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얇고 작은 책인데 읽고 나니 할 말도 잘 못 찾겠고 몸까지 묵직하다. 시한부 선고를 내리는 병은 다 몹쓸 병들이지만, 루게릭병이 육체적 자유를 빼앗아가는 과정을 보면 등골이 서늘. 문장들이 다 절절한 것은 군더 더기 붙일 시간이 없어서겠지. "정말이지, 나는 이 이야기, 이 싸움을 치유로 삼지 않는다. 게다가 죽음이 치유가 되기는 하나? 나는 이 이야기를 투쟁의 기록으로 삼을 생각도 없다." 이런 말들에 나름 감상 써보자고 끙끙대보지만 안 되겠더라. 언제는 글 잘 써서 독후감을 썼냐마는, 속만 아리고 끄적여본 글들은 너무 저렴했다.
조력 존엄사를 위해 벨기에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그저 안타깝다. 이런 주제의 책들을 볼 때마다, 하나의 법이 없어 벌어지는 일들이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두려움만 더하다. 저자처럼 벨기에 갈 형편도 될지도 의문이라 더...인생의 마지막이 고통의 연장으로 끝나지 않을 때,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구원이 있을텐데. 한 서민이 이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변하는 건 없으니 입 안만 텁텁.
읽고 나서 다시 보는 맨 앞의 사진들은 참으로 반짝이니,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이승에 살아서 내 손으로 책장 넘기는 이 순간에 저런 빛이 있으리라 여기고 그저 감사할 뿐...


기본 눈 떠있는 순간의 대부분 배가 고픈 사람이라 '외로워서 배고픈' 이라는 부분은 크게 와닿진 않으나, 먹는 얘기는 일단 궁금하니까 픽.
일단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혼자 먹는 식사는 오로지 나에게 몰입하는 값진 시간이라는 이야기에서 고도의 음식 사랑이 느껴짐. 식사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책이 2018년에 나왔다는 걸 생각해도 고리짝 전설이 아니라는 게 놀라운 계산서와 와인 초이스 이야기, 급식과 다양성, 맛있는 음식을 편안하게 먹는 순간들의 무게, 정치, 패션, 맛집 평가의 이면, 누군가를 식사에 초대한다는 것의 의미...먹는 걸로 정말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놀라움과 더불어, 먼 나라 사정과 만국 공통인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새삼스레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건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에서의 식문화 차이 설명. 주인공들의 환경 차이는 그냥 봐도 대강 느껴지긴 하지만, 볼로네제 스파게티가 그리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아델의 군것질마저도 계층적인 차이를 보여준다는 것(그냥 한창 나이라 잘 먹는 줄...)을 들으며 한국은 어떤가 잠시 생각해보는데 모르겠다. 형편이 안 되어 가격이 오른 식자재를 못 사는 경우나 기호식품 차이는 생각할 수 있지만, 서민과 부자를 명확히 가르는 가정식 메뉴가 있나? 재벌이라고 찌개나 쌀밥을 안 먹을 것 같지는 않고...설마 안 먹나...?
줄리언 반스와 남편분의 이야기처럼 빵 터지는 순간도 있고, (부럽다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마지막 챕터처럼 좀 숙연해지는 부분도 있고, 이런 저런 생각하며 잘 읽었다. 입맛 다시는 순간이 기대보다 적은 것은 내 식경험과 상상력이 동시에 부족한 탓이니 어쩔 수 없고...그 와중 소개된 대화의 기술에 확 꽂혀서, 이 63페이지 소책자를 어떻게 입수할까 끙끙대고 앉았다. 책 하나 읽었다고 사교 천재가 될 것도 아니고 빨리 포기해야 하는데 이놈의 탐욕 정말...


