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98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꼬모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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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공에 지진 오는 카탈루냐의 상상력

처음 읽는 피뇰의 책은 표지나 작가 소개부터 동전으로 복권 은박지 긁는 기대감이 밀려온다. "우리는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들과 결코 멀리 떨어질 수 없다."로 시작하니 눈물을 부르는 류의 SF인가 했는데...책이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라고 할 때, 이 책을 통해 진정 신세계를 만난 건 사실인데 나는 과연 이런 여행을 원했던가 모르겄어...분명 꽝이 아닌 복권인데 금액이 물음표로 남은 기분.

개인적으로 엄청 혐오하는 키워드가 반복되고, 꽉 짜여진 과학 설정이 중요한 게 아닌 작품인데도 시타우카들의 행동에 의문이 많이 드니 여러모로 놀라우면서도 소화가 힘들다. 책 뒤 해외 리뷰에선 '기대를 뛰어넘는 감정이입이~'라는데, 이건 독자 앙케이트 해봐야함. 주인공에게든 바티스에게든 감정이입 정말 곤란한 거 저뿐입니까.

주인공도 괴물들의 섬에 우리가 온 거라고 말하고, '침략'이란 게 무엇인지가 분명 중요한 포인트인데...침략하는 쪽은 워킹데드 생존자마냥 행동하고, 침략당하는 쪽은 지능만 낮은 게 아니고 생존본능도 엉망인데다, 아네리스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구역질남. 이름을 불렀더니 나에게 와 꽃이 되었다고 말하기엔 이미 벌린 일 너무 많으니 그저 주인공에게 상상의 싸대기를 날릴 뿐이다. 너무 늦었다고요 님아!

뭔 타임 루프도 아닌 결말까지 대단한 이야기인 건 맞지만 간만에 멀미약 생각 났음. 한 조각 희망인 꼬마 삼각형 없었음 어쩔뻔. 영화도 있다길래 트레일러는 봤으나, 이걸 영상으로까지 보기엔 내 마음은 너무 지쳤다. 작가의 다른 책은 많이 쉬고 또 보는 걸로...

차가운 피부
차가운 피부
숨 죽이며 따라가는 제국의 혈흔

제목 폰트부터 파워당당에, 나팔 소리 울려퍼지는 착각 드는 표지의 박력에 주춤. 3부작인데 마지막 권 원서 출간도 아직이니 나중에 몰아볼까 잠깐 고민했다. 허나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니 있는 거 봐야지. 뭔가 사정이 있겠지만 1권 2권이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되고 작가 이름도 카차였다 카트야였다 하니 3권 나와도 박스셋 판매는 요원해보인다. 하긴 출간이 되면 다행이지 뭘 더 바래...

당장 시작이 빌헬름 1세 징징대는 장면이라(...) 잔뜩 들어간 기합이 좀 풀린다. 사실 누가 얼마나 무능했냐는 이야기는 자세하게 봐도 즐거울 일이 없지. 그렇다고 유능한 사람의 얘기는 즐거운가 하면...대단한 사람이란 것이 선한 사람이라는 뜻 아니니까 피로가 누적된다. 이게 뭔가 싶은 각종 모략도 그렇다만, 무슨 배우도 아니고 적절한 장면에선 눈물 연기까지 출중하니(철혈 재상의 숨겨진...이 아니고 그냥 내가 모르던 재능...) 지금 정치인을 해도 잘 나가셨겠다. 의도는 딱히 선하지 않은 정책들을 시행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장단기적으로 시민들에게 이득을 주고 존경받는 국가적 위인도 되니, 운도 있겠지만 판단력 소름...

1권에선 맛뵈기만 나오는 유대인 이야기는 짧게 지나가는데도 엇 소리 나온다. 단어 몇 개만 바꾸면 그냥 외노자 관련 기산데? X는 커녕 컴퓨터도 없던 시대에도 마음만 먹으면 홍보 삽질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 책임질 능력도 없으면서 지 자존심이 남의 목숨보다 비싸다고 망상하는 양반들 판단 착오가 생사람들 무더기로 잡는다는 것까지, 몰랐는데 어디서 들어본 얘기들 줄사탕이다. 아, 가짜 뉴스도 나오네. 내용이야 지금 보면 헛웃음 터지지만, 대처하는 방법은 일반인 1이 봐도 답이 없다. 빌헬름 2세는 '독일인 집단 기억의 뒤안길로 물러났다'고 적혀있다만, 잊혀진 게 아니라 독일 사람들은 그 기억을 삭제하고 싶은 게 아닐까. 역사의 기록이란 어딘가 실패 가득한 상담 치료 기록 같다. 스트레스의 근원을 머리 속에서 치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회피는 장기적 도움이 안 되고 결국 마주보고 욕 하면서 극복할 수 밖에 없는데 극복이 되었는가 시원하게 확인할 수도 없고 계속 시도해야하고...생각이 너무 옆으로 샜나.

