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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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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가득 넘쳐흐르는, 멋지고 가끔 슬픈 당신의 조각들

방구석 나홀로 버지니아 울프 축제는 아직 진행중이다. 역자분이 공들여 선별하신 산문집이라 그런지 통으로 외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글들로 꽉 차있어 읽은 것이 느무나 뿌듯하다. 허전한 속에 군고구마보다 울프!

"말은 우리가 말을 쓰기 전에 우선 생각하고 느끼기를 바랍니다." 이런 문장을 보면서 감동과 양심의 가책을 동시에 느끼고, 위인의 편지글을 읽는 것에 대한 대단히 긍정적인 말들을 보며 '그래, 후대에 자기 편지를 읽는다고 생각해도 버지니아가 대노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면서 안심하고 혼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소설이라도 최고의 작품과 비교될 권리는 있다'라니,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읽는 사람의 기준이 이리 다른 것일까. 내가 만일 어찌어찌 첫 책을 낸 작가인데, 평론가가 톨스토이 작품이랑 비교하면서 내 작품을 까면 그날로 심리치료 시작할 것 같은데...소설을 존경하고 사랑할 뿐 아니라 겁박하고 부수기도 해야한다는 말도 그렇고. 높은 이상이나 자신감같은 단어 몇 개로 논하기 힘든 말들이다. 이 말들로 버지니아 울프를 어설프게 분석하려 드는 것보다, 버지니아 울프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여성 문제나 서평은 거의 모든 문장이 두근거려서 골라서 토를 달다간 365일도 모자란다.

런던 에세이들을 보니 지금 당장 런던으로 떠나고 싶다. '먼 바다의 선박을 불러와 창고 아래에 포로로 잡아두는 거친 도시의 노래가 이곳에서 낮게 우르릉거린다.' 순간 사고를 정지시키는 이 한도초과의 근사함 뭡니까. 문방구 다녀오는 과정에 도시의 겨울 풍경과 사람들을 통으로 담아 전해주니 이것이 해리포터 뺨때리는 버지니아의 마법일세. 중고서점 들르는 장면에서는 마음속으로 좋아요 버튼 한 백 번쯤 누른 듯. 이 서점 혹시 남아있을까 검색했는데 찾지 못했다. 대신 연필사러 가던 길 지도를 올린 멋쟁이가 계셔서, 언젠가의 여행을 대비해 저장하고 친절한 타인의 대박을 기원하였다. 때애애앵큐우우우.

시작부터 쭉 느껴지지만, 마지막 장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앞을 보려고 한 사람이라는 게 확 피부에 와닿는다. 그 모습에 감탄하는 만큼 버지니아의 아버지가 더 싫어지기도 하고. 버지니아는 자기 아버지니까 애증을 가지는 것이지, 먼 훗날 글 읽는 사람에게는 이런 사람에게 애정을 가질 건덕지가 없어...

매 페이지 매력 터지는데다, 결정적으로 표제를 따온 파트에서 나의 무질서한 독서도 누군가 이해해준다는 느낌에 또 찡. 그것도 단어 하나하나를 그리 중하게 생각하는 그 버지니아 울프가...

일단 실린 글 두 개가 3기니의 프로토 버전이라니 3 기니를 읽어야하고, 아직 읽지 않은 소설도 있고 비평서도 있으니 나홀로 축제는 계속 진행 예정이다. 내가 정말 작품의 이면까지 다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고, 이전처럼 기분 무거워져 어영부영 접을 수도 있지만...인생 어쨌든 돈벌이건 덕질이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이지!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감성지수 한계치까지 올리는 밤풍경 감상

날이 추워지니까 괜히 속까지 허전해진다. 이럴 때는 전기장판 속에서 군고구마 왕창 먹는 게 직빵이라 생각하지만 더 이상의 뱃살과 당뇨가 두려우니, 그림들 보면서 감성을 빵빵하게 만드는 게 낫겠지.

