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신기방기한 트리비아에 속으로 손뼉 치고, 출판 사기 파트부터는 계속 폭소하면서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리 다각도로 맛이 간 책들이라지만, 웃을 수 없는 사연이 있기도 하고 시대적 한계도 있으며 상당한 노력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들에 대해 낄낄대는 것에 죄책감이 좀 들긴 한다. 그러나 치즈로 만든 책, 하반신 뱀장어인 인어 삽화, 혼수상태의 환자를 깨우려면 '가슴 털을 뽑으라'는 의학서 얘기를 보면서 어뜨케 웃음을 참으리오. 작가의 전작도 해괴한 내용은 많았지만, 책에 눈 뒤집어져서 선 넘어간 사람들을 보며 까딱하면 저리 되는 건가 두려워 별로 웃지는 못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음. 어느 페이지를 뽑아도 꽝이 없고 진짜 끝내준다.
거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수준이던 하버드 대학 기록에 일단 배가 아프도록 웃은 뒤, 전문이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 뒤졌는데 정식 출판본이 없음 ○●□...하버드 대학 신문의 이달의 역사 코너에 짤막한 인용은 있어서, 그걸 보고 또 웃었지만 아쉬움은 더 커진다. 학문의 전당이 지식(?)을 골방에 감추고 세상에 전수하지 않다니, 각성하라 하버드!
그 외에 웃기는 거 일일히 토 달았다간 블로그 일 년 써도 모자라니 참아야겠지. 구골플렉스를 인쇄하는 사람은 설마 없겠지만(지구가 파괴되어도 상관없다는 사람은 있을 터이나, 그 인쇄비를 감당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상식을 초월하는 소재나 양식의 책을 만드려는 도전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일테니 저자분이 2탄을 빨리 내주셨으면 좋겄다. 아니, 군데군데 언급을 생각하면 부디 본인 서재를 공개해 주시길. 제발!


제목이 참으로 근사해서 집었는데, 프롤로그부터 머리에 지진 온다. Sf가 아니고 포스트 휴머니즘 이론서, 그것도 삼부작 마지막 권. 꽈과과광...그렇다고 바로 손 놓기에는, 뭔 소리 나올지 궁금함을 버릴 수가 없어서 결국 봤음. 긴가민가한 부분의 비율이 이리 많으면 "읽었다"라는 말을 해도 되는지는 미묘하지만...
정신 아득해지다가도 오잉? 하면서 눈 떠지는 부분들이 있으니, 주된 내용인 인쇄 텍스트 - 전자 텍스트 관계부터 계속 나오는 코딩 - 디코딩 관계. 작가가 이야기를 쓰는 것도 일종의 코딩이고, 그걸 독자가 해석하는 디코딩 작업이 이루어진 결과는 처음 코딩과 다르다는 해설에 좀 이해가 빨라진다. 전자책으로 휴대성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달라진 작품 대면 방식이 작품 의미까지 영향을 준다는 데선 납득이 가기도 하고 안 가기도 하고...상호작용과 공진화 설명으로 AI와 사람을 생각해보니, '이거 좋은 것 같은데'와 '...진짜 좋은가?'라는 생각 사이에서 갈팡질팡. 안 해봤던 생각들 해봤고, 이거 진짜 봐야겠다 싶은 소설들도 알았으니(...해설에 결말 스포들이 포함되었다는 건 아쉽지만...) 나름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호기심만 있고 기본은 없는 독자의 한계는 여기까지. 다른 책으로 목까지 굳은 느낌을 좀 풀어야 쓰겄음...