피어오르는 잡생각들보다 제국 급조의 동력이나 특수성, 1차 세계대전이 국민 정서에 남긴 씁쓸한 영향들을 마지막까지 잘 기억해야 하는데 당장 2권 볼 때 다 기억나려나. 에잇, 기억 안 나면 안 나는 대로 읽으면 그만이다!

피와 철 - 독일 제국의 흥망성쇠 1871-1918
피와 철 - 독일 제국의 흥망성쇠 1871-1918
나도 힙한(?) 책을 봤다

드물게도, 지인과 같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겨 흥분하며 읽었다. 여기저기서 눈에 띄고 제목도 신기하니 볼 마음은 있었는데, '이 정도 인기면 절판될 일 없다'고 마음 푹 놓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 아니었으면 더 늦게 봤을지도. 나도 유행을 따라잡을 때가 있구나 음하하하.

상당히 맥이 은은하여 솔직히 놀랐다. 내용 절반은 미친 듯 붐비는 미술관의 비상사태나 각종 무서운 관람객들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언급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톤이 고요하니 아아 그렇구나 받아들임. 하긴, 조우율이 얼마나 높은데 일일히 흥분했으면 심장병 와서 책을 쓰지도 못했겠지...그리고 재미있는 미술관 책들은 많지만, 개인적으로 예술품을 보고 또 보고 한없이 보면서 생길 수 있는 애정이나 느린 치유를 전달하는 책은 처음 읽으니 맛이 많이 다르다. 형을 잃고,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의 전직을 할 때는 분명 가슴에 격하게 쌓인 것들이 있었을텐데, 이렇게 나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긴 시간 그림들과 마주하며 감정이 평온해진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역시 작가의 성품이 반영된 게 아닐까. 하다못해 아들이 태어난 직후의 정신나간 바쁨도 편안한 서술과 외출에서 느낀 행복, '좋음'에 부드럽게 섞어내는 게 믿을 수가 없다. 마음 비우기(혹은 채우기) 책을 내셨으면 지금쯤 재벌 되시지 않았을까?

카테고리가 힐링이 아닌 한, 서점 베스트셀러는 보통 농도가 엄청 짙은 책들이라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 나도 편견이 고였는가 반성. 아니면 세상의 격함에 지친 사람들이 천천히 담백하게 다가오는 말들을 찾는 시기가 된 걸까. 예술품들의 순간의 강렬함만 기억하기보다 차분히, 자주 마주치며 내 마음을 찾아가는 법도 있다는 걸 늦게라도 알았으니 다음 미술관 관람 때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나의 감상이 지인의 공감을 쪼금이라도 얻어낼 수 있기를...제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위에는 언제나 위가 있다

누가 내 심정을 복붙한 것 같은 제목에 홀림. 내용의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으며, 이상한 설득력 충만한 문장들과 그림들이 얽혀 깨달음 혹은 충격을 배가시킨다. 웃으면서 시작했는데 뒤로 갈수록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엉망'이 등장하니, 이러고 건강 검진 때 혈액이나 피부에 이상 없었으면 '엉망' 뿐 아니라 면역력의 레벨도 작가는 인류의 정점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닐까. 내용상 분명 육아를 하시는 듯 한데 아이도 병에 걸렸다는 말이 없어, 문득 제노사이드의 아키리가 생각난다. 설마 저 아이는...