표지도 예쁘고, 설명과 인용문들도 감성 터진다. 한 페이지 큼지막하게 나온 에드워드 호퍼의 "말로 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는 말도 있으니, 미술 지식을 외우려 애쓰기보다 그림 자체를 두근거리며 오래 바라보는 것이 맛이겠지. 밀레나 루벤스처럼 유명한 화가의 작품인데도 처음 보는 그림들부터, 아예 처음 알게 된 앤 매길의 옛날 프랑스 영화같은 심쿵한 작품들(소멸되었던 연애세포가 살아돌아왔는가, 잠깐이나마 착각할 정도), 장 베로의 영화 스틸같은 작품들까지 그냥 봐도 싱숭생숭한 그림들을 밤이라는 주제로 모아놓으니 바라보면서 마음만은 나도 시인.(...마음만이어서 다행이다...) 읽을 때 전화나 카톡 안 온 게 천운이다. 순간적으로 부푼 마음에 닭살 돋는 답장해서 넓지도 않은 인간관계에 큰 지장 왔을지도...

화가가 사랑한 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밤 이야기
화가가 사랑한 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밤 이야기
미쓰다 월드 전연령대 청춘극장

역시나 덮어놓고 집어왔으며, 저자의 최근 작품들에 비하면 꽤 소프트하다. 불만인 건 아니고, 추운 날 산 붕어빵 조심해서 씹었더니 생각보다 안 뜨거워서 한 입에 순삭한 느낌. 괴이 파트는 언제나처럼 피부가 스물스물하지만, 둘이 머리 맞대고 추리 내지 티키타카를 할 때는 훈훈(?)하면서 어릴 때 보던 괴담책들 주인공들이 이렇지 않았나 되돌아보기도 하고. 일관된 소름 레벨이나, 순한 맛보다는 매운 맛을 원하시는 분들한테는 어떨까 싶지만...공포에 살짝 약한 독자는 강약중강약이 편해유.
















































사실, 막판에 언급되는 이름에 이렇게 미츠다 월드가 연결이 되는가 다른 의미로 놀람. 작가의 여러 작품들이 동일 세계관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드문 것도 아니고 그런 걸 찾는 것도 재미지만...이 인물들이 나온 시리즈의 번역이 끊긴 뒤 방법 없어 원서 완독한 입장에서, 그런 기대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시리즈 뒤로 갈수록 공포 묘사와 판타지의 비중이 동시에 왕창 올라가니, 무서울 때는 우와 역시~ 하다가도 혼란스러웠다. 따지고 보면 괴이현상도 판타지에 속하고 판타지도 좋아하지만, 은근하던 요소가 갑자기 메인이 되고 작품 카테고리가 바뀌니...시리즈물은 분명 집필 단계부터 대략적인 것들이 정해져 있을테고, 다른 독자들은 이미 초반에 다 짐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쓰다 신조 작품 매력은 퇴마가 아니라고 지금도 생각하니까...'아이젠'이 이야기에서 맡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개그 판타지 지수도 급증해, 걷는 망자의 개그가 별책부록 훈훈같은 느낌이라면 이쪽은 가끔 부담스러웠다. 클라이막스는 빼박 판타지니, 미쓰다 작품들 내에서도 색이 다르다 여겼는데...이 인물들의 과거가 별도의 퇴마 탐정 시리즈가 아니라 도조 겐야 시리즈로 나오고, 이름만 언급한 게 아니라 마지막 장에 요약소개까지 해서 연결에 확실히 도장을 찍은 데는 뭔가 의미가 있겠지. 큰 의미는 없다 해도 작품의 아버지가 원하면 그러려니 하는 것이고...
























