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모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평소에 뭘 먹어야 이런 골때리는 인물들의 골때리는 행보를 창작할 수 있는 걸까. 글자도 크고 이백 쪽 간신히 넘는데 각종 정신 나간 비유와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이야기에 넋이 나갈 지경. 그러나 더 큰 놀라움 은 권말 해설에 있었으니,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말에 눈알 나올 뻔...이런 사람들이 살고 이런 게 가능하던 시절이었다니, 난 50년대 미국에 대해 개뿔 아는 것이 없었어! 그리고 빅서는 마음속에 마계도시로 ctrl+s...
혼을 빼지 않는 대목이 없다만, 후반에 보험회사 아저씨까지 합류하니까 읽는 나도 미쳐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옛 시절이라 끽해야 등장하는 게 마리화나라는 게 좀 귀엽다만, 이 내용에 요새 마약들까지 추가되었으면 장르가 호러가 되었을지도...네 번째 결말은 얼얼하던 정신에 갑자기 은은한 감동 선사해서 다른 의미로 충격이었고 여하튼 미쿡의 고전은 명불허전이었드라...


생각보다 문화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는데 그게 또 재미였다. 서양의 엄한 기숙학교 분위기를 쪼금 안다고 생각했는데 1940년대 헝가리 칼뱅파 기숙학교의 애들 쪼는 맛은 또 다른 경지였음. 이런 학교를 배경으로(그것도 전쟁통일 때) 사이코 스릴러가 아니라 십대들의 장난(이런 수준의 장난으로도 깔깔댈 수 있는 그 생명력에 웃어야 하는지, 그나마 칠 수 있는 장난이라는 게 이거라는 악몽 같은 환경에 슬퍼해야 하는지...)이나 희노애락 이야기가 나온다는 게 너무나 놀라움. 이 무거운 분위기에 고민 상담용 동상 나오니까 설마 이게 헝가리안 호그와트인가 별생각 다하고(다행인가 불행인가 그런 전개 아니었음)...
주인공 성깔 대단하고(한두 명 상대가 아니라, 반 전체에 대고 난리칠 수 있는 성질머리 매우 새롭다...) 그걸 화장실 데리고 가서 싸다구 날리는 게 아니라 무시 수준으로 끝내는 순진한(?) 애들도 신기하고 그냥 아가들의 일상이 참으로 신기했다. 그 와중에 갑자기 미친 웃음 선사하는 비밀 작문 예문 무엇임. 머그더 선생님이 쇼코러이 어털러 학교 스핀오프를 쓰지 않으신 것이 너무나 유감이다.
시대와 문화 차이 탓인가 내 보기엔 쾨니그 말고 호감인 선생이 없는데도 학생들에게 쾨니그는 씹다 뱉는 껌 정도의 대접밖에 못 받는 것도 충격. 피학이 일상화되면 가학적이지 않은 선생을 비정상으로 보게 되는가? 어찌 됐든 '애들을 위하는' 설정은 다른 선생들도 갖고 있어 막판에 황제 꼰대 교장조차도 감동을 주니 다행이긴 하다만...
그리고...시대가 시대니, 페리가 군인이라도 십대나 끽해야 스물이겠거니 하면서 읽었는데 뒤에 가니까 이거 스물넷이나 먹었잖아?; 이런 ○●◇같은 ○●□■...아버지가 미모 고모를 왜 못 믿었는지도 아주 뼈에 사무치게 알겠음. 어쨌거나 잘 봤고, 검색하니 유튜브에 뮤지컬 영상이 꽤 있었다. 영자막이 없고 자동 번역 자막도 거의 안 먹히니 노래 감상밖에 못하지만, 언젠가 한국에서 공연하...지 않겠지 어휴...


제목도 인트로도 심각해 서슬 퍼런 이야기인가 했는데 아니었음. 읽기 전에는 눈발 날리는 표지에 엄청 춥겠다 싶었는게, 읽고 다시 보면 따스해보이니 이야기가 주는 착시 효과에 감탄(?). 이리 추운 날에, 다른 나라 시대극에서 사람의 체온이 따스하기도 하지. 만들어낸 이야기라도, 각자 아픈 일들을 넘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파하는 소년에게 정을 알려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 보들보들한 위안. 비정함도 엄청난 추리도 없었지만 충분히 좋았다.