노래로 힐링하는 아마추어 합창단을 상상했는데, '노래'는 중요하지만 노래 클럽은 양념이었고 전국대회 나가는 그런 내용 아니었다. 어흑...피델리스가 자리잡는 초반 이후로는 웃을 건덕지가 없으니 그저 긴장한 신입사원처럼 거북목하고 이야기 바짝 따라갈 뿐. 피델리스나 델핀이나, 인생 굴곡 참 둔탁하고 꾸준하기도 하여라...분위기가 분위기다보니 괜히 큰 소리 내면 안 될 것 같아, 짜증날 때도 욕을 확 못 뱉고 속삭이게 된다. 뭔 고리짝 조회 시간도 아니고 참...
세상이 원래 그런 거다만, 크지도 않은 동네에 속 터지는 사람들 왜 이리 많노. 등장 페이지에 검은 칠하고 싶은 마음 절로 드는 탄테, 공권력 남용의 대가를 제대로 치룬 호크(장르가 다른 소설이었으면 이 얘기가 메인이었겠지...), 선한 인물은 맞지만 행동들이 미묘한 피로를 누적시키는 시프리언 기타 등등...묵직하지만 놀랄 일은 없다고 생각하며 쭉 읽다가, 예상 외의 불행에 슬쩍 움찔하더니 막판에 사람들 정체(?) 나오면서 말 그대로 벙 찜. 아니 무슨 추리소설도 아니고 이게 뭔 일이래! 어쨌든 낑낑댄 만큼 뭉클하였고 잘 읽었지만, 작가의 다른 책들은 나중에 용기가 생기면 봐야겠다. 책 뒤편의 내용 소개글들을 보니, 이 책 꿉꿉함 수위가 그나마 제일 낮은 것 같음...


상당히 속이 피로한 내용에, 읽고 나니 이게 시리즈 2권이었다. 하아...이왕 시작한 거 1권도 보긴 봐야겠는데, 읽고 나서 모래 씹은 기분 또 맛보게 되는 건가 불안이 밀려온다. 그런데도 안 본다는 선택지는 없는 이 성격이 병이여...
당장 형제의 험하기 짝이 없는 어린 시절만 해도 충분히 머리 아픈데, 설마하는 마음에 갑자기 읽다말고 한국의 미취학 아동 관리 매뉴얼 내용 검색하고 사서 속타는 짓까지 하느라 스트레스 쭉쭉 상승. 그러나 유혈사태의 뒷사정 해설만 기대하고 본 2부에선 더 썩은 맛의 아동 학대가 기다리고 있으니 읽으며 정신이 들락날락한다. 여러모로 생각할 점이 많은 이야기인데, 일단 이런 주제 나오면 혼미해져서 사색...이 아니라 오만 잡생각도 잘 안 됨. 어지간하면 '그래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취지에 고개 끄덕이는 편인데도, 클라이막스에 하도 인물들이 쪼이니 가노의 태도에 짜증이 푸왁 올라옴. 무슨 부모의 원수라도 잡냐 좀 살살 하라고...
개인적으로 아사히가 8년 사이 왜 이리 건조하게 비틀린 태도를 장착하게 되었나 이해가 잘 안 가서 아쉽기도 하고(기자 생활이 힘들어서라면 세상 기자들이 다 그래야지...), 노화를 가속시킬 것 같은 내용이었지만 어쨌든 잘 봤다. 우울함보다 마지막의 미소들을, '드넓은 하늘'을 기억하기로.