문제의 시리즈 원서들은 다 읽고 도서관에 기증하러 들고 갔었다. 담당직원분이 체크하면서 라이트노벨은 안 받는다고 하심. 시리즈 번역본이 이 도서관에도 있다고 말씀은 드렸으나, 전체 내용을 생각하니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그때서야 생각하게 되었다. 직원분이 의심하는 눈으로 접수는 하셨으나, 이후 장서에 추가되지 않은 걸 보면 라이트노벨로 분류되어 폐기처분된 듯. 여러모로 착잡한 기억만 남기고 간 그대들이여...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짜증이 나는 데 왜 보게 될까유

호손이 싫어서 잠시 망설인다. 1권을 반도 읽기 전에 '이거는 아무리 불쌍한 사연이 있어도 수용불가'라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오히려 더해서 혀를 내둘렀던 씁쓸한 기억이 떠오르지만...2편 번역이 나왔다니(맥파이 살인사건 후속작이 아니라 이게 먼저 나왔다는 것이 어지간한 추리소설보다 더 미스터리다...) 분명한 이유는 없으면서 아니볼 수 없다는 마음은 왜 드는 것일까. 아냐, 읽는 데 이유는 필요없어...

호로위츠의 좌충우돌이 딱하고 웃기면서도 역시 호손이 싫다. 시리즈라는 것이, 첫 등장 때 비호감이었던 인물이 점점 다른 면이 나오며 호감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으니 약간 기대를 걸었는데 호감도 더 내려감. 본문에서도 호로위츠가 '사람들이 당신을 싫어할테니까요.'라는데, 이 모든 것이 작가가 의도하고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아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어...나는 호손이 싫어요! 호손 하나만으로도 질리는데, 그룬쇼가 서점에서 벌인 행각에 또 한 번 머리 띵. 책덕에게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이런 불명예를! 

1, 2편 클라이막스마다 호로위츠가 욕보는 걸 보니 이 패턴은 그냥 굳어지겠구나. 괜찮아 매권 머리 깨지고도 안 죽는 본즈도 있는데...어쨌든, 3권 번역도 좋다만 문플라워 머더스 번역이 빨리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숨겨진 건 죽음
숨겨진 건 죽음
슬며시 부러운, 함께 해답 찾아가기

힐링 독서모임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다르다. 재미있는 책들 이름이 군데군데 언급되지만, 본문에서 북클럽이 공식적으로 다룬 책이 오만과 편견 한 권 뿐이라...거기다 중간에 실종된 매들린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교차되니, 갑자기 샤이닝 걸즈 생각이 나면서 엄청나게 초조해진다. 아냐, 표지를 봐. 아무리 번역 제목이나 표지가 내용과 다른 책들이 있지만, 그 정도 스릴러면 이 표지일리가. 뒷표지에 적혀 있잖여 치유의 시간들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막바지에는 설마 얘가 등에 칼 꽂는 거 아닌가 안절부절못하고...요상하게도 csi형 살인이 나오는 소설에는 별 생각이 없으면서, 이런 스케일 작고 평범한 상황에서 질척대는 뭔가가 일어나는 것이 읽기 힘들다. 일단 상상하던 최악의 가정은 안 나와서 그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이 드래곤 브레스처럼 뿜어져 나옴.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 나니, 그래, 힐링 이야기인 것도 맞아...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처리하기 좋은 타이밍은 있겠지. 하지만 타이밍이랑 상관없이 어떻게든 마무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문제도 있고, 사람 나이랑 상관없이 문제는 그냥 매일 생기지 않는가. 그때 나를 격려해주거나 함께 끙끙대며 생각해주려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용기가 생기고, 좀 다른 방향으로도 머리를 굴려볼 수 있겠지. 나의 노년에도 모나나 도리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만 내가 두 사람깉은 인물이 아니니 그리 되겄냐...

명대사는 아니지만, 아마 몇 년 지나면 절실하게 느껴질 대사를 메모메모.

"내 몸이 움직여야 하는 대로 제대로 움직이는 한 나는 감사하며 살 거야.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은 또 몸 어디가 말썽일까 싶거든."

"그러게. 혈압이나 관절에 문제가 없으면 기억력이 감퇴되어 있지."

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
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
씩 웃으며 전수받는 스웨디시 인생 꿀팁

전작이 더 유명한 것 같은데 아직 못 봤고, 항상 그렇지만 제목이랑 표지에 낚였다. 나의 마음에도 소프트한 단맛이 필요하니...