정리하지 않고도 정리하는 법에는 책장이 포함되어있지 않으니, 빨래바구니나 냄비 수납장보다 낮은 대접에 눈물. 혹은 그냥 눈속임이 불가능해 안 다뤄진 것인가. 엉망인 집을 치우기보다 속편히 엉망인 스스로를 받아들이라는 것이 골자지만, 그래도 무덤에는 아무 것도 못 가져가니 손에 쥔 걸 잠시라도 놓자는 걸 보면 이분도 일말의 생존 본능(?)을 아직 갖고 계신 것 같음. 사실...변명을 좀 할지언정 작품까지 써서 동족들을 변호하고 그 능력을 역설하는 게 멋있어..."엉망인 사람에게는 지갑을 잃어버린 날이든 열쇠를 잃어버린 날이든 그냥 평범한 하루다. 엉망인 아이로 태어나 엉망인 어른으로 자라난 우리는 고작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계속 버티다보면 이런 경지에도 이를 수 있는가. 올해는 정말 대대적인 정리를 피할 수 없지만(외면에도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 끝나면 이 파워당당함 나도 써먹고 싶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조금씩 엉망이다!...고 책에서도 그랬다니깐!

난 엉망이야 - 어질러진 인생을 위한 엉망 관리법
난 엉망이야 - 어질러진 인생을 위한 엉망 관리법
한 건물을 스쳐간 반짝이던 청춘들에 쿨쩍

호텔이라는 단어만 제목에 들어가도 괜시리 설레는데, 부제에서 뭔가 대하 드라마의 냄새가 난다 오오오오...생각과는 약간 달랐지만, - 하루이틀 묵고 나가는 손님들이 메인이 아니니까 - 한 역사적 건물이 바라본 수많은 여성들의 삶은 역시 대하 드라마가 맞았다. 당장 투숙객 명단 화려하기도 하여라...시대마다 변하는 ‘꿈을 찾아 뉴욕에 온 청춘 여성들’을 맞이했던 건물과, 비서학교 학생들과 모델들, 잡지사 객원 편집자들 이야기가 살짝 설레면서 씁쓸하다. 좌절을 안고 귀향한 사람들이나 꿈이 이뤄졌어도 행복하게 끝나지 못한 사람들 이야기는 지금도 흔하지만, 흔하다고 덜 슬퍼질 일도 없으니. "뉴욕이 멀리에서 보았을 때처럼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도 반짝인다는 것, 중요한 사람들이 진짜로 있고 나도 그 일부가 될 수 있고 그들 중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왜 눈물이 날라카지...

초창기 여성 전용 호텔 사정이나(무슨 동물원도 아니고 구경꾼들이 차 타고 관람하러 왔다는 데서 실소 터짐) 지금은 폐간된 잡지 『마드모아젤』의 파워, 세대별 여성에게 요구되거나 허용되던 것들이 중간에 갑자기 역행을 한다거나, '안젤라의 재'에도 언급된 말라키가 카메오(?) 출연하는 등 서프라이즈도 많았다. 간략하게만 알던 실비아 플라스의 인생사도 살짝 충격. 한 사람의 불행한 결말이 아니라, 같은 처지에 있던 여성들의 방황의 상징격이라는데서 우울이 밀려온다. 바비즌을 못 떠나고 나이 들며 남은 사람들은 초반부터 다른 세입자들에게 좋은 인식을 못 받지만, 후반에 가니 이것이 승자다 소리밖에 안 나옴. 주변 작은 아파트 월세가 천 달러였던 시기에, 임대료 규제 보호법 덕에 센트럴파크 코앞에다 모마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장소에서 호텔 서비스 받고 275달러 내고 살고, 건물 리뉴얼 공사 후에도 객실 보장 받았으니 꿈 이뤄 떠나지는 못했을지언정 참으로 안정된 노후 아닌가.

바비즌은 이제 고급 아파트고 여성들의 처지도 변했지만, 뉴욕뿐 아니라 모든 도시에 상경한 용감한 어린 별들이 잠시라도 안전하고 자유롭게 꿈꿀 곳이 있었으면 한다. 눈물이라도 안심할 수 있는 장소에서 쏟아낼 수 있기를..


"건물 3층 공용 공간 벽에는 한때 이곳에 살았던 화려한 영화배우들과 모델들의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 그렇지만 이 문을 거쳐 간 이름 없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았다. 젊고, 야심 있고, 기대에 부풀었으며, 이곳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맛본 사람들. 기대했던 대로 유명해지지는 못했을지라도 모두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게일 그린이 ‘외로운 여자들’이라 불렀던 이들조차도."