퍼핏 쇼에서 이 팀 구성에 제대로 취향 저격 당한 터라, 객관성이고 나발이고 없고 그저 좋아유 상태에서 시작. 분명 재미있는데, 어디까지가 콩깍지고 어디부터가 이야기 자체의 재미인지 판단 불가다. 포도 좋지만 틸리가 이티 셔츠 입고 나오는 순간 마음 속으로 기립 환호! 전작보다 발전한 사교 요령, 여전한 백점 만점 패션 오오오~ 이 정도 설정이면 뒤에도 나오겠구나 싶은 에스텔도 웰컴이고, 읽는 동안 근심걱정을 잊고 행복했다...마지막 페이지를 기다리는 독자 숨 넘어가게 처리한 것만 빼고! 근간이라는 단어엔 '꼭 나온다', '빨리 나온다'는 뜻이 없으므로 그냥 원서가 답인가. 그러나 원서도 7권까지 나온 게 다이니, 빨리 읽어봤자 비축량만 제로가 되어 또 목 빼고 기다려야 함. ○●□ 이걸 우짜노. 일단 다른 책 보고 다시 생각해보자...


프랑스 사회를 분석하는 책이고, 본토에서 출간된지 10년 가까이 되기도 하니 2025년 한국에서 읽는 누군가에게 백프로 공감을 준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하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서 봐도, 당혹스러움을 넘어 군데군데 불쾌하기까지 하다. 물론, 세부 사항에 짜증난다고 주요 흐름의 주장까지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언론인도 학자도 아닌 일반인이 블로그에 감상 쓰는데 입에 지퍼 채울 이유도 없음. 제목도 흥미롭고 두께도 얇아서 집었는데 후회막심이다.
서문이나 1장까지는 이런 측면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읽었으나, 뒤로 갈수록 '내가 성폭력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거나 강간범을 처벌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는 문장의 신빙성 떨어지는 내용들 펼쳐지니 입맛이 확 떨어짐. 그리고 결혼이란 것에 성적 요소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다라면 기혼자 수가 지금 10분의 1도 안 되지 않을까? 이 사람이랑은 서로 다독여가면서 인생길 갈 수 있겠다 싶어서 결혼하고, 실제로 살아보니 그게 도저히 안 된다 싶은 경우에 헤어지는 거 아닌가? 성적 박애주의 읽을 땐 이건 블랙코미디인가 내가 뭘 읽고 있는 건가 정신이 왔다갔다함. "개인은 쾌락을 얻기 위해 각자 무수한 관계를 맺는 가운데, 가끔 상대적 또는 절대적 빈곤자에게 무상으로 성적 쾌락을 기부할 것이다. 물론, 자신이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깨닫지 못하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면서 말이다." 푸리에 이름도 처음 들어봤지만, 누가 나를 무식하다고 해도 상관없으니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빅브라더의 횡포고, 성적 빈곤자들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서 성적 쾌락을 공평하게 나누도록 도와주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한다면 그냥 빅브라더의 날개 아래서 살기를 택하련다. 공동양육 얘기에선 잠깐 대동서 생각도 났지만, 다 읽고 나니 이 책에 비하면 대동서는 초온건서적임. 200페이지도 안 되는 책에 정신적 대미지를 얼마나 입었는지, 집어든 다른 책도 집중 잘 안 되고 정말 피곤하다. 이 분야의 책은 이제 포기다...


냉장과학, 보관 요령, 자본주의, 건강, 생활 쓰레기에 인간 드라마, 고민거리까지 세계를 넘나드는 별의별 이야기가 꽉 찬 배부른 책이었다. 냉장 기술 초창기의 도전자들 이야기에선 인생이란 대체 뭘까 한숨 쉬고(있는 돈 다 날리고 인생을 쏟아부었는데, 뒷사람 성공의 발판만 되고 끝난다는 게 참...), 프레드 맥킨리 존스를 보며 이렇게 멋있는 사람에 대한 영화가 왜 없는지 이해가 안 가 한참 궁시렁댄다. 아일랜드 독립운동의 중심에 냉장 선박과 축산업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냉장고 데이트 전문가의 존재에서 웃고 정말 어떻게 시간 가는지 모르겠음.