말년의 인생 정리에 대한 책들이 많기도 하니, 다른 분들 이야기와 비슷한 말도 있다만 즐거운 추억담과 섞어 유용한 팁을 들으니 좋다. 한 번 죽다 살았는데 본인은 임사체험 이런 거 하지 않으셨다는 이야기부터, 성형수술은 우리를 젊어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성형수술 받았다고 보이는 얼굴로 만든다는 것(...어떤 면에서 희망을 앗아가는 소리...), 돌볼 존재가 있다는 게 중요한데 어느 선을 넘어가면 반려동물을 두고 죽을 수도 있으니 식물을 키우라는 말, 제목으로 인용된 초콜렛 안 참기의 이유 등등을 즐겁게 감상했다. 예전부터 청력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보청기를 쓰리라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걷기 어려워지면 그날로 보행 보조기 구매해야 한다 굳게 결심. (가장 원하는 것은 관절 치료가 제발 눈부신 발달을 거듭해, 어지간하면 보행에 문제 없는 노년을 보내는 것이다만...) 자존심보다 소중한 골반 지키기가 우선!

데스 클리닝까지는 아니어도, 금년 내 성취하기엔 불가능한 책 정리를 어떻게 시작이라도 해야한다...마음같아서야 모든 책 저장하고 싶지만, 아파트 한 채 장만할 능력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사람같이 살려면 마음 굳게 먹을 때다. 정리하고, 망누손 여사님처럼 청소 쫙 하고 꽃다발 사오면서 봄을 기다리면 꽤나 멋지겠지. 제발 성공해서 블로그에 '저도 깔끔하게 정리를 끝냈습니다 훗훗' 하고 쓸 수 있었으면...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 90세 스웨덴 할머니의 인생을 대하는 유쾌한 태도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 90세 스웨덴 할머니의 인생을 대하는 유쾌한 태도
뒷맛 씁쓰름한 대문호의 서신 빙자 연설집

버지니아 울프 때문에 '서신'이란 단어에 갑자기 꽂혀서 읽었는데...읽고 나니 무슨 옛날 드라마 주인공마냥 내 마음 나도 잘 모르겠다. 읽은 것을 후회하는가? 대문호의 글을 읽고 해설도 봤으니 남는 것이 있을텐데...

단편이나 좀 봤지 장편 작품도 손대보지 않은 내가 고골에 대해서 뭘 말할 수 있겠냐만, 외투가 날렸던 공포의 강펀치를 생각하면 이 사람은 과연 어떤 편지를 썼을까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책 펴자마자 옮긴이 머릿말에서 이게 순전한 편지가 아니라 독자 계도가 목적이며 당시에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라고 나오니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소련 이전 러시아 문학에 종교성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해도, 중세 시대 글인가 싶을 정도의 종교 타령에 어안이 벙벙. 힘든 일을 많이 겪고 죽을 뻔한 경험도 한 작가의 인생을 고려해야하는 부분들이 있다만, 인프라 따위도 필요없고 법도 필요없고 신앙만 독실하면 교회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은 너무 멀리 간 것 아닌가...시기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읽으면서 어안이 벙벙해지는 레벨의 국뽕도 그렇다만(같은 우크라이나 출신 셰브첸코랑 입장차 너무 대조되어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농부에게 읽고 쓰기 가르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성서를 읽으려 하는 게 아니라면 다른 책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서는 안 된다고 열변을 토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쇼크 받았다. 그리고 푸쉬킨을 너무너무 사랑했다는 건 알겠다만, 책 전반부 "푸쉬킨 = 황제 사랑 나라 사랑" 평론은 대체...이해가 왜곡된 독후감을 공개하는 건 피해야할 일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잠시 나의 부족한 글은 블로그에 써도 되는가 생각했는데, 추측 조회수 0~2 정도의 글에는 무의미한 고민이다...)