"뜻을 관철하기 힘든 고난도,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갈등도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어. 그리고 그런 일들을 마냥 비웃거나 창피해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지. 그런 사람들이 내 등을 떠밀어주고, 나 자신의 마음에 따를 힘을 주었어."


두께가 있는 책이지만 소재가 소재라 한 권에 모자라지 않나? 했는데, 머리말에서 2006년 나온 책의 개정 증보라는 것 확인.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니, 추가되는 챕터들 넣은 개정판이 정기적으로 계속 나오지 않겠나 싶다. 이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 한숨이...
도박이 유행 안 하는 시대가 존재하지 않겠다만, 정리된 걸 보니 갑갑하다. 방향상 동양권 도박 분량이 적어서 이정도니, 보통은 불만스럽지만 이번엔 아님. 다른 소재같으면 보다 폭소라도 할텐데,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옛날 일인데도 웃음이 쏙 들어감. 도박 규모에서 의외의 놀라움을 준 건 프랑스...'온 국민의 4분의 3은 카드와 주사위 생각밖에 없었다' 인용문부터 왕정이건 혁명이건 상관없이 이어지는 도박 열풍에 적과 흑에....유명인들 이름 많이도 나오고, 도스토예프스키 당연히 나와주시고, 도박꾼과 도박사업자와 권력자 이야기(...세 타이틀 다 획득한 이들도 참 많기도 허다...) 신물나게 나온다. 곡절 거쳐 카지노가 몬테카를로로 가고 미쿡으로 가고 전세계로 가고 대기업 출현하고 디지털 도박도 나오고...후반으로 갈수록 규모와 기술의 변화 정도가 어마어마한데도 감동을 느끼기 참으로 어렵다. 미드에서 드문드문 보던 미국 원주민 카지노 이야기는 힘겨운 경제 자립의 이야기인데도 뒷맛 씁쓸...
한 분야의 변화를 큰 시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보통 사람은 관심 끄는 게 좋은 분야라 재확인. "그토록 많은 사람이 도박을 좋아했던 덕분에 유랑하는 사기꾼, 사기도박꾼, 삼류 협잡꾼들은 공짜로 뭔가를 원하는 호구들의 희망에 기생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눈먼 돈 꿈도 꾸지 말고 할 일 하고 책이나 봐야지...


이런 소재를 좋아하면서도, 은퇴한 고령자 클럽이 또 나오니까 그정도로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는 건가 의문이 든다. 어쨌든 테스 게리첸이 썼으니깐 봐야한다. 번역 너무 오랜만에 봐서 마지막 국내 출간 언제였는가 찾으니까 2013년...눈물이 흐르네 아흐...
뭐 CIA 나오고 초반에 이런 전개면 이전 상사가 양심이나 능력 둘 중의 하나가 반드시 없는 탓에(가끔 둘 다 없거나) 주인공이 미친 삽질을 하기 마련이라 놀랄 일은 없었다만 재미있었다. 나의 망상 섞인 바람은 은퇴한 스파이의 활약 이후 닭 잡는 목장 소녀의 어쌔신 비기닝이 이어지는 거였는데 이뤄지지 않았음. 그러나 희망(?)은 있으니, 후속작 내년에 나온다니까 어쩌면! 뭐 기왕 한 건 해결하신 김에, 집 뒤에 바주카포도 슬쩍 설치하고, 람보네 집처럼 죽음의 홈파티 준비도 하...지는 않으려나. 매기가 계속 고잉 솔로할지 누굴 선택할지도 궁금하니 후속작도 꼬옥 봐야지.


뭘 골라도 재미있는 시리즈니 발견하면 그냥 봐야함. 익숙한 그림들도 있지만 낯선 그림들도 많고, 국내에서 일어났는데도 몰랐던 사건들과 더불어 마음만 먹으면 죙일 고민만 할(그리고 나는 아마 포기할;) 주제들 빼곡하다. 표지나 프롤로그에서 예술 관련 법을 다룬다고 하지만 읽다보면 온갖 인간사 다 들어 있음. 예술도 법도 다루는 범위가 무한정이니 당연한가?