하지만 그 재미만큼이나 마음이 복잡해지는 책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인공빙설권의 확대가 자연빙설권을 축소시킨다는 현실을 듣고 시작하는 탓도 있지만, 냉장이 지구를 죽이는 동시에 인류를 먹여 살리는 이 얄궂은 상황을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당장 국민들의 기아 해결을 위해 대규모 냉장시설 건설이 절실한 나라들을 생각하면 막막함만 더하다. 막판에 언급된 아필 코팅이 인공빙설권 축소의 키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과연 가능할까. 농산물은 그렇다치고, 유제품이나 의약품은 어째야 하는지. 일반인이 에코백 쓰고 택배 안 시키는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는 문제다. 이젠 아인슈타인 선생(설마 냉장 얘기에서 존함 볼 줄 몰랐네유...)의 무공해 냉장고 상용화만 두 손 모아 기원할 수 밖에 없는가. 이게 실현만 된다면 아인슈타인이 인류의 구원자로 등급 상승하는 것도 당연하겠고,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다면 집에 포스터 모셔놓고 매일 머리 조아릴 의향 MAX다. Winter is coming이 절로 떠오르는 마무리에 위가 무겁지만, '망했어요' 생각 말고 "지혜를 모아 행동해야 한다"는 저자분의 말을 생각하려 한다. 내놓을 지혜는 없는 독자 1이지만, 적어도 남이 지혜를 내놓으면 빨리 따라갈 준비는 하고 살아야지...


sns랑 인터넷 게시판이 등장하는 요새 호러물인데도, 원인의 윤곽 잡히기 시작하는 막판까지 아날로그 시절 읽었던 괴담의 분위기가 풀풀 풍긴다. 정확히 어디를 꼬집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도서실에서 빌려와 방 안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읽을 때 바로 그 느낌.(...지금 생각하면, 굳이 그러면서까지 왜 읽은 건지;) 어딘가 덕력 높은 호러 팬의 해설을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음. 그리고 이상한 집 시리즈만큼은 아니어도 요새 호러엔 비주얼이 중요한 것인가, 중간에 슬쩍 들어간 그림들은 그렇다치고 막판에 화보 모음까지 들어있어서 다른 의미로 충격. 장르와 관계없이, 화보 자료 들어있는데 보면서 이렇게 안 기쁜 거 처음이다. 그 와중에 덧니는 있어도 충치 없는 건강한 구강 무엇...
결말은 그렇게 놀랍진 않았고(줄기찬 '죄송합니다'에서 뭔가 이걸로 한 방 멕이겠구나 생각은 했음) 오히려 약간 서글펐다. 문제의 근원 쪽은 순수하게 기분 나쁘고 끝이지만, 이쪽은 내가 사랑하는 존재를 어떻게나마 지키려는 그 마음이 악행의 뿌리라 안 좋은 뒷맛이 아주 끈적함. 그나저나 영화판은 대체 어떻게 만들었나 모르겠네. 책에서는 마지막에 나오는 중요한 요소가 이미 예고편에서 나오고, 삽입되는 기사들이 두어 시간 영상에 넣기엔 양이 너무 많으니 각색의 모양새가 궁금하다. 그러나 지금 느끼는 질척함도 여유로 며칠 갈텐데, 굳이 영화를 또 보고 찝찝하다고 궁시렁대는 것도 좀 그렇지. 어쨌든, 노화된 마음으로 잠시 어린이의 공포를 다시 느껴봤으니 좋은...게 아닌가?...모르겠다. 깊이 생각하지 마...


제목에 '만들기'가 들어가 있으면 장르 불문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데, 그런 책이 아니었다. 인류학 중 완전히 관념적인 부분을 강의하는 책인데다 타겟도 대학원생 이상이니, 포기하고 넘어갈까 하다가 결국 읽어보기로 함. 역시 어려웠다. "물질보다는 정신, 자연보다는 문화의 차원에 자신을 다시 새겨넣는 방식으로만 자신과 세계를 알 수 있는 피조물의 곤경을 잘 보여준다" 이런 식의 문장들이 줄을 이으니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가 이렇게 느릴 수가 없음.
