진상이 나올 쯤 되면 어차피 허구니까 제발 파리 행에 성공하기만 두 손 모아 바라게 된다. 맥락상 중요한 건 파리까지 가냐 못 가냐가 아니더라도...한 줄기 희망은 커녕 안 그래도 잔고 부족한 내 마음 속 긍정성을 순간 바닥내는 결말을 보니,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의 힘이란 여러 가지 의미로 엄청나구나 실감. 짧게 들어간 저자 인터뷰를 보면 결말에서 멍해졌던 마음이 갑자기 울컥하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하는 책을 이제야 내가 읽었구나, 그리고 두 번 읽었다간 내 멘탈이 터지겠구나 하는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쳐간다. 하이고...여기저기서 포화 터지고 정말 3차 대전을 볼 것인가 두려워지는 시기,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카차토와 일행들이 살아남기를 방구석에서 그저 희망해본다.


비싸고 희귀한 고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점에는 가볼 일이 없으니, 전문가들이 백화점 명품관 직원들처럼 양복 입고 장갑 착용하고 일하는 이미지만 막연히 있었다. 이 책 한 권으로 그 환상이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사라진 건 그렇다 치고, 고서점이란 이렇게 일신의 위험이 도사리는 공간인가 별 생각 다 든다. 아이템 불문하고, 서비스업이면서 매니아들이 들락대는 곳은 깔끔하고 평화로울 수가 없나벼...
희한한 손님들과 그 천태만상에 맞춰가는 직원들 이야기가 즐겁기는 한데, 장사는 잘 몰라도 내가 지분 가진 가게가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면 책의 가치고 나발이고 졸도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을 버티고 계속 운영을 허락하는 파워스들 심정이 궁금해...결혼정보업체 마냥 고객에게 운명의 짝을 찾아줘야 하는데 성사된다고 수수료가 많은 것도 아니고, 베스트셀러가 될 일도 없는 희귀서적 전문 서점을 유지하게 하는 애정의 원천은 대체 무엇일까.
저장고에서 사람 맞닥뜨리는 장면에선 저자 성격 좋다고 감탄. 나같은 밴댕이면 회사 복귀하자마자 장군 모시는 샤먼 마냥 사자후 뿜고 난리가 났겠지. 심장마비 걸리면 산재도 안 해줄 거면서 이런 중요한 설명을 안 했냐고 있는 목청 다 까고...그 와중에 책 수집가의 결혼에 대한 조언을 보니 웃긴데 왜 욕과 눈물이 동시에 흐르냐...크흑.
읽고 나서 소서런 서점 홈페이지 들어갔다 맨 위의 르 귄 초판본 가격에 잠깐 호흡 정지(거의 팔백이면 새 책장이랑 르 귄 전집을 다 사고도 남겠는데...). 충격을 떨치고 보는 사진들 속 서점이 너무나 멀쩡해보여서 정말 저기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났는가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얼마 전에는 이사도 간 모양이고(책 내용을 생각하면 확장 이전은 아닐 듯한 슬픈 예감...) 올리버 씨도 금년에 소설책을 출간하는 모양이니 어쨌거나 책을 둘러싼 사람들의 일상은 무사히 흘러가고 있나보다. 그리고 아마, 책에 목을 매며 소서런에 드나드는 수많은 불나방들의 하루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