뒷부분 러시아 시 평론은 고평가받는 의미있는 글이라고 해설도 있고, 일단 이 사람들 작품에 뭔가 엄청난 것이 담겨있을 듯한 열정적 평가라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니 남는 건 분명히 있긴 하다. 그리고 뭐가 어떻게 변해서 마지막 글의 방향이 이렇게 되었는가 궁금해서라도 죽은 혼을 꼭 봐야겠다 마음 먹는다. 하지만, 그냥 읽는 게 좀 좋은 사람에게 상당량의 착잡함을 안겨주는 글들이었고, 별로 두껍지 않아 망정이지 두꺼운 책이었다면 읽다가 복통 왔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완벽한 이도 없고 나의 평가가 뭐 그리 중하겠냐마는...가을날 어울리지도 않는 고뇌를 안겨준 책이었다...

친구와의 서신 교환선
친구와의 서신 교환선
마블 영화 빰치는 새들의 슈퍼파워

새들에게는 그저 먹고 사는 데 쓰는 능력들이겠다만, 독자 1에게 간만에 옛날 노래 상기시키기에는 충분하다. "우~ 우~ 우와~ 우와~" 나온지 꽤 된 책이니, 읽고 나서 증보개정판을 찾는데 없다. 이런 신기방기한 이야기를 봤는데 이후 뭐가 더 발견되었는지를 알 수 없다니!

  초고해상도 시력을 자랑하는 새 vs 어두운 데서 잘 보는 대신 해상도 떨어지는 새 설명부터 흥미진진. 전문용어들이 나오지만 픽셀이나 카메라같은 쉬운 예시들로 끌어주는 선생님 계시니 믿고 따라간다. 자체 노이즈 캔슬링, 모래에 부리 박고 압력파 방출해서 먹이 찾기, 해수면의 냄새를 구분해서 지도 삼아 대양을 건너가기 등등 이것이 지구촌 매직쇼. 모든 새가 저 능력들을 한꺼번에 다 탑재하고 있었으면 혹성탈출 영화에 원숭이가 아니고 조류가 나왔겠지. 생활 방식에 따라 가진 초능력도 다르니 나름 공평하다. 자기장을 눈으로 본다는 게 진짜 기막힌데, 집필 당시 현재진행형 연구여서 확답이 아니라 '~듯 하다' 로 끝나는 이 감질나는 상황. 버케드 선생님 지금 2024년인데 그동안 뭔 일이 일어났는지 업데이트 어떻게 좀 안 될까요 플리즈...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정서나 유대 부분에서 흥분은 좀 가라앉지만, 감정을 유추하게 하는 새들의 행동과 더불어 '새에 대한 이해가 향상되면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도 향상될 것'이라는 말에 괜히 또 감동.(문장의 깊은 뜻 진짜 다 이해하고 하는 소리인가 스스로도 좀 물어보게 된다만; 사막같은 마음에 감동 밀려올 때 그냥 느끼련다...)증보판은 없어도 슨생님 다른 책 번역이 있으니 경건하게(?) 또 읽어보자!







사족 혹은 완전 잡설

- 새를 잘 모르다보니 머릿말에 등장하는 키위새부터 충격. 후반부에 그림이 등장하긴 하지만, 검색하니 키위 닮은 귀염둥이가 아니라 뭔가 털난 펭귄같은 몸에 날씬한 다리와 굵은 바늘같은 부리가 달린 존재가 나오는데 게임 크리처가 아님. (키위새 입장에선 니가 더 이상하게 생겼다고 코웃음칠 소리겠지...) 그리고 멧도요 검색하는데 제일 먼저 뜨는 자동검색어 '멧도요 둠칫'(...). Sns 셀레브리티셨는데 몰라뵈었음...

- 아무리 조사 목적이라고는 해도 눈을 가위로 도려낸다거나(...), 쏴죽여서 끓였다던가 하는 과거의 연구들에 불편함이 살살 쌓이다가, 마지막 정서 편에서 초유명 드립 또 마주하니 욕이...책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 잘난 발언 언급되면 기분 잡치는 이야기랑 직결이니 여러모로 대단한 위인이다...