인류학은 단순한 자료 수집 기술의 학문이 아니라는 것부터, 물질에 대한 여러 견해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에선 그런가보다 하며 따라갈 뿐이다. 하지만 이런 철학들을 바탕에 깔고서 유물들과 그와 관계된 인간들의 행동들을 해석해서 전파하는 것이니, 간접적으로 접했던 바탕을 본다는 건 나쁘지 않았음. 주먹도끼 이야기나, 당연하게 쓰는 도구들이 실제로는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에는 살짝 충격을 받기도 했고.
4개 학문의 연결만으로도 충분히 스케일이 크지만, 이윽고는 모든 물질이 연결된다는 지점까지 이르면 학문을 넘어 지구대통합. '그 자체로 학교'인 세계에서 알아서 배우라는 것도 그렇고, 아득할 정도로 넓어지는 범위에 머리가 아파오긴 하지만 이걸 피부로 느낄 수 있으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지겠구나 생각이 든다. 저자가 제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핵심을 비전공자가 한 번의 독서로 이해하는 건 무리겠지만, 덕분에 평소에 안 하던 생각들도 해보았으니 충분하다. 얼른 다음 책으로...


도입부의 올림픽 헌장 볼 때부터 내 마음에 때가 너무 묻었는가 한숨이 나온다. 무대 위에 올랐으면 공정한 판정 아래 성실히 겨루려 애써야 하는 것이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만(그렇지 못한 경기들이 매우 많겠지...), 무대에 올라가는 과정과 정치는 당연히 한 세트라고만 여겼으니. 세월 지나며 뉴스나 경기 해설의 어투는 많이 달라졌지만, 특정 국가를 못 이기면 목이라도 칠 기세로 핏대 세우던 과거의 모습들도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있다. 덕분에 중간중간 제시되는 질문들에 긍정적인 답안은 생각하지 못했고, 다 읽으니 제시된 답안도 역시나였음. 하아...
살짝 주워들었던 일부터 처음 듣는 일들까지 여러모로 어지러운 내용 한가득이다. 일단 아시아 전체가 서구권에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같이 애쓰면서도, 각자 세계 무대 합류하랴, 경쟁 국가 견제하랴, 대회 새로 만들랴 보이콧하랴, 국내 여론도 살피랴 박터지는 모습에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옴. 이런 사태들이 활약할 무대가 반드시 필요한 선수들에게는 힘든 일이고, 안 일어나면 여러모로 좋겠지. 그러나 이걸 가지고 IOC가 아시아 국가들에게 비협조가 어쩌네 떠드는 건 매우 마음에 안 든다. ●□ 느이 조상들이 이 동네를 걸레짝으로 만들어 놓은 게 지금 문제들의 근원이라니께! 그리고 일본 정부가 골머리 앓는 장면들에서는,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울 때는 어차피 뭘 해도 욕먹으니 빨리 한 쪽을 선택해야 하고, 시간 끌수록 양쪽에서 욕먹는다는 교훈 제대로 되새김질.
이제까지 크게 생각해본 적 없는 아시안게임에도 살짝 존경심이 생겼다. 줄줄이 난리통이 이어지는데도 대회가 안 없어지고 계속 진행된다는 사실이,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평화와 교류를 원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책에 나왔던 답답한 상황들은 계속 재현되겠지만, 스포츠의 이상을 향해 세상은 거북이 걸음 중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회피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으며 결국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멋진 쓰레기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너무 많아서 그걸로 블로그를 만들어도 될 지경이다. (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물욕을 버리지 못하는 슬픈 중생은 제목 보자마자 집을 수 밖에 없고요. 당장 시작 챕터 제목부터 사람 울린다. "우리가 사는 것이 곧 우리다". 책에 대해서는 후회하거나 부끄러워할 기억은 없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의 의미를 각인시켜 주고 사라져간 소지품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림. 작가님 이런 슬픈 말은 권말에 쓰셔야죠.