일단 숙연한 마음으로 제1법정 파트를 읽고나면 세상에 이런 일이를 방불케하는 제2법정과 제3법정 파트가 기다리고 있다. 옥션 하우스의 수수료 분쟁(합의금 5억 3천만 달러에서 숫자 감각 상실...), 이미 작년부터 국내 시행된 보호출산제도(왜 뉴스에서 본 기억이 없지? 홍보 문제?), 졸지에 한국서 음화된 옷 벗은 마야(69년이니까...뭐...), 마무리 씁쓰무리한 추급권 등등. 통일부의 벽화 철거 에피소드는 85년도가 아니라 2005년도 일이라 어안이 벙벙하다. 그 와중 청계광장 왕소라...가 아니고 '스프링' 설명 무엇임. 풍수지리 논란이라니 음양오행 좋아하는 사람도 사레가...문화재 반환 문제나 당연하게만 받아들인 박물관과 미술관의 구분도 법을 끼지 않은 것이 없어 새삼 법의 범위에 놀란다. 이렇게 사방에 깔렸는데도 구멍이 있다는 게 한숨도 난다만;
마지막에 '비판이 불편하거나 두려운 학문은 더 이상 살아 있는 학문이라 할 수 없다'는 말이 가슴에 박힌다. 저게 학문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나의 마음 치킨 리틀이니 참으로 어렵다만 용이라도 써봐야지 뭐. 여러모로 좋은 책 봤는데 소송이랑 돈 얘기만 기억에 남으면 곤란하니 잊을만 하면 꼭 다시 보자. 사실 잊을만 할 때 2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음흐흐흐흐.


연말 연시 걸쳐 읽은, 본체도 내용도 참 묵직한 책이다. 공교롭게 읽는 동안 화재 뉴스가 많아 생각해볼 것들이 더 많기도 했고...일단 불을 끄는 데 필요한 과학적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아 보는 내내 동공확장. 소화약제의 다양함도 그렇다만(이걸 다 알아야 소방공무원이 될 수 있다 생각하니 존경심이 배가 된다) 잔여물이나 비용 문제도 생각지 못한 것들이다. 소화기, 소방차 등 각종 장비의 역사들은 그냥 과학 전반의 역사. 어려운 공식 만든 분들이 우리들의 안전에도 기여지분이 있다 생각하니 살짝 친밀도가 올라가긴 한다. 요한 베르누이처럼 좀 무리인 사람도 있다만; 뭐지 이 인간성! 비상출구 챕터는 많은 규정들을 만들어낸 대형사고들 이야기가 나와 우울하면서도 섬뜩하다. 결국 사람이 무신경하면 설비고 과학이고 아무 소용이 없잖아...
화재의 두려움 말고도 어깨가 무거워지는 부분들이 있다. 2015년 설문조사에서, 90퍼센트의 응답자가 ABC급 소화기의 의미를 몰랐다고 하는데 이 책 읽기 전엔 나도 몰랐어...화재경보 오작동도 동네에 종종 있다보니 경각심도 좀 떨어지는 편이고, 청각 장애인은 경보를 어떻게 듣는가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2006년에 비하면 근무여건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저자분이 말씀하시니 다행이긴 하지만, 소방대원들이 가장 수분과 영양공급이 필요할 때 간편식으로 때울 수 밖에 없는 것도 씁쓸하다. 일단은 자나깨나 불조심하고, 안전체험관도 가보고, 푼돈일지라도 소방복지재단에 기부하면서 좀 더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야지...


이런 사람들 안 만났으면 그게 행복한 학창시절이라 깨우쳐주는 책이었다. 악역은 악역이니 비참한 말로를 맞는 것만 기대하며 어떻게 참는다만, 돌아가며 시점을 나누는 주역들도 어째...중간에 욕보는 코트니의 시점이 추가되었다면 모르겠지만, 잭도 정을 못 붙이겠고 사이다는 없는데 고구마만 계속 차오름. 책 더 두꺼웠으면 홧병날 뻔...