인연이란 단어는 그저 수식어라고 생각하지만, 인생의 절묘한 시기 저자를 찾아온 까치를 보니 인연이란 존재하는가 오랜만에 생각해보게 된다. 육아(?), 억눌린 우울, 이끌어주는 사랑, 가족이 한데 얽혀 끌고 끌어당기는 이야기가 왜 이리 신비로운가.
음악계의 거물이 카메오도 아니고 정말 좋은 사람으로 등장하는 것에 놀라는 한편, 가족은 당연하고 새도 절대 길러서는 안 되었던 시인에겐 쌍욕이 절로 올라온다. 육두문자만 내리 몇 장 쓸 수 있을 것 같으나 그냥 언급을 줄이고 내 정신을 지키는 게 좋겠다. 이 사람에 대한 아냐의 의견들 구구절절 옳으니 무릎 장단 절로 침. 역시 한 새와 한 남자를 동시에 구원한 사람은 뭔가를 알고 있어...아버지라는 인간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 도화선이 되어 자칫하면 인생 말아먹을 뻔 했는데도, 그 인정을 계속 갈구하고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리는 모습이 몸 저리게 슬프면서 소름 끼친다. 해결된 것은 없는데 상대방만 사라지는 무기력한 상황까지 오면 읽는 사람도 북받침. "적절한 감정이 없다는 게 걱정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감정이 뭔지도 모르겠다. 가진 적 없는 것을 어떻게 떨칠 수 있는가? 내가 잃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 - 지난 20년 동안 내가 그와 함께한 시간은 20시간도 되지 않는다 - 사람을 알아갈 희망이다."
인생을 갉아먹는 기억도 흘려보내야 할 때가 있고, 사랑하는 존재를 그 사랑 때문에 떠나보내야 하는 때가 있는 것을 보니 분명 뭉클하면서도, 대체 인간사란 뭐가 어찌 되먹은 것인가 점점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강하지 않다는 사실과 주변의 도움을 받아들이고, 나를 세상에 붙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집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새삼 생각함. 저자가 해냈다는 것이 그저 다행스럽고 기쁘다.
혹시나 해서 작가 인스타그램 들어갔다가 벤젠의 '컴온' 영상에 화들짝. 아빠(?) 입장에서 귀에 콩깍지 씌어 과장한 게 아니라 정녕 놀라운 까치였다. 20년이 넘게 사는 까치도 있다고 본문에도 나왔으니, 영특한 벤젠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기를...
"이제 녀석은 우리 머리 위로 솟아오르며 존재의 단순한 기쁨을 가르친다. 하늘을 나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쨌건 나에게는 그렇다. 하늘을 나는 것은 오직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향해 날갯짓하는 것이다."


깨알발랄한 표지에 집었다가 작가 이름에 멈칫. 빨려들 듯 읽기는 하였으되 속터지는 쓴 맛에 작가가 사람잡네 타령하던 기억들이 밀려오니 관둘까 잠깐 고민했다. 결국 ‘호쾌한 범죄 일소 스릴러’라는 뒷표지 문구 믿어보기로 하고 읽었는데, 안 읽었음 어쩔 뻔. 호쾌한 줄은 모르겠으나 ‘헐~’과 ‘푸웁’을 연발하며(표현 한 번 조악하나 진짜니까 어쩔 수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 막판 고물상 총집합 직전엔 하도 얘기가 꼬이다보니 내용 재확인이 필요하긴 했는데(...단순히 기억력이 별로인 것 뿐인지도) 간만에 보는 이 얼척없음의 연쇄 끝내준다. “재수없는 일을 만나거든 원망은 잠시 접어두어라. 더 재수없는 일이 기다리고 있으리니.” 진정 스토리를 관통하는 명언.
등장인물들 숫자가 굉장히 많은데도 정이 가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 건 황당하다. 뭐, 재미있으니 따질 건 없긴 해...추리능력이든 둘러대는 능력이든 분명 난놈인 장이앙이나 영원히 고통받는데도 별로 불쌍하지 않은 쑹싱 등등 범죄자들보다 경찰들 쪽 인물들이 ‘뭐 이런 인간들이...’ 생각 절로 든다. 옮긴이의 말에서 원제가 저지능 범죄라는 걸 보니 왜 이리 납득이 가노. 드라마로 보면 제대로 웃길 것 같아 찾아보니 올해 방송 예정이고 예고편도 있었다. 짧은 클립만 봐도 각색이 많이 된 것 같은데, 장이앙 역 배우와 리첸 역 배우 나이 차이가 슬쩍 봐도 아버지와 딸 수준이니 책 막판의 희미한 로맨스 냄새도 드라마에선 없...겠지? 재미도 그렇지만 안 읽었으면 쯔진천 선생은 사람 멘탈 쥐어짜는 작품만 쓴다고 오해할 뻔 했으니 역시 고민될 땐 그냥 읽는 게 제일이다.