호텔 바비즌 - 여성의 독립와 야망, 연대와 해방의 불꽃이 되다
호텔 바비즌 - 여성의 독립와 야망, 연대와 해방의 불꽃이 되다
기립박수 나오는 우울증 투병기

코로나 터지고 나온 책이니 별로 오래된 책이 아닌...것이 아닌가? 뭔 반어법같은 제목에, 표지도 노랑노랑이라 신기해서 안 볼 수가 없다.(다 읽고 검색하니 원서 표지는 시뻘겋게 불타오른다. 저건 저것대로 이게 뭔일인가 싶어 집어들 듯.)

내가 미국 사람이 아니라 그런가, 68년생인 저자가 속한 미국의 한 세대가 '우리는 다 핵전쟁 때문에 비참하게 죽을 거다'라는 보편적 믿음을 청소년기에 갖고 있었다는 설명이 상당히 경악스럽다. 풍요로운 천조국에 이런 백해무익한 유행이 있었다니...이런 사회적 환경과, 집안에 우울과 중독 내력이 있는데도 언급이 불가능한 상황, 임의적 약 복용의 위험, 끊임없이 불안이나 자기 비하 요소만 찾게 되는 심리 등을 중간중간 비틀린 웃음(...주제가 주제다보니 웃고나서 죄책감도 들지만, 아마존의 에릭 씨 이야기는 안 웃을 도리가 없어...)과 함께 읽다가 쓰레기장 분노 폭발 파트에서 2차 경악. 분량은 짤막해도 뻔한 말로 간담이 서늘하고, 이 무서운 일이 벌어질 때까지 사고의 변화가 완전 별세계 별사람 이야기로 안 느껴져 더 소름.

터질 듯한 괴로움에 정점을 찍은 형과의 사별을 우울증 팟캐스트 기획으로 연결시킬 때는 울컥했다. "좋다. 그러면 내가 한번 시끄럽게 굴어 보겠다." 아아 모 선생님! 청취자만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 출연료도 없이 유명인들이 게스트로 참여해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받는 것도 놀랍고 참 이런저런 생각하게 된다. 미국도 이렇게 치료나 도움 받기가 어려우면, 한국은 대체 어떨까...

한 사람의 기록으로서도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마지막의 인지왜곡 설명과 아홉 가지 교훈은 우울증 치료랑 상관없이 그냥 인생 팁. 감정적 추론이나 사람 우선 어법은 책상에 메모 붙이고 수시로 점검해야겠다. 본문에 잠깐 언급되었던 보수당 체험 논픽션도 엄청 궁금한데, 2006년도 나온 책이 아직도 번역 안 되었음 포기하고 원서나 사야겠지. 하이고...

유쾌한 우울증의 세계 - 미국 최고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가 털어놓는 우울증 투쟁 공생기
유쾌한 우울증의 세계 - 미국 최고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가 털어놓는 우울증 투쟁 공생기
있는데 없는 것 같은 희망에 탈력

도중에 덮었다간 오히려 더 나쁜 상상으로 이어질 것 같아 끝까지 봤는데 와 속이...1대1이면 폭행이고 다대일이면 집단 폭행이지, 무슨 부 활동도 아니고 학교란 수식어는 왜 붙이는지 항상 의문인 범죄도 소화 안 되는데 희생자에게만 끝도 없이 잔인한 내용이 이어지니 정신이 가출할 지경이다. 다크히어로의 시원한 활약도 없고,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희생 정말 더럽게 비싸다...그거야 전후사정 쏙 빼고 두 줄 요약하면야 법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판의 형량이 가벼울 도리가 없지만, 픽션에서는 그래도 쪼금 도피처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약한 독자는 웁니다.

페니가 '되돌아갈 수 없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무엇이 옳았는지 계속 생각하기로' 한 것처럼, 읽는 사람도 계속 정답은 아니어도 오답에선 멀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건 머리로는 아는데 이게 참...어쨌든 마지막 장면에는 희망이 있기는 하니까 끝까지 다 봐서 다행이야...다행...일 거야...

죄인이 기도할 때
죄인이 기도할 때
읽다 빠져드는 덕심 있음의 행복

전설의 명화(?) 쇼퍼홀릭에서 아일라 피셔가 말했었다. 손이 있으니까 장갑을 사야 된다고...열대지방에 사는 것도 아니고 건강 문제도 없다면, 양말은 진정 실용품이 아닌가. 양말 88켤레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뭔가 숫자도 길하게 느껴지는 콜렉션 숫자다. 책 88권이랑 비교하면 공간 잡아먹는 양도 얼마나 적은가. 그리고...이러니 저러니 하지만, 사랑에는 논리가 필요없지 않던가!