이거 대체 어떻게 끝나려나 했더니, 사이다를 들이붓는 게 아니라 쌓인 고구마를 폭파시키는 방식으로 끝났다. 원래도 비평 능력 제로지만, 인물들을 따라가며 스트레스가 너무 올라갔더니 결말이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겠고 '아이구 끝났구나 아이고...'하며 그냥 대자로 뻗고 싶은 심정. 독자를 위한 가이드에 토론을 위한 질문이 열 개나 나오는데 대답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피로함. 뒷표지에 적힌 다른 작가들의 서평 중에는 '때로는 비틀린 유머에 폭소하게도 된다'라는 말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있었어? 그게 우데고?


표지에서 풍기는 낭만의 냄새와 더불어, ‘라부카’라는 뜻도 모르는 단어에 홀리듯 집는다.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릴케 시집에 실릴 것 같은 단어일 거야...라는 생각은 도중에 박살이 났다만, 어쨌든 잘 읽었으니 괜찮다.
주인공의 설정이 참 화려해서(젊은 나이, 안정된 직장, 본업이 아니라 취미라고는 해도 꽤 훌륭한 재능, 아니꼬워하는 동료가 있을 정도로 잘생긴 외모에 생각보다는 덜 어두운 과거까지) 감정이입이 어려운 조건인데도, 대유행하는 MBTI로 치면 I인 성격에, 자신을 이해할 사람이 없다고 완전히 포기하고 있고 친구도 없다는 상황에 공감할 사람들은 꽤 있을 것이다. 당장 시작부터 친하지도 않은 상사의 부담 백배 지령(경중은 다를지언정 너무나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심정)에 클리닉까지 다녀도 낫지 않는 불면증까지...그러나 23년 기준 판매 부수 10만 부의 원동력은 그런 슬픈 이유만이 아니라 감동 때문일 것이라 매우 믿고 싶어유.
버거운 상황에서 원치 않는 계기로 시작했을지언정, 좋아하는 걸 하고, 따라가고 싶은 멘토가 생기고, 취미활동 동료들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전기장판 아닌가. 잠입물(?)인 만큼 단맛 뒤 쓴맛의 순간도 피할 수 없지만, 다치바나가 의사에게 ‘감사합니다’ 소리까지 듣고 느껴본 적이 없었던 감각을 느낄 때는 나도 해동되는 느낌. 그리고 결과를 지레짐작하지 말고 상대방과 마주보려 시도해야 한다는 걸 새삼 생각한다. 쫄보에겐 주기적으로 이런 자극(?)이 필요함.
중요한 것은 다치바나의 성장이다만, 사실 읽으면서 옛날 생각 나게 한 건 아사바의 말이었다.(저렇게 재능이 있었던 적은 없다만서도)
"봄에 태어나서 얼마 전이 생일이었어. 지금까지는 나이를 신경 쓴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일 년이면 이십 대가 끝난다고 생각하니 좀 당황스럽더군. 일본 음악 콩쿠르에는 스물아홉 살까지만 참가할 수 있어. 스물아홉 살. 믿어져? 그 후로도 긴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데, 서른 살부터는 자격을 잃어. 스물아홉 살의 연주와 서른 살의 연주에 대체 어떤 차이가 있지? 아니면 내가 모를 뿐, 뭔가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 걸까."
전체 스토리와는 별개로, 시작 페이지 내용부터 깜놀해서 검색하니 한국도 노래교실은 저작권을 내고 있었다. 주민센터도 할인받을 뿐이지 예외 없음. 저작권은 당연히 소중하고, 본문에서 다치바나가 열심히 설명하기도 했으니 이해가 가지만 노래방이 아니라 가르치는 곳에서도 징수된다는 건 몰랐다. 악보 구매로 끝나는 게 아니었구나...일본 쪽 기사를 보니 교사의 연주는 저작권료 지급 의무가 있고, 학생의 연주는 없다는 다소 복잡한 재판 결과가 나온 모양. 저작권 어렵다.