사기성 광고나 차별 의식, 소비자 세뇌나 노동자 문제 등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들에 기분이 가라앉지만, 중간중간 삽화나 에피소드들에 폭소가 절로 터지기도 한다. 아무리 백 년도 더 전이라지만 99센트에 장난감 144개 한 팩이라니 장난감 부스러기만 포장한 건가? 할아버지 홈쇼핑 대실패의 추억엔 국경을 뛰어넘어 대공감. 그리고 어느 방면이든 오직 매니아에게만 귀하고 비싼 물건이 있기 마련이지만, 태생이 저렴한 물건을 사면서 그게 비싸게 될 거라고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좀 놀라웠다. 과시를 하거나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려면 클래식카나 금괴를 사야되는 것 아닌가...이런 흐름을 이해 못해서 돈을 못 버는 건가 쩝.
"공짜는 현재의 소비를 자극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소비를 유도하는 관문으로도 기능함으로써, 어린 세대에게 자신들이 탐내야 할 것뿐만 아니라 어른으로서 탐내야 할 것을 훈련시켰다" 아, 씁쓸하다. 이제는 기억도 희미하지만, 그 시절 과자 속 쪼그만 부록들로 얻은 기쁨은 느껴서는 안 되는 감정이었을까. 빵 안에 든 스티커들을 가지고 소소하게 즐거워하는 애들에게 크랩의 악영향을 가르치고 그런 거 사면 안 된다고 막아야 하는 것인가...관련된 사회적인 문제들은 알릴 필요가 있지만, 저가품을 사는 우리의 인생이 크랩이라고 생각하면 많이 슬퍼진다. 물론 그런 거 일절 사지 말라는 말은 본문에 없지만...재미있으면서 마음 매우 복잡해지는 가을 독서였다.


제목도 과격하고 시작도 과격하다. 전쟁 수용소나 테러 얘기도 아닌데 희생자 단위가 수십 명이니. 범죄가 초대형인 데 비해서는 수사 관련자도 적고 범인의 동기 진짜 찌질하지만, 재미있게 잘 보았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미 별 하나 깔고 시작하기도 했고, 홍콩섬을 살짝 벗어난 배경도 신선하고, '□● 세상엔 믿을 놈 하나도 없어...'라고 주역들뿐 아니라 나도 지쳐갈 때쯤 '그정도는 아냐' 기습공격 들어오는 것에 하트 뿅.
일단 시대를 역행하고 구성원에게 스트레스를 주며, 집단의 존속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집단 전체의 질을 다방면으로 떨어뜨리는 악습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악행을 저질렀으면 회개하던가 쥐죽은 듯 지내야지, 덮으려고 더 큰 폭탄 터뜨리는 건 단서를 세상에 흩뿌리는 자폭쇼일 뿐. 그러나 악당이 얌전히 로펌에만 돈 부으면 소설 장르가 바뀌니까 안 되겠지. 알기는 아는데 참...후속편에선 또 세상의 어떤 모습을 깔지 기대하며 종료.
"가족은 그저 어쩌다보니 한 가정에 태어난 것일 뿐, 사실 사람은 누구나 독립적인 개체이며 생각도 감정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서로 다르면서도 함께할 수 있다면 한 지붕 아래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저 낯선 사람이 될 뿐이다. 다른 생각을 억누르고 모 두 똑같은 생각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건 보통 비극의 시작점이 되곤 한다."
사족이지만, 홍콩 작품이 번역되면 인물들 이름이 북경어 발음인게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작가 이름도 책 속 지명도 광동어 발음인데 우째서. 북경어 더빙된 홍콩 영화 보는 마냥 기분 묘한 건 내가 프로 불편러이기 때문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