  '양말 이야기를 빙자해 인생사의 희로애락을 털어놓는 대나무 숲'이라는 소개대로, 내 맘대로 끌 수도 없는 덕심의 불길과 노동과 눈물이 꼭꼭 뭉쳐있어 줄치면서 읽고 싶다. 카테고리 상 같은 덕심이라도, 코드가 조금만 다르면 공감하기 어려운데 간만에 영혼이 공명한다 우오오오오!

덕은 아니지만 양말 고르기는 좋아하는 편이라, 양질의 브랜드들 소개에 기쁨 두 배다. 트뤼도의 양말들도 뒤늦게 보는데, 끝내주는 양말 위의 활짝 웃는 얼굴에 살짝 씁쓰무리하다. 이런 미래를 모르던 시절의 해맑은 그대여...

2018년에 나온 책이니 참 늦은 감상이지만, 저자분 콜렉션 구성도 많이 바뀌었을텐데 2권 안 나오려나...백두산에서 어머님이 기념 양말을 구매하셨는지도 궁금하고, 코로나 이후 떠오르는 양말계의 샛별들은 더 있을지, 수입과 노동 시간의 슬픈 그래프는 역전이 좀 되셨는지...혹시 28년에 애니버서리 증보개정 스페셜 나와서 양말 끼워 판다던가...는 안 되려나.

발이 너무 시려 제일 두꺼운 양말만 계속 신고 다녔는데, 날도 살짝 풀렸으니 오늘은 나도 날주황 양말을 신어야겠다. 발가락에 소소하게 오렌지 파워!


"제철 양말을 고르는 티끌만한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행복은 양말이다. 양말과 함께라면 행복은 언제나 제철이다."

아무튼, 양말 - 양말이 88켤레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아무튼, 양말 - 양말이 88켤레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신기한지 해괴한지 모르겠는 위조와 사람 마음

미술판 csi를 기대하며 펼쳤는데, 시작의 '위조와 사기의 범주'부터 무슨 생각하기 연습 서적인 줄 알았음. 일부만 변경하거나, 공동 작업 후에 합의해서 한 사람 작품이라고 발표하는 경우도 물음표가 뜬다만 - 달리 케이스는 그렇다치고, 소개된 워홀 위작 판정 기준은 이해를 할 방도가 없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했다는 미술 작품의 기준도 뭔가 심오하다. 논술에 이런 문제들 안 나왔던 걸 다행으로 생각할 뿐...

어쨌든 메인은 각종 기술을 동원해 만들어진 위작과 위조범들 이야기니 야금야금 즐겨본다. 위조행각을 자기 PR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데서 웃다가, 나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과 업계에 복수한다는 동기가 흔하다는 것에 마음이 무거워지다가...그리고 자만심이란 대체 뭐길래. 자만심이 동기인 것만 해도 충분히 골치 아픈데, 자만심 때문에 내가 산 위작, 내가 진품이라고 잘못 감정한 위작을 진품이라고 우겨대는 건...입은 있는데 할 말이 없습니다. 역사나 과학 부문 위조는 인류 전체의 학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인데도 분량이 짧아 잠시 툴툴대나, 미술 쪽보다는 위조 자체가 적어서 그런 거라면 다행스런 일인지도 모른다. 도난 케이스도 분량이 짧지만 내용의 임팩트는 하나같이 대단하였다. 정교한 위작으로 바꿔치기된 경우는 그렇다치고, '색칠한 포스터를 카드보드지에 붙인' 걸 대신 걸어놨는데 미술관에서 한참 몰랐다는 건 무슨 경우여. 갑자기 한국 미술관들은 안전한가 의심이 스물스물....

분량이 짤막해서 제일 아쉬운 건 미술 수사관 버넌 래플리 선생!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미술수사팀을 이끌며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위조범 사냥꾼'이라니 타이틀만 봐도 침이 넘어가는데, 공사다망하셔 그런가 저서가 없다는 게 너무나 아쉽다. 선생님 얇은 책이라도 좋으니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위작의 기술 - 어둠 속 미술 세상을 홀리다
위작의 기술 - 어둠 속 미술 세상을 홀리다
생각보다 오묘했던 서예 성인의 시대

어릴 적 위인전과 학습 만화들에는 한석봉을 왕희지에 빗대 찬사하던 장면들이 왕왕 있어서, '왕희지=중국 서예왕'(...)이라는 인식은 있었다. 이후 강산이 몇 번 변할 동안 그대로였던 정보를 늦게나마 업데이트할 기회가 왔으니 봐야지 어쩌나. 역자분이 '국내에 왕희지의 전기가 없어서' 번역을 하셨다는데, 2016년 출간되고 지금까지 어린이용 위인전이 한 권 더 나온 것이 다이며 심지어 내국인 한석봉도 성인용 평전이 없다. 서예가 진짜 인기가 없나 봐...