나의 낭만 가득한 상상을 두 쪽 내는 라부카의 외모(생물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그냥 한국 이름 써서 ‘주름상어를 위한 소나타’였으면 좋을 뻔), 설마해서 검색했으나 역시 가상의 뮤지션이었던 오노세 아키라(놀랍게도 소설 팬이 작곡한 ‘전율하는 라부카’가 유튜브에 있다!) 등 여러 재미가 있었다. 책덕질이 이미 충분히 행복하지만, 본문에 나온 것처럼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주변도 잊는 그런 순간을 새해에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제목과 부제와 표지 그림이 기막히게 어울리면서도 뭔 소린지 짐작이 안 가니, 상상한다고 시간 쓰지 않고 바로 집어든다. 예상능력은 형편없을지언정 픽업 결과는 훌륭했으니 대만족.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라는 말은 보통 소화하기가 힘들다. 대개 의지가 중요하다는 걸 깔고 가는데, 의지랑 상관 없는 벼락이 아무데서나 쳐대는 것이 인생 아닙니까. 그런 피로한 얘기하는 책이 아니라 좋다. 성격과 시기와 개인사의 고통스런 교집합을 전할 때의 유머, 그 와중에 외국어 공부 팁(회화가 하고싶기 보다는 뭘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적절한 팁이다), 언어가 밥줄인 사람이 생각하는 언어와 번역, 각종 영화(예전 dvd까지 소장했다 처분한 낮술 언급에 친밀감 혼자 급상승) 이야기와 책 추천, 시오랑, 자기 긍정에 관한 이야기들(정신이 바닥을 쳐본 사람의 진심이 뼈로 전해진다) 끝에 던져주는 한 마디는 힘이 있다. 마지막 챕터는 포스터를 만들어 벽에 붙이던가 책갈피 세트를 만들던가 수를 내야겠음.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갈망이 저자만큼 있으면서도, 엄청나게 습득이 느려 반 포기하던 것도 다니 도전하리라 다짐. 혼자 끙끙대는 게 아니라 학원에 가던가 인터넷 친구들을 만들던가 해야겠다. 하다보면 어떻게 책 읽을 정도는 되리라는 희망의 싹이 돋는다!
어쩌다보니 올해 감상을 쓰는 마지막 책이 되었는데 묘하게 시기나 내용이 개인 맞춤이 되었다. 사지 멀쩡히 연말 맞았으면 감사할 일이다만, 안 그래도 유리 멘탈인데 올해 제동 좀 걸렸더니 정신머리가 자꾸 가출하려해서...'마리아나 해구보다 깊이 가라앉은 자기 긍정감'을 끄집어내준 뎃초 선생께 목례.
올해는 그믐 가입해서 놀라운 경험들을 했으니 이것도 감사할 일. 어설픈 글 부끄러워하지 않고 혼자 공책에다 써놓아도 되는 것을, 굳이 인터넷 세상에 글 올리기 시작한 건 독서 모임이란 것에 대한 동경이나, 책 얘기 하면서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분명 나에게 있었기 때문일텐데...아직도 이게 맞는가 아리송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른 분들의 근사한 글 아래에다가 '이거 느무 재미있지요 겔겔겔겔' 이런 조악한 댓글 달면 안 될 것 같고, 과도한 감상이 잘못 전해지면 공포심을 유발할 것 같고...그래도 감사하게도 댓글 달아주신 분들도 계시고(읽은 사람이 있다는 것부터 깜놀) 쫄보 나름대로 모임도 좀 참가했고, 다 같이 낭독이라는 걸 해보고, 멋진 이야기들 들어서 즐거웠다. 그림책 모임 때문에 지름신이 온 것은...넘어가자. 충격이었던 건 도서 증정이 있다는 거. 덕질을 하는데 혀 차는 소리 대신에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니! 내가 신청해서 책 받아놓고도 얼떨떨. 내 문장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이런 거 일 년 썼다고 글이 늘면 온국민이 작가겠지) 조회수도 계속 0 언저리겠지만, 책으로 사람들과 닿기 시작해서 이런저런 즐거움들을 맛봤으니 정신 없는 갑진년에 좋은 일들 분명히 있었다. 뎃초 선생 말을 한 번 더 훑어보며 마무리!
"어디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지금 거기 있다는 사실, 그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니 나에게는 다른 누구도 아닌 지금 거기 선 당신이야말로 미래다. 어이, 하면 할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