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어딘가 막혀있는 나의 마음에 뚫어뻥

읽는 사람 느긋해질 시간이 한 페이지 넘어가기가 힘든 것도, 주인공들이 참 놀라운 방식으로 선악을 넘나드는 것도 여전한 친절한 요나손 씨의 책. 하나하나 키워드를 따지면 왕년의 아침 시간 드라마가 연상되는데 그것들을 묶어 이런 결과가 나온다니 당신이 해리 포터...초반에 형 캐릭터에 속이 부글부글 꿇어서리 이 인간 머리에 도끼가 꽂히거나 체르노빌에 버려지기를 간절히 바랐다만 뭐...벌을 받기는 받았으니께...생각해보면 이렇게 주인공들이 별 짓을 다 하는 작품에서 하나하나 권선징악한다면 준조연 가리지 않고 싸그리 형무소에 가거나 핵전쟁으로 지구가 증발하는 결말일텐데 그런 건 즐거움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어쨌든, 평소에 잘 챙겨먹고, 몸 뺄 땐 잽싸게 빼더라도 정의 구현을 가끔 시도라도 해보고,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을 챙겨주는 성의도 보이며 살아가다보면 내 인생도 좀 더 웃을 일이 생기겠지. 마법의 북유럽 치즈나 비밀계좌 속 돈뭉치가 없어도, 오늘이라도 기프티콘과 인사 한 마디는 던질 수 있으니 즐거운 시간은 생각보다 가깝다.

지구 끝 날의 요리사
지구 끝 날의 요리사
괜히 울고 싶어지는 버지니아의 마지막 작품

난해하기도 하다만, '비타와 버지니아'에서 이 책이 일종의 유서라고 했다는 당시의 한 비평을 봐서 그런지 꽤나 우울한 독서 타임이었다. 그렇다고 읽은 걸 후회하는 것은 아니고...

형이상학적 부분에 대해서는 해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만, 각 독자들이 나름의 형태로 그걸 이해할 때까지 생각하는 것이 버지니아가 원하던 사유하는 독서의 형태일테니 정답을 작성할 필요는 없겠지. 다만 사람들의 관계, 극중 극 대사들에서 피로와 우울을 느끼는 건 그냥 내 기분 탓일까...서로 깊은 애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상대방이 보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좀 아픈 말. 플롯 따위는 무의미하다는, 무대를 이끄는 당사자의 독백. 구역질나는 식사에도 맛있다고 탄성을 질러야하는 사회적 의무, '다시 만날 일이 절대 없는 상대이기 때문에' 잠시나마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 크게 생각하지 않고 보다가 본편보다 훨씬 우울해지는 극중극...연극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사람들의 수다는, 버지니아가 들었기 때문에 이 작품으로 대답하고 싶었던 말들일까? 그나마 마지막에, 이자와 자일즈의 싸움에서 포옹과 생명이 태어날 가능성도 있으리라 말하지 않았다면 우울할 때 접근 금지 책 리스트에 넣을 뻔...하아.

이 책의 완성이, 마지막 길 떠나기 전 작가의 마음 속 무거움을 약간이나마 덜어주었을까. 괜히 혼자 꿉꿉해진 기분으로 답이 없는 상상만 해본다... 

막간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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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같이 그믐달 찾아요 🌜
자 다시 그믐달 사냥을 시작해 볼까? <오징어 게임> x <그믐달 사냥 게임> o <전생에 그믐달>
8월 22일은 그믐밤입니다~ 함께 읽어요!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이디스 워튼의 책들,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3. 석류의 씨
문화 좀 아는 건달의 단상들
설마 신이 이렇게 살라고 한거라고?그믐달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
퇴근의 맛은 두리안 ?!
[도서 증정] 소설집『퇴근의 맛』작가와 함께 읽기[📚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여기가 아닌 저 너머를 향해...
[함께 읽는 SF소설] 07.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함께 읽는 SF소설] 06.앨저넌에게 꽃을 - 대니얼 키스[함께 읽는 SF소설] 05.생명창조자의 율법 - 제임스 P. 호건[함께 읽는 SF소설] 04.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 케이트 윌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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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기후위기 얘기 좀 해요![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무룡,한여름의 책읽기ㅡ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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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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