 생애부터 당시 예술 사조, 서예론이 들어가 있는 건 정석인데, 아들 왕헌지의 평전까지 포함된 것에 깜짝. 아니, 그 이름도 처음 듣는 나의 무지에 깜짝인가; 부자가 통칭 서예의 二王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대단한 아드님 성격에 다시 놀란다.(아버님도 안 놀라운 건 아녀라...) 두 사람 모두 능력 있고 성실한 위정자였던 건 믿어도 될 것 같은데, 사적 일화들에서 역시 인간이란 완벽하지 않은 존재라는 걸 재확인. 그래도 아버지 쪽의 일화들은 좀 애교(?)가 있는 반면, 아들 쪽은 아버지 글자도 까고, 자기 pr 때 뻥치고, 예절 따위 뭐나 줘 주의라(고벽강 선생의 빡친 멘트 왜 이리 공감 가나...) 길지도 않은 분량에 서프라이즈 참 많았다. 한 분야의 절대강자가 되려면 재능과 더불어 이 정도 깡이 필요한가.

 서예 해설이 초심자에겐 거의 마법 주문이고(글자가 순정하다던가, 연결에 운치가 있다던가 하는 표현을 이해하기엔 기본 지식이 바닥임) 도판도 거의 없어 머리 아프긴 하지만, 인터넷으로 사진 찾으며 읽으니 어렴풋이 느껴지는 건 있다. 요새 인쇄물 뺨치게 칼 같은 규격의 글씨 풍조가(비문 내 같은 글자들이 겹치면 똑같다는 언급은 뻥튀기가 아니었음),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서 갑자기 오밀조밀한 글씨나 왕창 흘려쓴 글씨 등의 개성 대폭발로 이어지는 부분이 꽤나 재미짐. 이거...히피 아냐? 그 시대에 무려 나체족이 유행했다는 것도 뿜고, 용케 이 유행이 한반도까지 안 왔구나 생각에 웃고. 설마 기록 뒤지면 한반도 나체족이 나오...나?

여전히 서예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참으로 인상적인 개인사들과 더불어 천 년이 넘도록 극동 서예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 대단함은 어느 정도 이해했으니 만족. 내용 기억하고 있을 동안 다음 업데이트의 기회가...올까?

왕희지 평전
왕희지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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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극단 '족연'이 돌아옵니다~
[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모두를 위한 그림책 🎨
[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책증정] 언제나 나를 위로해주는 그림책 세계. 에세이 『다정하게, 토닥토닥』 편집자와함께"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각양각색! 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
사랑은 증명할 수 없지만, 증명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다
[밀리의 서재로 📙 읽기] 29. 구의 증명최진영 작가의 <단 한 사람> 읽기[부국모독서모임] 최진영의<구의 증명>, 폴 블룸의<최선의 고통>을 읽고 책대화 해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레슨!
[도서 증정] 『안정감 수업』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눠요!🥰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을 믿은 인류의 역사, 《자기계발 수업》 온라인 독서모임
한국의 마키아벨리, 그의 서평 모음!
AI의 역사한국의 미래릴케의 로댕최소한의 지리도둑 신부 1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일본의 탐미주의 작품들
[그믐클래식 2025] 10월, 금각사 [북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 함께 읽어요!
공룡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로!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밀리의 서재로 📙 읽기] 10. 공룡의 이동경로💀《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
추석 동안 읽을 만한 일본 추미스!
[책 증정] 호러✖️미스터리 <디스펠> 본격미스터리 작가 김영민과 함께 읽기 [박소해의 장르살롱] 7. 가을비 이야기 [박소해의 장르살롱] 10. 7인 1역 [박소해의 장르살롱] 2. 너의 퀴즈 [박소해의 장르살롱] 21. 모든 예측은 무의미하다! <엘리펀트 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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