모든 중독성 물질 이야기는 끔찍하지만, 시작부터 정신 챙길 시간을 안 주는 책이다. 펜타닐이란 게 꽂은 주사기 빼기도 전에 사람 죽일 수 있다고 나오는데도 - 러시아 오페라 극장 테러 때 인질들 다 죽인 게 수면 가스가 아니라 펜타닐이었다는 대목까지 오면 머리가 띵하다 - , '중독자들은 사람 죽일 정도로 센 약이 더 쾌감을 줄 거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더 찾는다'는 말이 본문 중간에 계속 언급이 되니 기가 막힐 노릇. 그 와중에 '어차피 중독자들은 범죄자잖아' 마인드로 후회없이 약 파는 딜러들, 약물로 득도하려는 화학자들, 이 책 안 들여다 봤으면 몰랐을 각국의 유사체법의 유무(이런 말장난같은 상황이 통한다는 게 믿을 수가 없다)와 자본주의에 간만에 등골 서늘하다. 새삼스럽다만 현실의 공포는 호러소설을 능가하는구나...다크웹에서 마약 알뜰구매 직배송하는 세상이 된 것도 기가 막히지만, 아예 다크웹도 필요없이 원자재 배송보장하는 위안청 이야기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할 뿐.
실패하긴 했지만 시도는 했던 뉴질랜드 사례나, 마지막 챕터의 댄스 세이프나 스페인 이야기를 보면 사람들을 살리려는 노력은 효과를 보고 있고, 제대로 된 지원이 있을 때 사람이 죽는 것도 막고 공공비용도 절감이 된다는 사실에 좀 희망을 가지고 싶은데...중독이 삶을 파괴한다는 것 빼고는 내가 알고 있던 마약 정보들은 이미 고리짝 시절 이야기고, 인터넷과 각종 기술 변화가 점점 빨라지는 걸 생각하면 2025년엔 이 책 속 상황도 이미 옛날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차피 가진 건 투표권 한 장이지만, 정보를 따라잡지 못하면 방지나 재활 정책 이야기 나올 때 제대로 도장 찍을 수 있을까. 알아야 할 지식인데 읽고 나니 심란하다.
각박한 세상, 뭔가에 중독되지 않고 살아있다면 잘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이니 그저 감사할 뿐이고, 삶의 마지막까지 책에 언급된 수많은 약들과 인연이 없기만 바란다...


표지만 보고 집었을 때 문득 떠오른 건 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이었다. 그때는 장애를 둘러싼 좌절과 회복과 현실 문제의 풀코스에 배가 너무 꽉 차서 속이 가벼워지는 데 시간이 꽤 걸렸는데, 다행히 이 책은 청년들의 고군분투 속에 생각지도 못한 기쁨이 있어 읽고 나서 기분이 밝다 휴우...(쓰고 보니 웃기긴 하다. 그렇게 불안하면 애초에 집어들지나 말지)
선천적인 시청각 장애를 수술로 회복했을 때 적응이 어렵다고 구름 잡는 수준으로 알다가, 저자 본인의 사례까지 포함한 설명을 들으니 좀 감이 잡힌다. 각종 뇌 피질과 안구 부분 명칭 외우는 건 도중에 이미 포기했으나, 인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기존의 감각까지 혼란시키는 각종 난감함은 이해했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읽는 것만으로도 소름 돋으니, 실제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진정 상상불가다. 이런 와중에 부단한 학습으로 감각의 향상뿐 아니라 인생의 단계를 클리어해가는 리엄과 조흐라의 존재에 콧등 시큰...중요한 건 모든 인간은 아예 써본 적이 없는 감각조차 어느 정도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이겠지만, 인체의 신비가 사람 고생 덜어주거나 눈물 닦아주는 거 아니니까. 당사자들만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학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고, 짧게 언급된 50년대 미국의 재활 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는 것이 베스트겠지만(왜 사라졌는가 설명이 있지만, 다시 인식이 바뀐 뒤에도 부활하지 않는다는 건 역시 울적하다) 과연 그 날은 올까. 지금 단계에선 다수가 노력하는 소수에게 훼방이나 놓지 않으면 다행인 것일까. 리엄의 어린 시절을 보면 뭣모르면 의도가 없어도 사람 잡을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두렵다. 이런 어른들 만나고 세상에 실망해서 비행청소년 되지 않은 것이 이미 충분히 훌륭해...
뇌의 적응력과 눈부신 두 사람에게만 감탄하지 말고, 늘지 않는 외국어에 다시 용 써봐야겠다. 조흐라도 말했잖아 뇌는 어떤 식으로든 배운다고.


번역 나온 지 일 년이 넘었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직 작가 이름 기억하고 있을 때 집어서 다행이기는 한데...번역이 드문드문 나오는 걸 보면 다른 작품들의 번역을 희망해도 좋은 것인가, 현지에서 그렇게 작품이 많이 나왔는데 가뭄에 콩 나듯 번역이 나오는 거면 포기하는 게 편한가 아리송하다. 어쨌든 현재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데 두 손 모아 감사.
설정부터 폭설 속 단절된 산장이니 이미 좋은 일 1도 없을 거라는 건 알고 시작하고, 분위기도 거의 예상대로였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우두두 죽어나가지는 않아 안심하는 한편, 고개 신호가 대체 무슨 내용인가, 중간에 슬쩍 소개되는 게 아니라 권두에 당당하게 나온 에피소드는 대체 누구랑 어떻게 관련이 되는가 머리 굴려보는 재미는 있었다. 솔직히 범인 정체나 잡는 과정은 좀 띵했는데, 화려한 트릭 밝히기가 아니라 서로 의심하고 쥐어뜯는 분위기를 만끽(?)해야 하는 작품이니 어쩔 수 없나...그런 중요한 사람을 어떻게 못 알아보는가 설명이 없다는 것도 미묘하지만, 알아보면 내용 자체가 성립을 안하니까 적당히 뭔가 했겠지 넘어가고. 내가 적어놓고도 이렇게 보니 뭔가 불만스러워 보이는데, 역시 출출할 땐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며 후딱 잘 읽었다. 다음 번엔 시리즈물이 번역되어서 한국서 히트를 치고 완역이 된다던가...는 과한 희망이겠지. 에잇, 정 궁금하면 그냥 원서 사서 구글 앱에 돌리지 뭘 따져. 그리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줄일지언정, 비상시엔 없으면 뭐 되니까 휴대는 잊지 말아야한다는 교훈 겟. 그리고 역시 산장에는 발도 들이지 않는 걸로...


내가 몰라 그렇지 소방관분들의 책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무지에 좀 죄책감이 들지만, 어쨌든 하나라도 집어들어 다행. 실제 고생을 다 넣으려면 벽돌책 전집이 될테니 엄청나게 축약한 내용일텐데도, 화재 진압 외에도 소방관이 관여하는 다른 일이 이렇게 많은가 읽다 까마득해짐. 대체 언제 쉴 수 있는 것인가...여름철은 해변에도 파견되고, 산에서 조난이 발생해도 소방관이 구조하고, 경찰과도 협업해야하니 위험하지 않은 일이 없다. "일하다가 다칠 수도 있고 까딱 잘못하면 제 명에 못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이 일이 내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말, 매일 불과 피를 보는 이의 마음이 담긴 말에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숙인다.
남을 구하는 작업을 하는 분들의 PTSD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부분은 갑갑하기도 하다. 실컷 사람을 구하고도 보답이 아니라 세상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아픔만 남는다면, 비상시 우리들을 구해주십시오 어떻게 말하겠나. 제대로 된 케어 정책이 없는 것은 결국 책 읽는 유권자 1에게 n분의 1의 죄가 있다는 말이니, 뭘 해야되는지도 모르겠고 애꿎은 손만 계속 쥐었다 편다. 이런 와중에 현장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들을 더 염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 남을 구하는 자와 일반인의 차이인가보다. 계속 내 자신이 부끄러워질 뿐. 하아...
내용 외에 작가분 이력에도 놀란다. 소방관 겸 작가에 단편영화 제작까지...나는 내세울 것도 없는데 부지런하지도 못하구나 어이쿠. 그래도 최소한 고생하는 분들의 은혜로움은 까먹지 말고 살자. 그리고 자나깨나 불조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